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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일류 기업의 성장전략 ? "완전히 새로운 시장에 도전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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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기업들도 기업을 키우기 힘든 건 마찬가지다. 지난 연말 한 신문이 조사해 보니, 2002년 말 종업원 1000명 미만 상장기업 1191개 중 종업원 1000명 이상으로 성장한 곳은 웅진코웨이.엔씨소프트.신도리코.NHN.하나투어.종근당 등 14개(1.2%)뿐이었다.

글로벌 경쟁에 뛰어든 대기업이라고 사정이 꼭 좋은 것도 아니다. 성장 정체 현상은 한국 경제 여기저기서 쉽게 발견된다. 미국의 구글이나 아마존.이베이처럼 작은 벤처에서 시작해 글로벌 대기업으로 성장하는 신화는 이제 힘들어진 것일까.

LG경제연구원은 최근 '선진기업 사례로 본 지속적 성장 전략'이라는 보고서를 냈다. 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성장엔진을 꾸준히 발굴해 나가야 한다는 게 요지다. 서기만 부연구위원은 "제품 경쟁력만으로는 부족하다"고 했다. 하이텔의 실패가 그 대표적인 예다. 하이텔은 한때 350만 명이라는, 당시 거의 모든 온라인 사용자를 회원으로 거느렸던 IT업계의 절대 강자였다. 하지만 2004년 공식적으로 간판을 내렸다. 왜 그랬을까. 인터넷의 보급으로 PC통신이라는 서비스 자체가 무너졌기 때문이다. 서 부연구위원은 "산업 자체가 무너질 경우 일개 사업의 경쟁력은 기업의 생존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산업의 트렌드를 넘어서는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해야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선진기업들은 어떻게 성장 전략을 짜내고 있을까. 보고서가 소개한 사례들을 정리해 봤다.

◆목표 시장을 바꿔라=기존 시장을 벗어나 성장을 꾀하는 가장 대표적인 방법은 고객이 아닌 사람들 사이에서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는 것이다. 존슨&존슨의 베이비 오일이 그 예다. 원래 베이비 오일은 유아를 위해 피부 트러블이 거의 없도록 개발한 화장품이었다. 존슨&존슨은 소녀들이나 성인 여성층에서도 자극이 없이 순한 화장품을 원하는 수요가 있음을 간파했다. 회사는 이들을 대상으로 마케팅을 펼쳐 큰 성공을 거뒀다.

말버러 담배는 새로운 고객을 추가하는 것이 아니라 목표 시장 그 자체를 바꿔 재미를 봤다. 지금 '말버러' 브랜드는 매우 남성적인 이미지가 풍긴다. 그러나 이 제품은 처음 출시됐을 때 여성용의 부드러운 담배였다. 필립 모리스는 남성들이 이 제품을 외면하자 시장을 바꾸는 승부수를 던졌다. 튼튼한 재질, 정열을 상징하는 붉은 색, 강렬한 로고로 남성적 이미지를 강조했다. 거친 황야를 배경으로 말버러를 피우는 카우보이가 등장하는 광고도 이렇게 만들어졌다. 이런 노력 끝에 말버러는 미국 담배시장의 최고 브랜드에 오를 수 있었다.

◆업그레이드=이미 시장에 들어와 있는 소비자들의 지갑을 다시 열게 하는 데 좋은 전략이다. 지금 사용하고 있는 제품의 수명이 다하지 않았지만 다시 구매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회사 입장에서 보면 이미 포화상태에 이른 시장을 다시 새로운 시장으로 바꾸는 것과 마찬가지다. TV시장이 대표적이다. 이 시장은 디지털화와 평판화라는 두 가지 기술변화를 지렛대 삼아 대대적인 교체 수요를 발생시켰다. 기술 주도형 제품에만 이 전략이 유효한 것은 아니다. 한국 시장에서 휴대전화 수명은 평균 2년 정도다. 휴대전화 품질이 나빠서가 아니라 주소비층인 청년들이 휴대전화를 일종의 패션상품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업 다각화=미국 컴퓨터 및 사무기기 시장에서 최근 애플의 성공은 눈부시다. 애플은 MP3 플레이어인 아이팟으로 대박을 터뜨렸지만 이 제품은 애플의 주력시장에서 살짝 벗어난 선택이었다. 컴퓨터와 MP3 플레이어는 만드는 기술에서 판매 방식까지 상당히 다르다. 그런데도 애플은 어떻게 성공했을까.

보고서는 애플이 관련되지 않은 사업으로 다각화를 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핵심 역량을 제대로 활용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애플은 아이팟이라는 제품의 '개념을 설계'하고, 외형과 기능을 '디자인'했다. 또 애플의 브랜드와 명성과 열성적인 지지자들을 기반으로 새로운 상품을 '마케팅'했을 뿐이다. 이 같은 상품 기획 능력, 디자인 능력, 브랜드, 명성, 열성적 지지층이 바로 애플의 핵심 역량이라는 것이다.

◆인수합병=초창기 구글은 웹 검색 기술 하나만 가진 작은 회사였다. 구글은 웹 검색이라는 작지만 강력한 핵심 서비스 능력을 기반으로 다수의 관련 기업들을 인수합병하고, 각종 부가서비스를 추가해 지금의 지위에 오를 수 있었다. 인수합병 덕분에 규모의 경제를 확보했으며, 유사 서비스 사이의 경쟁에서도 이길 수 있었다. 인수합병은 혁신적이고 획기적인 결합상품을 개발하는 힘으로도 작용했다. 서기만 부연구위원은 "현재의 사업이 성공적일 때, 그나마 여력이 있을 때 미래에 대비해야 한다"며 "그래야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기업을 만들 수 있다"고 조언했다.

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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