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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E] 투표하면 끝 ? 나는 UCC로 정치참여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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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사용자가 상업적인 의도 없이 직접 제작한 온라인 콘텐트 UCC의 활성화는 국민의 의사가 간접 전달되는 대의 민주주의의 단점을 보완하는 길을 열었다. [사진=중앙포토]

대의민주주의 보완 역할

UCC가 선거 모습과 민주주의의 틀을 바꾸고 있다. UCC로 인해 국민의 정치 참여가 크게 느는 것이다. UCC가 몰고온 선거와 민주주의 변화 등을 공부한다.

◆UCC란=UCC(User Created Content)란 사용자가 상업적인 의도 없이 직접 제작한 콘텐트를 온라인상에 나타낸 것이다.

인터넷과 디지털카메라.휴대전화 등 정보통신 분야가 발달함에 따라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도 기존의 미디어보다 빠르고 의미 있는 정보를 생산해내며 UCC가 확산됐다. 초기에는 단순히 보고 즐기는 글과 사진 위주의 엔터테인먼트 콘텐트 형태였다가 동영상 위주의 정보 제공 콘텐트로 발전하고 있다.

◆UCC는 선거의 감시와 홍보 수단=UCC가 인기를 끌며 정치적 영향력도 확대됐다. 그 영향력은 지난해 11월 미국 선거에서 검증됐다. 전 몬태나주 상원의원 콘래드 번스(공화당.72)는 같은 해 10월 농민을 지원하기 위한 농장법안(Farm Bill) 공청회에서 잠시 졸았다. 그 장면이 상대편에 의해 촬영돼 인터넷을 통해 퍼졌다. 농민이 상당수인 몬태나주 유권자는 분노했고 번스는 선거에서 무너졌다. 따라서 12월 19일 있을 우리나라 대통령 선거에 후보로 나서려는 사람들도 UCC에 민감하다.

UCC는 선거 감시 수단뿐만 아니라 효율적인 홍보 수단도 된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TV 인기 게그프로 '마빡이' 흉내를 낸 동영상으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피아노 치는 동영상으로 인기를 끈 바 있다. 선거에 나서는 후보들이 UCC 활용에 머리를 싸매고 전문가까지 동원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UCC 확산은 유권자를 능동적으로 변화시켰다. 과거 유권자들은 투표장에서 자신의 권리로 한 표를 행사하는 수동적인 태도에 그쳤다. 유권자의 판단 기준이 되는 정보를 얻는 통로도 후보자의 유세나 홍보물, 언론 보도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이제 국민은 스스로 정보를 생산해 인터넷으로 유통시킨다. 카메라를 들고 다니며 후보의 일거수일투족을 보여주고 감시할 뿐 아니라 선거에도 큰 영향을 끼친다. 무단횡단하는 후보의 순간 실수도 중요한 사실이 돼 순식간에 인터넷으로 확산된다. 후보의 행동이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직접 민주주의 실현 가능성 열어=UCC는 대의 민주주의 제도의 틀을 직접 민주주의로 바꾸고 있다. 국민이 UCC를 통해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정책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민은 직접 참여보다는 적극 감시를 통해 주권을 행사하기 때문에 대의제가 사라지는 건 아니다. 지난해 12월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은 '2006 올해의 인물'로 '유(You)'를 선정하고,'블로그나 미디어 영역에서 영향력을 키워가는 평범한 당신이 바로 올해의 주인공'이라고 발표해 새로운 문화 트렌드로서 UCC의 힘을 확인시켰다.

◆부작용이 해결 과제=UCC는 선거와 민주주의 발전에 긍정적 변화를 가져왔지만 부작용도 만들었다. 선거에서는 후보자의 정책이 아니라 이미지가 당락을 좌우할 수 있게 됐다. 따라서 좋은 정책보다는 이미지 관리에 힘을 쏟고, 최악의 경우 잘생긴 외모가 정치인의 필수 조건이 될 수도 있게 됐다.

더 큰 문제는 상대 후보를 비방하거나 정보를 조작한 동영상이 범람할 수 있다는 것이다. 후보의 흠집을 찾아다니는 파파라치가 기승을 부려 순간의 실수로 수십 년 동안 쌓은 정치력을 발휘하기도 전 한순간에 무너질 가능성도 생겼다. 이러한 부작용을 해결하기 위해 인터넷 실명제 확대와 사전 검열 강화 등이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국민의 알권리를 침해할 수 있기 때문에 반대 목소리도 크다. 반대론자는 자율 규제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게 최선이라고 말한다.'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움직이는 시장 원리처럼 국민의 냉철한 이성이 여과장치로 작용해 좋은 정보는 확산되고 나쁜 정보는 자연스럽게 없어진다는 주장이다.

'실낙원'의 저자인 영국의 사상가 존 밀턴(1608~74)은 1644년 출판의 자유를 주장하며 "다양한 의견 가운데 자율 조정을 거쳐 진실하고 건전한 것은 승리하고 불건전한 것은 패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 이후 지금까지도 시장 스스로 언론 자유의 부작용을 제어할 수 있을지 아니면 정부의 개입이 필요한지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논란의 주체와 대상은 다르지만 같은 논쟁이 UCC와 참여 민주주의를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다.

UCC가 만든 선거의 변화

▶ 국민 참여 방식 :

한 표 행사 → 유권자가 UCC

배포해 선거 결과에 영향

▶ 선거운동 방법 :

조직 중심 → 이미지 중심

오프라인 대중 연설 → 인터넷으로 유권자 접촉

언론.방송 홍보 → 온라인 홍보

▶ 후보 이미지:

권위적임 → 부드러움
이태종 NIE 전문기자, 장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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