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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대구'유치도 바쁜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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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김정길 대한체육회장은 7일 오전 서울 방이동 올림픽 파크텔에서 긴급 이사회를 소집했다. 뭔가 큰 일이 생겼나보다 했지만 안건은 간단했다. 최근 문화관광부가 '체육인재 육성재단' 법인 등록을 마치고, 초대 이사장으로 배종신 전 문화부 차관을 선임한 데 따른 대책회의였다.

개회 초부터 문화부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김 회장은 회의에 참석한 조현재 문화부 체육국장을 향해 "이런 재단을 만든다는 것을 최근에야 알았다. 문화부가 체육회와 사전 협의 없이 새 단체를 만들어 똑같은 사업을 하려는 이유를 알 수 없다"고 포문을 열었다. 체육인재 육성재단 당연직 이사인 김재철 체육회 사무총장도 "정부가 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협의회 통합을 추진하고 있으면서도 또 다른 조직을 만든다는 것은 의구심을 갖게 한다"고 했다.

격앙됐던 분위기는 그러나 조 국장의 설명 후 곧 가라앉았다. 조 국장은 "체육회와 사전 협의가 없었던 점은 불찰이지만 문화 분야에 쓰일 예산을 체육 분야로 끌어온 것이다. 예산을 어디에 쓰는가의 문제는 체육회와 상의해 집행하겠다"고 했다.

긴급 이사회는 싱겁게 끝났다. 김 회장이 의사봉을 두드리면서 결정한 것은 "자세한 사항을 알아본 뒤 체육회 업무와 비슷하다면 결연하게 대응하겠다"는 것이었다.

올해 문화관광부와 대한체육회가 할 일은 태산 같다. 27일이면 2011년 세계육상선수권대회 개최지가 결정되고, 4월에는 2014년 아시안게임, 7월에는 2014 겨울올림픽 개최지가 결정된다. 정부와 지자체, 유치위원회, 국민이 모두 힘을 합쳐 노력해도 좋은 결과를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런데 이 중요한 시기에 서로 손잡고 앞장서야 할 문화부와 체육회가 엉뚱한 '밥그릇 싸움'을 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도하 아시안게임 때 북한의 장웅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이 "IOC 위원들에게 한국에 대해 물으면 첫마디가 'no unity(따로 따로)'라고 한다. 2014년 겨울올림픽을 유치하려면 하나가 돼야 한다"고 쓴소리를 한 적이 있다. 문화부, 체육회 관계자들이 다시 한번 곱씹어 봐야 할 말이다.

성백유 스포츠부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