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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론, 컴백說 모락모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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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준엽.강원래의 '클론'이 되살아나는가.

지난달 27일 경희대학교 평화의 전당에서 있은 m.net 뮤직비디오 페스티벌 시상식. 솔로 앨범 1집을 발표한 후 처음으로 구준엽(34)이 공개무대에 올랐다.

이날 구준엽의 스테이지는 여전히 강렬했고 화려했다. 마치 클론의 옛그림자를 지우려는 듯 홀로 선 그의 움직임은 더욱 과감했다. 그렇게 끝날 것 같던 순간, 어둠 속에서 휠체어 한대가 나타났다. 그건 환영(幻影)이 아닌 강원래의 실체였다. 곧바로 조명은 강원래에게 쏘아졌고, 관객은 둘의 3년만의 공연(共演)을 숨죽인 채 지켜봤다. 때론 숨이 차 오르는 듯 했지만 강원래는 처절하리만큼 노래를 불렀고, 끝까지 무대를 지켰다.

노래가 끝나고 누군가는 일어나 박수를 쳤고, 어떤 이는 눈시울을 붉혔다. 시상식에 참석했던 한 후배 가수는 "예전에 무대를 휘젓던 모습이 아닌 불편하고 초라한 모습을 다시 팬들에게 보인다는 것은 용기가 필요한 것이다. 난 그 용기에 감동했다"라고 말했다.

이날 둘의 재회는 그저 하나의 이벤트가 아니라 클론의 부활을 알리는 신호탄 성격이 짙다. 1996년 '꿍따리 샤바라'를 들고 혜성같이 등장해 거칠 것이 잘 나가던 클론은 멤버 강원래(34)가 3년 전 교통사고로 하반신 불구란 치명상을 당해 활동을 접었다.

고등학교 동창이자, 음악적 동지였던 친구의 불행에 함께 혼란과 고통을 겪으며 구준엽마저 일체의 음악 활동을 중단했다. 그러던 그들이 이제 다시 한 무대에 선 것이다.

구준엽의 매니지먼트사인 CJ미디어라인은 2일 "내년 여름 발표 예정인 새 앨범엔 강원래씨도 참여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CJ미디어라인의 손종민 실장은 "이미 이번 구씨의 앨범중 '오빠생각'이란 노래의 휘처링은 강씨가 맡았다. 이번 공연을 통해 볼 수 있듯 강씨가 라이브를 소화하는 데 별다른 무리가 없다는 판단이다. 팬들의 성원도 예상외로 뜨겁다. 무엇보다도 구씨가 강씨와 함께 작업하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강원래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그는 "기회가 온다면 다시 노래를 부르고 싶다"고 말한다. "이젠 어떤 책임감을 느낀다. 단순히 나 혼자 힘들다고 포기해선 안 될 듯 싶다. 나를 바라보고 있는 수많은 장애우를 보노라면 그들에게 어떤 희망을 주어야 한다는 생각이다"라고 덧붙였다.

문제는 강원래의 건강이다. 그는 "중추신경이 다쳐 사실 가슴 부분까지 마비 상태다. 일반인보다 폐활량이 크게 모자란다. 느린 템포는 소화할 수 있지만 빠른 곡은 다소 버겁다. 다른 사람에겐 우스울지 모르지만 나에겐 풍선 불기가 가장 큰 운동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의욕만큼은 누구보다도 강하다. "노래를 다시 부르니 살 것 같다. 아무리 깊은 절망이라도 한줄기 빛은 있어야 하지 않겠나. 예전의 댄스 가수가 아닌 상처를 겪은 뒤 달라진 내면의 노래를 들려주고 싶다."

끝없이 자기 복제가 가능하다는 클론. 진정한 클론의 탄생은 바로 지금부터일지 모른다.

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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