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공인중개사 김정곤씨|"고객발길 뚝…「이사철특수」도 실종"|「노른자」강남에 자리잡았지만 복덕방 폐업 속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요즘에는 길만 물으러오는 사람도 반가울 정도입니다.』 공인중개사 김정곤씨(45)의 푸념이다.
김씨는 「부동산 1번지」로 꼽히는 서울 강남에서도 한복판인 신사동네거리 큰길가에서 복덕방을 하고 있는 베테랑이지만 꽁꽁 얼어붙은 부동산 경기의 한파앞에서는 속수무책이다.
『매물은 산더미처럼 쌓여있는데 사려는 사람이 없어요.』 이 때문에 값도 크게 떨어져 올 봄에 평당 1천5백만원씩 했던 단독주택이 1천1백만원에 급매물로 나와 있으나 찾는 사람이 없고 빈사무실이 늘면서 임대계약 경신때 임대료를 평당2백만원에서 1백80만원으로 오히려 낮춰주는 「기현상」까지도 나타나고 있다는것.
『매매는 전혀 이뤄지지가 않기 때문에 임대거래로 근근히 버티고 있으나 올가을에는 「이사철 특수」마저 실종돼버렸어요.』
김씨는 『지난해말 부동산경기의 위축을 예상, 르망·살롱등 갖고 있던 차 2대를 팔아 프라이드로 바꾸고 직원도 2명에서 1명으로 줄였으나 요즘에는 직원 월급·사무실 임대료등 한달최소유지비(1백50만원)를 감당하기에도 벅찬 실정』이라고 말했다.
강남지역의 경우 국내 부동산경기를 주도하는 「노른자위」지역임에도 불구, 매달 30곳 이상씩의 동료업체들이 전·페업을 하고 있고 최근에는 페업신고없이 문을 닫아 허가취소된 업소만 50여곳에 이르고 있다는것.
현재의 침체현상은 공급확대, 토지공개념 실시외에도 「집값이 더 떨어질 것」으로 보는 일반시민들의 기대심리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이어서 적어도 내년까지는 각종 선거에도 불구, 침체가 계속될 것이라고 김씨는 전망했다.
그러나 『주택의 절대수가 모자라는 상황이기 때문에 언젠가는 되오르게 될 것』이라며 『소형주택 위주의 공급확대시책이 계속돼야한다』는 건의도 잊지 않았다.
공병장교출신인 김씨는 중령으로 예편한 뒤 잠시 구멍가게(식품점)를 차렸다가 지난 85년 공인중개사1회 시험에 합격, 전업한 특이한 경력을 갖고 있다.
그는 중개업협회 강남지회장도 맡고 있는데 『부동산중개업자에 대한 일반 국민들의 부정적인 인식이 가장 안타깝다』며 『선진화된 전문경영기법을 도입하고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업계의 과제』라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