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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작 엎드린 상하이 기세등등한 베이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6면

중국 최대의 연례 정치 행사인 전국인민대표대회(全人大)와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政協)에 참가한 상하이(上海)와 베이징(北京) 대표단의 표정이 엇갈리고 있다. 베이징 대표단은 활기가 넘쳐 나는 반면 상하이 대표단은 숙연한 분위기다.

이렇게 표정이 서로 다른 것은 지난해 상하이에 불어닥친 상하이방(上海幇) 사정 한파, 그리고 내년으로 다가온 베이징 여름 올림픽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상하이방 몰락에 고개 숙인 상하이=7일 베이징의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인대 상하이 대표단의 전체회의는 시종 침울한 상태에서 진행된 것으로 전해진다. 상하이방의 좌장인 황쥐(黃菊) 국무원 부총리가 예상을 깨고 참석하긴 했지만 무거운 분위기를 바꾸진 못했다.

췌장암 때문에 올 가을 17차 당대회 때 사퇴할 것이라는 가능성이 제기돼 온 황 부총리는 상하이 대표단을 접견한 자리에서 이례적으로 비리 문제를 직접 거론했다. 그는 "법과 제도상의 허점을 제거하고 고위 지도부의 부패를 잘 감시해야 한다"고 지적한 뒤 "중앙정부의 방침을 잘 따라야 한다"고 덧붙였다.

황 부총리의 발언은 지난해 9월 상하이 시의 사회보장기금 불법전용 비리가 폭로되면서 천량위(陳良宇) 당시 상하이 당서기와 추샤오화(邱曉華) 국가통계국장을 비롯한 다수의 상하이 고위 인사가 축출된 사건을 지적한 것이다. 당시 비리사건으로 상하이방은 상당한 타격을 입었고 세계적인 도시로 도약해 온 상하이는 하루아침에 비리 복마전이란 오명을 얻고 말았다.

천 전 서기 퇴진 이후 시 당서기직을 대행하고 있는 한정(韓正) 상하이 시장은 이날 중앙정부에 대한 충성을 거듭 다짐했다. 그는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이 상하이시에 내린 특별 지시를 비롯, 중앙정부가 추진하는 거시경제 통제 정책을 충실히 따르겠다"고 다짐했다. 원자바오(溫家寶) 총리 앞에서 책상을 내리치며 경기 과열 논쟁을 했던 천 전 서기 때의 기세를 찾아보기는 어려웠다.

◆올림픽 준비에 활기찬 베이징=이번 전인대와 정협에 참석한 베이징 대표단은 매일 베이징 올림픽과 관련한 희망찬 메시지를 쏟아내고 있다. 정협 위원을 겸하고 있는 베이징 올림픽 조직위원회의 리빙화(李炳華) 부주석은 "이달 하순부터 전 세계인을 대상으로 올림픽 기간에 안내를 맡을 중국어 자원봉사자를 모집한다"며 홍보에 열을 올렸다.

7일 열린 전인대에 참석한 류치(劉淇) 베이징시 당 서기와 왕치산(王岐山) 베이징 시장의 얼굴엔 웃음기가 떠나지 않았다. 특히 중국 공산당의 원로 중 한 명인 야오이린(姚依林)의 사위인 왕 시장은 "20여 일간 열릴 내년 올림픽에 중화민족의 이미지가 걸려 있는 만큼 모든 기회를 십분 활용해 올림픽을 준비하겠다"고 다짐하며 홍보에 열을 올렸다.

베이징 지도부에 대한 시민의 평가도 어느 때보다 후하다. 중국 언론들은 "왕 시장이 2003년 중증 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SARS)이 발생했을 때 과단성 있게 대응해 위기를 잘 넘겼고, 최근에도 민생 문제를 비교적 잘 처리하고 있다는 평가를 시민들에게서 받고 있다"고 전했다.

베이징=장세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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