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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업종전문화·고도화 전략/신세계·전주제지 분리결정 안팎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비주력업종… 신규 투자등에 한계/이 회장이 9월 LA서 최종 결심
삼성그룹이 신세계백화점과 전주제지를 그룹계열에서 분리,독립경영토록 하겠다고 밝히고 나서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재벌기업의 경제력 집중이 완화되어야 한다는 국민의 여론이 높아지고 정부도 이에 초점을 맞춘 정책의 가닥을 잡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그룹은 6일 아침 두계열사의 분리방침을 발표하면서 『그룹의 경영력을 전자·중공업·종합화학등 제조업분야에 집중해 업종전문화와 고도화를 기하는 동시에 두 회사의 장기 성장발전을 위해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밝히고 있다.
이를 위해 삼성그룹은 빠른 시간내에 지분정리,채무보증해소,관련 계열회사로부터 인원철수등 필요한 법적절차를 밟고 그 이전이라도 그룹차원의 종합적인 인사·자금관리를 중단함으로써 실질적인 독립경영체제에 들어가도록 한다는 것이다.
또 그룹과 두회사의 임원겸직은 6일자로 정리하며 새로운 채무보증·상호차입을 중지하고 기존의 채무보증도 만기가 되면 재보증하지 않고 차입금도 만기시 상환한다는 방침을 분명히 밝혔다.
삼성그룹은 계열사의 분리가 지난 6월부터 시작됐으며 이창희 새한미디어 회장이 타계하는 과정에서 이건희 회장의 지시로 이창희 회장이 대주주로 있는 제일합섬의 분리여부를 검토한 것이 계기가 됐다고 밝히고 있다.
검토과정에서 제일합섬은 일본기업(도레이)과의 합작관계 등으로 분리불가 방침이 내려졌지만 신세계와 전주제지를 분리하는 것으로 최종결정했다.
삼성그룹이 두회사의 분리를 결정한데에는 신세계의 최대 주주가 고 이병철 회장의 5녀인 이명희 신세계 상무(11.4%),전주제지의 최대 주주가 장녀인 이인희 호텔신라고문(6.7%)이라는 소유구조의 특성과 정부의 주력업종제도 등에 따라 비주력기업은 자금조달과 신규투자에 오히려 제약을 받는다는 사실들이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삼성측은 또 21세기 초 일류기업을 지향하는 그룹 경영목표에서 몸을 가볍게 해 힘을 모아야 한다는 것이 이건희 회장의 지론이며 여기에 재벌기업의 유통·서비스겸업에 대한 따가운 시선도 작용했다고 밝히고 있다.
이번에 분리된 두 계열사에 내려진 기준이 그대로 적용될 경우 호텔신라·안국화재 등의 추가분리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으나 삼성그룹은 이번 결정이 4개월여의 종합검토끝에 내려진 것이며 앞으로 추가분리는 결코 없을 것이라고 분명히 밝히고 있다
이같은 삼성그룹의 계열사분리가 재계에 미칠 영향은 상당히 클 것으로 보인다.
한편 삼성그룹 비서실의 고정웅 전무는 6일 두계열사의 분리·독립과 관련,기자회견을 가졌다.
다음은 그 요지.
­앞으로 구체적인 분리작업은 어떻게 해나갈 것인가.
▲지분정리,채무보증 해소등 제반 법적 절차를 완료하고 주 거래은행인 한일은행에 「계열기업 분리 승인 신청」을 내려고 한다.
법적인 절차를 마무리 짓는데 상당기간이 걸릴 것으로 본다.
­지분 정리는 어떻게 할 작정인가.
▲상장회사 주식은 증권시장에서 매각하겠다.
예컨대 삼성그룹의 다른 관계사가 갖고 있는 신세계·전주제지 주식(모두 상장)은 증권거래소를 통해 팔겠다는 것이다.
또 신세계나 전주제지가 보유하고 있는 삼성그룹 계열사의 주식 가운데 비상장회사 주식(예컨대 삼성신용카드)은 법이 정한 평가기준에 따라 서로 양수·양도하게 된다. 보유 주식을 서로 상계한다는 뜻이다.
­신세계와 전주제지 이외의 계열회사들에 대해서도 분리경영을 한다는 소문들이 많이 나돌고 있는데.
▲신세계와 전주제지 말고는 분리경영을 전혀 검토하고 있지 않다. 앞으로 분리경영은 더이상 없다.
호텔신라를 거론하는 사람도 있지만 외국합작사가 6군데나 돼 분리경영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다.
­발표만 해놓고 부지하세월로 흐지부지될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있는데.
▲그룹차원의 인사·자금·봉급체계는 6일부터 사실상 중단되고 이 두회사와 여타 계열사간의 돈을 빌리고 빌려주는 일도 없을 것이다.
삼성그룹으로 보면 사실상 이 두회사는 더이상 같은 계열이 아니다.
­계열사 분리의 추진과정은.
▲우리는 이를 「이회장의 LA구상」이라고 부른다.
이회장이 대통령을 수행,지난 9월 미국으로 간뒤 LA에서 최정 결심을 했다. 지난달 25일 귀국하기 직전에 실무적으로 분리를 검토하도록 지시했었다. 약 4개월 동안의 충분한 검토과정을 거쳤다고 보면 된다.
­분재의 시각으로 보는 사람도 적잖은데.
▲그렇지 않다.
공교롭게도 가족들이 대주주로 있는 회사가 분리되니 그런 말이 나오는 것 같은데 더 대승적인 차원에서 내린 결정으로 봐달라.<박의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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