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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 개방 60일전/외국증권사 움직임 활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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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국내사 대응전략에 부심/눈덩이 핫머니 “발등의 불”/시티등 4사 지점설치 서둘러
한나라 경제개방의 마지막단계인 자본시장 개방이 이제 꼭 두달 남았다. 주식시장의 빗장이 과연 어떤 식으로 풀릴지에 대한 관심이 증폭돼가는 가운데 개방의 예고탄 성격인 현상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우리 주식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만한 것도 있지만,나쁜 영향을 끼칠 우려가 있는 것도 보인다. 외국인의 국내주식 직접투자는 이미 시작됐다. 우리 기업들이 해외에서 발행한 채권인 해외증권을 갖고있던 외국의 은행·증권사들이 이를 국내주식으로 바꿔 매각한 대금으로 지난달 다른 국내주식을 사들였다.
1일현재 증권감독원으로부터 투자등록증을 받은 외국인은 영국계 투자펀드인 KLF,프랑스계 엥도수에즈은행 룩셈부르크현지법인,영국계 쉬로더증권사등 3곳. 이들은 이미 8억4천만원의 해외증권전환주식매각대금으로 한국이동통신·현대자동차·롯데제과·장기신용은행 등의 주식을 매입했다.
지난달 14일 엥도수에즈은행이 매입한 종목은 일제히 상승행진을 했다. 특히 한국이동통신은 15일부터 19일까지 연 5일간 상한가를 기록,주당 거래가격이 4만9천원대에서 1주일만에 6만2천원대로 껑충 치솟아 상장종목중 단순주가가 가장 높은 종목이 됐다.
코리아펀드·코리아유러펀드·코리아아시아펀드등 외국인들이 간접적으로 투자해놓은 3개 해외펀드에 편입돼 있는 종목들도 꿈틀거렸다. 주가를 주당 순이익률로 나눈 주가수익률(PER)이 낮은,즉 그 기업의 주식이 상대적으로 낮게 평가되고 있는 종목의 주가가 오름세를 보였다.
국내에 들어와 있는 외국증권사들도 해외손님 맞을 준비에 바쁘다. 국내에는 모두 24곳의 외국증권사 사무소가 있는데 이중 4곳에서 지점설치 준비를 하고있다. 영국계 베어링증권사와 자딘 플레밍사는 지난달 28일 재무부로부터 본인가를 받았으며 이달중으로 영업을 시작한다. 미국계 시티와 메릴린치사도 활발하게 준비중이다.
노무라·야마이치·다이와·닛코등 일본 4대증권사는 본국에서의 스캔들 때문에 94년까지 지점설치가 허용되지 않는다.
89,90년 증시침체에 따라 대졸신입사원 채용인원을 줄였던 국내증권사들도 개방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위해 올해는 작년의 5배 정도를 뽑는다. 나라밖에서도 변화가 일고 있다.
해외시장에서 유통·발행되고 있는 한국물 가격이 지난달부터 떨어지고 있다.
8월초까지만해도 30∼60%까지 붙던 프리미엄이 최근에는 30%이내로 뚝 떨어졌다. 실제로 지난 7∼8월 16∼17달러였던 코리아펀드는 10월들어 13달러내로 낮아졌다.
해외전환사채(CB)·신주인수권부사채(BW)의 프리미엄 또한 낮아지고 있다.
이는 한국증시에 대한 직접투자가 눈앞에 닥침으로써 간접투자방식인 해외증권의 인기가 떨어졌다는 것을 말한다.
대한국주식투자를 위한 투자펀드의 설립도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자본금 6천만달러규모로 한국내 주식만을 투자대상으로 하는 코리아그로스펀드(KGF)가 12월중 설립될 예정이다. 영국의 와버그증권은 쉬로더투자관리회사와 함께 1억달러의 쉬로더코리아펀드를 연내에 만들 계획이다.
그러나 국내에선 아직 미흡한 구석이 많다.
올해 부도를 낸 상장기업들의 회계장부가 엉터리였으며 그에 대한 외부감사도 엉망이었다는 점은 외국인투자가들의 한국기업회계처리에 대한 불신을 키울 소지가 있다.
투자자들은 한푼이라도 더 많은 이익을 안겨주는 쪽으로 몰려갈 수 밖에 없는데,국내 증권사들의 투자분석기법과 영업전략은 외국증권사에 뒤져있다. 한국산업증권이 최근 외국은행 국내지점과 외국증권사 국내 사무소 40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절반정도가 외국증권사에 비해 국내증권사의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보고있을 정도다.
지점설립 채비를 하고 있는 외국증권사의 영업전략은 다음과 같다.
▲미국계 시티증권 서부택 지점장=지점이름을 한글로 「시티증권」이라고 붙일 것이며 12월초 영업을 시작한다. 다른 세곳이 위탁영업(중개)만 하는 것에 비해 영업기금 2백억원으로 인수·자기매매등 증권업의 세가지 기본업무를 다할 계획이다. 한국시장이 발전가능성은 있지만 실물경제가 뒷받침하지 못하면 문제다.
시장개방과 함께 1억5천만∼2조원정도의 외국자본이 들어오리라고 보지만,지금같은 경제상황에서는 적극적인 투자가 어려울 것 같다. 앞으로 시장은 기업의 내재가치에 따라 움직일 것이다.
▲영국계 자딘 플레밍증권 필립 스마일리 지점장=이달중으로 곧 영업을 시작하며,일본·홍콩·대만등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미 확보된 국제기관투자가를 상대로 중개업무에 주력한다. 큰 무역적자·인플레·고금리등 좋지않은 경제여건이 투자하는데 걸림돌이 될 것이다. 정부주도아래 사회간접자본확충을 위한 투자가 계속될 것이므로 건설자재관련업종이 유망하며,같은 업종에서도 상대적으로 낮게 평가된 종목이 관심을 끌 것이다.
▲미국계 메릴린치증권 존 위스네스키 서울 사무소장=내년초 위탁매매만으로 영업을 시작한다. 수출이 주가 아닌 우량기업과 서비스관련업체가 유망한 투자종목이라고 본다.
▲영국계 베어링증권 던컨 로스 지점장=11일께 사무실을 현재의 교보빌딩에서 순화동 삼도빌딩으로 옮겨 영업을 시작할 예정이다. 현재 직원이 30명인데 외국인 기관투자가를 상대로 직접 장사할 수 있는 경험있는 외국인 10명정도를 더 충원할 계획이다.<양재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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