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언론 끈질긴 '후보 검증' 두 손 든 오바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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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민주당의 유력한 대선 주자로 첫 흑인 대통령을 꿈꾸는 버락 오바마(사진) 상원의원. 그는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하기 직전인 1월 말 19년 가까이 미납한 주차 위반 범칙금과 과태료, 자동차세로 493달러(약 47만원)를 냈다고 보스턴 글로브, AP 통신 등이 8일 보도했다. 미국 언론이 자신의 학창 시절 행적까지 검증을 시도하자 뒤늦게 잘못을 시정한 것이다.

오바마는 하버드대학 법과대학원에 재학 중이던 1988~90년 보스턴의 케임브리지시(市) 버스 정류장 주변 주차, 주거지역 내 무허가 주차, 주차 미터기 요금 초과 주차 등으로 모두 17장의 위반 티켓을 발부받았다. 그는 당시 2장에 대한 범칙금 25달러만 냈다. 그런 그가 공식 대선 출마 선언 2주 전인 1월 말 나머지 티켓 15장에 대한 범칙금 115달러와 과태료 260달러 등 375달러를 모두 시 당국에 납부했다.

그는 또 하버드대학에 다녔을 때 살던 소머빌에서 뗀 주차 위반 티켓 2장의 범칙금.과태료(45달러)와 미납 자동차세(73달러)도 냈다.

오바마가 범칙금 등을 낸 것은 지역 신문인 보스턴 글로브가 올 1월 케임브리지와 소머빌에 그의 법률 위반 기록이 있는지 확인해 달라고 요청한 데 따른 것이다. 언론이 이처럼 철저한 검증을 시도하자 오바마 측은 관계 당국에 내지 않은 범칙금과 세금이 얼마나 있는지 묻고, 그걸 곧바로 낸 것이다.

이에 앞서 뉴욕 타임스는 7일 오바마가 상원의원으로 활동한 직후 조류 인플루엔자(AI) 치료제 개발 회사 등 자신의 후원자들이 관여한 2개 회사의 주식 5만 달러어치를 샀으며, 이후 AI 치료제 개발을 지원하는 법안을 냈다고 보도했다. 공화당 선두주자인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의 경우 두 번의 이혼 등 사생활에 대한 언론의 집요한 검증이 계속되고 있다.

미국 언론은 이처럼 유력한 대선 주자일수록 검증을 철저히 한다. 88년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선두를 달리던 게리 하트 상원의원은 젊은 여성 모델과 혼외정사한 사실이 언론보도를 통해 밝혀지자 경선을 포기했다.

워싱턴=이상일 특파원

◆버락 오바마(45)=케냐 출신 흑인 아버지와 미국인인 백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상원(일리노이주) 유일의 흑인 의원이다. 2004년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우스꽝스러운 아프리카 이름을 가진 소년이 상원의원에 도전할 수 있는 나라가 미국"이라고 역설해 인기를 끌었다. 대선 출마 선언 이후 선두 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과의 격차를 계속 좁히며 무서운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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