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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북한 합영실태(하)|"재미경연 공장 가동중"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재미교포 사업가들은 공식일정 외에도 제각기 관심에 따라 평양시내의 공장들을 방문, 산업실태를 둘러보았다.
또 합영총국·대성무역상사등의 관계자들과 만나 구체적인 합영관련 협상을 했다.
제3차 산업시찰단중 몇명은 이번 방문기간중 북한측과 합영에 대해 원칙적인 합의를 보았다.
그러나 이들은 모두 사업상 비밀이 노출될 것을 우려, 구체적인 합의내용은 일체 함구하고 있다. 재미경제인단의 세차례 산업시찰을 계기로 미주교포들의 대북투자 물꼬가 트였음은 엄연한 사실이다.
지난 한햇동안 재미경제인 연합회 회장단과 긴밀한 유대를 가져온 조평통 한시해 부위원장은 지난 9월20일 평양의 한「초대소」에서 열린 재미경련산업시찰단을 위한 만찬회 인사말에서 『미주교포가 조국에서 합영공장을 설립한 것은 재미경련이 최초로 이룩한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재미경련 관계자가 이미 북한에서 합영공장을 운영하고 있음을 공식적으로 확인한 것이다(관계자들은 이에 대한 언급을 회피하고 있으나 이 공장은 양말공장으로 한국코오롱회사가 간접적으로 투자관여하고 있다는 소문이다).
이날 한시해부위원장의 연설에서 재미한인 경제인연합회를 창구로 삼아 대미관계 개선 및 교포자본유치, 그리고 남북통일문제에 활용하려는 북한의 정책을 읽을수 있다.
『재미경제인연합회 여러분들은 개척자입니다. 개척자는 정의에 불타고 그 누구보다도 지혜롭습니다. 여러분은 적대국인 미국에 살면서 금단의 땅인 조국의 경제발전에 이바지하겠다는 뜻에서 조국과 관계를 맺기 시작했습니다. 이것은 절대 쉬운일이 아니며 남조선의 적지 않은 압력이 있음에도 조국과 경제적 협력관계를 갖기 위해 시도, 좋은 열매를 맺고 있습니다.』
한은 또 오는 1월초 재미경제인연합회 초청으로 만수대예술단 60여명이 미국을 방문하는 것과 관련, 『예술단 방문이 우리에 대한 미국의 정책을 바꾸게 하는데 크게 기여할것을 기대하며, 또한 조국통일에 있어서도 거대한 신호가 될것을 확신한다』고 역설했다.
북한은 이처럼 재미교포경제인들에게 상당한 기대를 걸고있고, 재미경제인들에게 「과분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환대를 베풀고 있다.
재미경련의 김존영회장은 『기대 이상으로 북측의 환대를 받고 있기 때문에 애로사항이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대북투자의 실현이 결코 만만치 않은 과업이라는게 방북 경제인들의 중론이다. 경제인들은 대북투자의 문제점으로 ▲전반적 설비노후 ▲제3국을 거쳐야 하는 복잡한 절차 ▲외화지불능력 ▲합영법의 모호한 무형자산 평가기준등을 꼽고 있다.
또 자본주의에 익숙하지 못한 북한 사업관계자들의 「느긋한」 대응과 주체경제노선의 비능률적 사업방식도 재미사업가들을 답답하게 만드는 현실이다. 북한이 재미교포자본유치를 정책적으로 추진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재미사업가들이 실제로 실무 사업책임자들을 만나보면 그들이 적극적이지 못한 경우가 많아 『사업하려는 자세가 돼있지 않다』고 불평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현재 북한-미국과 남북한관계상 재미교포는 홍콩과 북경을 경유, 입북해야 하기 때문에 투자가치에 비해 출장경비 및 시간소요가 지나치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불리한 조건속에서도 재미경련이 세차례 산업시찰을 하고 다수의 재미교포들이 북한을 드나들며 대북투자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는 사실은 북한경제개방이 가까운 현실로 다가왔음을 뜻한다.
특히 북한은 한국국적의 미영주권자들과도 활발히 합영면담을 진행중이다. 개중에는 한국에서 사업하는 사업가들도 있어 한국의 대북투자 문호도 사실상 열려있다고 볼수 있다.
요즈음 평양의 호텔에서는 재미교포와 경제담당자들과의 만남을 예사롭게 볼수 있다.
이번 방문기간중에 김복신부총리격 경공업위원장을 따로 만나 합영사업을 논의한 재미경제인들도 있다.
경제적 파탄위기에까지 몰려있는 북한이 이제 이념의 틀을 넘어 외부와 경제관계를 확립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음은 자명하다.
조총련계와는 의식구조가 전혀 다른 미주 「동포」들의 대북투자가 몰고올 「서방물결」에 어떻게 대응하고 변화할 것인지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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