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정치기구」로 변신 선언/나토 신전략 채택의 의의(해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병력 줄인대신 기동성 높여/핵역할축소 「비핵화」에 맞춰
7일 이탈리아 로마에서 개막된 북대서양 조약기구(나토) 정상회담은 예상대로 새로운 유럽안보기본전략을 채택함으로써 나토의 성격을 근본적으로 바꿔놓았다.
이로써 지난25년간 소련 및 동유럽의 대규모 군사공격을 전제로 유지돼온 나토의 구전략은 폐기됐다.
나토 새 전략의 주요내용은 이미 알려진대로 병력을 대폭 줄이는 대신 기동성을 높인다는 것이다.
군사기밀을 이유로 정확한 수치가 공개되진 않았지만 통상 전력을 50%까지 줄이고 단거리 핵무기의 80%를 삭감하는 대신,신속 대응군(RRF)을 중심으로 나토군 편제를 개편,소수정예화 및 기동성 강화를 꾀한다는 것이 새로 채택한 전략의 골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핵억지력의 역할을 대폭 줄여 「마지막 수단」으로서만 핵무기를 사용하기로 해 비핵화시대에 보조를 맞췄다.
신전략 채택으로 과거 나토의 가상적 개념이 소련 및 동유럽이라는 구체적 대상에서 「불가측한 위험」이란 추상적 개념으로 바뀌었다.
즉 소련 및 동유럽으로부터의 군사위협은 크게 줄어들었지만 소련 및 동유럽 정청이 불안한데다 소련핵무기의 통제문제가 불투명하기 때문에 이들로부터의 군사적 위협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며,이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소련 및 동유럽대신 발칸반도·중동·북아프리카등 이른 바 나토외곽지역의 정치·군사적 불안정이 앞으로 나토가 해결해야할 주요임무로 규정하고 있다.
이는 그동안 군사력에 의한 전쟁방지를 기본 노선으로 해온 나토가 앞으로는 협력과 대화로써 분쟁을 조정하고 안정을 도모한다는 정치기구로 변신을 선언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그러나 이처럼 나토가 군사기구에서 정치기구로 탈바꿈하는 것은 프랑스가 우려하는대로 유럽안보협력회의(CSCE)와 성격이 중복되기 때문에 앞으로 나토와 CSCE의 관계설정이 새로운 문제로 등장하고 있다.
이날 회담에서는 또 나토와 구바르샤바기구회원국 및 새로 독립한 발트해3국을 포함하는 25개국 북대서양협력회의(NACC)창설을 공식결정했다. 이는 구적국 소련·동유럽과의 협력관계를 제도화하는 의미를 갖는 획기적 조치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다음달 20일 브뤼셀에서 첫번째 NACC총회가 개최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나토의 신전략 채택과 NACC창설 등이 이처럼 만장일치로 결의됐지만 최근 나토의 현안으로 등장한 유럽 자체방위문제와 관련해선 미국과 프랑스사이에 기존 입장차이가 그대로 표출됐다.
조지 부시 미대통령은 『유럽의 나토대체기구는 존재할 수 없다』고 못박고 나토를 떠난 유럽 안보정책에 분명한 반대 의사를 표시했다.
부시대통령은 『미국이 유럽에서 역할을 계속 유지하는 것이 유럽에도 긴요하다는 사실을 유럽각국은 분명히 선언하라』고 요구,냉전체제붕괴이후에도 유럽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계속 유지하겠다는 뜻을 분명히했다.
부시대통령의 이같은 의사표시는 유럽에서의 미국영향력 감소와 유럽인에 의한 유럽방위기구결성을 추진하고 있는 프랑스를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프랑수아 미테랑 프랑스대통령은 『나토는 신성동맹이 아니며 나토는 유럽안보 문제를 넘어서는 문제까지 간여하는 것을 반대한다』고 밝혀 불편한 심기를 노출했다.
한편 프랑스와 함께 독­프랑스 합동군창설을 주장해온 독일의 헬무트 콜총리는 『나토만으로도 유럽의 평화와 자유는 지켜질 수 있다』고 말해 갈피를 못잡게 했다.
콜총리의 이같은 발언은 미국을 의식한 「외교적수사」로 이해하는 시각이 우세하다.
콜총리는 회담 하루전인 6일 독일연방 하원연설에서 유럽의 독자방위 필요성을 역설하면서 독­프랑스 합동군창설을 옹호한바 있기 때문이다.
회원국간 미묘한 감정대립이 계속되고 있는 유럽자체 방위기구결성,그리고 앞으로 유럽에서의 미국역할 문제등은 계속 쟁점으로 남을 전망이다.<베를린=유재식특파원>
◎나토 새 전략요지
【로마 UPI=연합】 7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정상회담에서 승인된 새나토 전략문서의 발췌문은 다음과 같다.
▲나토군의 1차적 역할은 회원국들의 영토보전과 정치적 독립을 보장하여 유럽의 평화와 안정에 기여하는데 있으며 이같은 역할에 변함이 없으나 세계적인 대량위협이 사라지고 다양하고 다방면의 위험으로 바뀐 새로운 전략적 환경을 고려해야 한다. 나토군은 평화시,위기시,전쟁시 등의 구별에 따라 수행할 기능이 각각 다르다.
▲새 안보환경에서 나토군의 안보목적과 전략원칙을 실천하기 위해 나토군 편제가 개편되어 평화에 기여하고 회원국들의 안보에 영향을 미치는 위기를 관리하고 전쟁을 방지하는 한편 필요하다면 나토의 전영토를 수호하고 평화를 회복할 수단을 언제나 유지하는데 기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나토군의 규모·태세·유효성·배치 등은 엄격히 방위적인 성격을 계속 반영할 것이며 따라서 군축협정등 새 전략환경에 적응하게 될 것이다. 이것은 1)나토군의 총체적 규모와 태세가 앞으로 축소되고 2)유럽 중부지역의 집중적인 1차적 방위태세가 앞으로는 더이상 불필요해진다는 뜻이다.
▲이같이 축소된 수준에서 나토군이 위기관리와 회원국에 대한 침략에 대항하는 효과적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보장하기 위해 나토군은 신축성과 기동성,그리고 필요할 경우 병력증강능력을 높일 필요가 있다. 이런 이유에서
1)나토가 이용할 수 있는 군대에는 예측할 수 없는 광범한 종류의 비상사태에 대응할 수 있는 육해공 신속대응부대를 포함시켜야 한다.
2)나토군은 필요한 경우 그 군사력을 증강할 수 있도록 편성되어야 한다.
3)긴장을 줄이거나 없애기 위해 시기적절하게 융통성 있는 대응을 할 수 있도록 적절한 군편제와 절차가 마련되어야 한다.
▲다국적 군대에 의존하는 집단방위가 요구된다.
▲나토 핵무기의 기본목적은 정치적인 것으로 평화를 유지하고 어떤종류의 전쟁도 방지한다는데 있다. 유럽에 배치된 핵전력은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는데 충분한 최소수준으로 유지될 것이다. 그러나 유럽의 안보사태가 변해 핵무기 사용이 고려될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은 희박한 것 같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