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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라이벌열전] ⑩ 호두 vs 아몬드

중앙일보

입력

'호두 vs 아몬드'.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이 선정한 10대 건강식품 중 견과류의 대표주자들이다.

둘은 닮은 점이 많다. 원산지가 같은 유럽이다. 지금은 미국 캘리포니아주(전 세계 호두 공급량의 66%, 아몬드 공급량의 75% 차지)에서 가장 많이 생산되고 있다는 것도 공통점이다. 열매가 여무는 시기도 비슷하다. 아몬드는 8월 중순~10월, 호두는 8월 말~10월에 수확된다.

둘 다 지방이 많다는 이유로 건강에 해로울 것이라는 오해를 받아왔다. 그러나 견과류 지방은 대부분 혈관건강에 이로운 불포화지방이란 사실이 밝혀지면서 오명을 벗었다 (덕성여대 식품영양학과 김건희 교수).

이런 사실에 근거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2003년 두 견과에 '날개'까지 달아줬다. "심장병 예방을 돕는다"는 문구를 제품에 표시하도록 허용한 것.

열량은 둘 다 상당히 높다. 100g당 열량이 아몬드는 578㎉, 호두는 654㎉에 달한다. 따라서 다이어트 중인 사람은 호두나 아몬드를 하루에 1줌(약 40g) 이하로 먹는 것이 좋다. 다행히 이 두 견과를 먹으면 곧 포만감을 느낀다 (숙명여대 식품영양학과 김현숙 교수).

이번엔 둘의 차이를 따져 보자.

나이(지구상에 처음 등장한 시기)는 호두가 훨씬 위다. 호두는 사람이 발견한 나무 열매 중 가장 오래됐다. 기원전 7000년께로 거슬러 올라간다. 우리 선조도 예부터 정월 대보름 새벽에 부럼으로 호두를 깨물었다.

호두는 국내(북한산 포함)에서도 일부 생산되나 아몬드는 전량 수입에 의존한다는 것도 다른 점이다.

모양과 크기도 판이하다. 특히 호두는 사람의 뇌를 닮았다. 고대 그리스에선 머리에 난 상처를 치료할 때 호두를 썼고, 한방에선 "머리가 좋아지려면 호두를 먹어라"고 추천했다.

여러 종류의 지방 중 우리 국민에게 가장 부족한 오메가-3 지방(불포화지방의 일종)함량은 호두가 압도적으로 높다. 1온스(28.4g)의 호두엔 알파-리놀렌산(ALA, 오메가-3 지방의 하나)이 2.8g 들어 있다. 호두 1 줌만 먹으면 영국.일본.캐나다 정부가 정한 오메가-3 지방의 하루 권장량(1~2g)을 채울 수 있다. 반면 아몬드엔 오메가-3 지방이 거의 없다. 오메가-3 지방은 혈관 건강에 유익할 뿐만 아니라 두뇌 발달을 돕고 2형(성인형) 당뇨병 합병증 위험을 낮춘다.

비타민 E 함량에선 아몬드가 절대 우위다. 비타민 E는 유해(활성)산소를 제거하는 강력한 항산화 물질이다. 성인병을 억제하고 노화를 지연시킨다. 또 활력.성기능을 높여 '회춘 비타민'으로 불린다. 비타민 E의 함량이 아몬드는 100g당 26㎎인데 비해 호두는 0.7㎎에 불과하다. "아몬드는 껍질째 먹는 것이 좋다"고 알려져 있다. 껍질에 든 플라보노이드(항산화 물질)가 비타민 E와 시너지 효과를 내 유해산소를 더 효율적으로 없애기 때문이다.

100g당 단백질 함량은 호두는 15.4g, 아몬드는 18.6g이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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