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딸이 쏟아내는 말에서 영감 얻었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0면

시인 신현림(46.사진)씨가 처음으로 동시집을 펴냈다. 비룡소의 '동시야 놀자'시리즈 첫 권 '초코파이 자전거'다. '세기말 블루스''해질녘에 아픈 사람' 등 기존 시집에서 현대인의 불안감과 소외감.우울함 등을 담아냈던 그가 이번엔 동심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봤다. 일곱 살배기 딸을 키우는 엄마여서 가능했던 작업이다. 소재는 일상. 목표는 '꺄르르'웃음 소리다.

'아빠 방귀 우르르 쾅 천둥 방귀/엄마 방귀 가르르릉 광 고양이 방귀/내 방귀 삘리리리 피리 방귀'(방귀) '주물럭주물럭/조물락조물락/내 양말 내 팬티야/조잘조잘/그만 떠들어라…'(빨래) 등 딸의 웃음이 터진 시를 1년 3개월 동안 차곡차곡 모았다. "딸이 쏟아내는 말에서 영감을 얻고, 이불 위에서 함께 뒹굴뒹굴 구르며 더 재미있는 표현을 찾았다"고 하니, 딸 서윤이와의 공저라 해도 될 법하다.

그가 동시를 쓰게 된 계기는 "동시집이 너무 없어서"이기도 했다. "학습에 직접적인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해서인지 엄마들이 동시집은 별로 많이 안 사준대요. 그래서 서점에 가봐도 동시집은 종류가 많지 않아요."

하지만 "동시는 사물을 꿰뚫어보는 안목을 키워준다"는 게 그의 소신이다. 또 동시의 비유법은 상상력을 키워주는 비법이라고 귀띔했다. 생텍쥐페리는 어렸을 때 형제들끼리 시 쓰기 놀이를 하며 상상력을 키웠다는 말과 함께.

말의 재미도 시 속에서 더 맛깔나게 즐길 수 있다. 신씨는 "다양한 의성어.의태어를 사용해 말이 우리 마음과 감각에 어떻게 젖어드는지 풀어봤다"고 말한다. '보들보들한 빵에/야들야들한 치즈를 먹어도/배고파서/맨들맨들한 절편을 먹었더니/기분 좋아/간들간들한 콧노래를 불렀다'(배고파서) 처럼 반복되는 리듬에도 신경을 썼다.

신씨는 동시의 매력을 하나 더 들었다. 바로 딱딱했던 마음이 풀린다는 것. 그 자신도 1년여를 동시에 빠져 살며 대화법이 바뀌었단다. 그가 들려준 에피소드 하나. 며칠전 아침에 꾸물거리는 서윤이를 보다못해 신씨가 군밤을 한 대 때렸다. "나 상처받았어"라며 확 시무룩해진 서윤이.

"엄마가 꿰매줄게.""바늘로 꿰매면 아플 텐데.""아니야, 구름바늘.구름실로 꿰매면 하나도 안 아프대." 시적인 대화는 모녀 사이를 다시 웃음으로 이었다.

글=이지영 기자a href="mailto:jylee@joongang.co.kr">jylee@joongang.co.kr>
사진=김상선 기자 <sskim@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