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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사 테러는 환경 주권의 문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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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몽골 남부 지역의 유목민들이 모터펌프로 퍼올린 물을 양과 염소에게 주기 위해 호스를 끌어당기고 있다. 3500만 마리의 가축 방목으로 몽골의 초원은 빠르게 사막으로 변하고 있다. 최근 5년간 760개의 호수와 683개의 강, 1484개의 샘물이 말라붙었다. 사막의 확산은 한반도의 황사에 영향을 미친다. 멀리 유목민의 집인 게르가 먼지 속에 희미하게 보인다. [오문고비=김경빈 기자]

고비사막 남부의 멀츠크엘스 지역에 설치된 모래 유실방지 시범 사업장. 바람을 타고 이동하는 모래의 속도를 줄이기 위해 설치한 20cm 높이의 돌들이 1년 만에 거의 파묻혀 있다. [사진=김경빈 기자]

"7~8년 전만 해도 매년 1000여 명의 관광객이 찾아와 수영을 즐기던 곳입니다. 지금은 소금가루와 먼지만 날립니다."

몽골 남부 보그드군(郡)에 있는 어르그 호수를 지나는 차 안에서 이 지역 돌람도르츠 부군수는 한숨을 쉬었다. 부군수의 말을 듣는 순간에도 기자의 입 안은 모래가 씹혔고 목은 따끔거렸다. 호수였다는 곳은 잿빛에 먼지만 날리고 있었다.

고비사막 북쪽 100㎞에 위치한 어르그 호수는 서울시의 4분의 1이나 되는 거대한 호수였지만 2004년 물이 완전히 말라 버렸다. 호수 인근은 초지였지만 지금은 절반 이상이 모래로 덮여 있었다. 사막으로 변하고 있는 것이다.

몽골 자연환경부 잉흐만다흐 차관은 "최근 5년간 760개의 호수와 683개의 강, 1484개의 샘물이 말라 붙었다"고 사막화의 심각성을 설명했다. 한반도에 영향을 미치는 황사의 24%가 몽골에서 시작된다. 지난해 '4.8 황사테러' 때와 같은 일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한양대 홍용표(정치외교학) 교수는 "몽골.중국에 문제 해결을 적극 요구해 환경주권을 지켜야 한다"며 "황사 조기예보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몽골.중국 등은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잉흐만다흐 차관은 "지구 온난화가 사막화의 주된 이유"라며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주변국 중국(세계 2위), 러시아(3위), 일본(4위)과 미국(1위)에 책임을 돌린다.

정서용 명지대 국제법 교수는 "연간 7조원에 달하는 황사 피해를 줄이고 중국.몽골의 사막화를 막기 위해서는 한국이 동북아 다자간 협력체제 구축을 주도해 해결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동안 한.중.일 3국은 환경장관회의를 여덟 차례나 했지만 뚜렷한 성과가 없었다. 황사 얘기가 나오면 일본은 해양쓰레기 문제, 중국은 전자폐기물 수출 문제를 꺼내는 바람에 논의가 겉돈다는 게 회의 참가자들의 전언이다.

이치범 환경부 장관은 "장관회의에서 황사 문제를 심도 있게 논의할 수 없어 국장급 회의 개최를 요구했고, 12~13일 울산에서 첫 회의가 열린다"고 말했다.

환경부 정연만 국장은 "몽골 그린벨트 사업에 참여한 기업들에 '온실가스 배출권'을 충분히 주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아시아개발은행(ADB)이나 유엔 지구환경금융(GEF) 등에서 자금을 끌어오는 것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울란바토르=강찬수 기자<envirepo@joongang.co.kr>
사진=김경빈 기자 <kgbo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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