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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기아차 비상 경영 돌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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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현대.기아자동차가 과장급 이상 사무직 간부들의 임금을 동결했다. 근래 환율 하락과 해외 판매부진 등으로 비상경영을 선언한 수출 대기업들이 늘어나고 있어 이번 동결 조치의 업계 파장이 주목된다.

현대자동차 고위 관계자는 "지난달 과장급 이상 연봉계약을 하면서 전원 임금을 동결했다"고 7일 말했다. 그는 또 "기아차의 경우 임금 동결 외에 임원의 보너스를 20% 반납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다른 계열사에도 이런 움직임이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대기업 가운데 사무 관리직의 임금을 동결한 건 올 들어 처음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일부 지역 수출 부진 등으로 지난해 영업이익률이 5% 이하로 떨어졌고 기아차는 외환위기 이후 처음 영업적자를 내는 등 경영환경이 악화돼 사무직 간부부터 자발적으로 임금 동결에 동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노조도 회사 사정을 살펴 임금협상에 임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지난해 초에도 임직원 집회까지 열어 비상경영을 선포하고 과장급 이상 임금을 동결하면서 노조에 임금동결을 제안했다가 거부당했다. 현대차는 이후 비자금 사건이 터져 장기화하자 지난해 10월 임직원 사기 진작 차원에서 동결한 연봉 기준으로 7% 이상 올려줬다. 임원급 이상은 평균 15%를 올려줘 사실상 임금동결을 이루지 못했다.

한편 노조 관계자는 "새 집행부에 누가 오든지 지난해 1조2000억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낸 상황에서 임금동결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전자업계도 임금인상률을 낮추고 있다. LG전자는 생산직 임금을 평균 2.7% 올리기로 했다. 2004년 이후 연 6% 이상 올려온 데 비해 인상 폭이 절반 이하로 준 셈이다. 이 회사는 LCD TV의 판매 부진과 PDP 패널 가격 급락 탓에 지난해 434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노사협의회를 통해 사무직은 2%, 생산직은 5% 정도 임금을 올리기로 했다. 이 회사는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둔 2004년 5% 인상률을 기록한 이후 2005년과 지난해 3% 정도씩 임금을 올렸다. 다만 매년 결산 후 최고 연봉의 50%까지 초과이익 분배금(PS)을 지급하기 때문에 임금 인상률은 큰 의미가 없다는 입장이다.

제네바=김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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