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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도밍고 리사이틀 파격적 개런티…"과소비 잔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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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세계적 테너 플라시도 도밍고의 서울공연(1l월16,18일 세종문화회관 대강당)입장료가 한국공연예술사상최고인 15만원(S석)으로 정해진데 대해 예술계와 음악애호가들은 「너무 비싸다」며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느낌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그리 많지 않은 12만·10만·7만원짜리 A·B·C석이 예매가 시작되자마자 다 팔리고 공연을 20여일 앞둔 지금 S석밖에 남아있지 않다는 예매처의 설명에 분통을 터뜨리는 사람도 상당수.

<볼쇼이 최고액 12만원>
○…88년 서울올림픽을 계기로 세계정상급 예술단체들의 내한공연이 잦아지면서 이탈리아의 라 스칼라 오페라와 소련 볼쇼이발레·레닌그라드필 등의 대형공연이 이어졌다. 이들 대형공연의 입장권은 최고액이 12만원.
수백명의 출연자와 엄청난 공연 장비가 동원된 공연도 그 같은 수준이었는데 도밍고의 공연은 개인 리사이틀임에도 과감히(?) 15만원짜리 입장권을 내놓은 것.
사업성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해 이를 주관한 서울기획은 그렇다 치더라도 공영방송 KBS가 이를 주최한 것은 더욱 문제라는 것이 문화예술인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동남아공연 모두 취소>
○…도밍고 초청공연에 사용한 외화는 문학부가 공식 승인한 액수만도 38만달러(약 3억원). 30만달러는 2회 공연에 대한 개런티, 8만달러는 녹화료라는 것인데 국제음악계의 공연료 수준을 고러할 때 최소 3배 이상의 바가지(?)를 썼다는 것이 공연기획관계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이야기다. 도밍고가 다른 동남아지역 공연을 모두 취소했으면서도 한국무대만은 외면하지 않은 것도 이 같은 파격적 초청조건 때문이라는 소문.
또 실제로는 문화부가 승인한 외화사용액보다 더 많은 대가를 치르면서 이 공연을 추진했다는 소문이 파다한데, 어쨌든 이런 공연을 승인한 문화부도 책임을 면할 수 없다는 여론이다.

<"허영심 세계정상" 비난>
○…세계정상급 발레단으로 손꼽히는 소련볼쇼이발레단 내한공연 때 발레단과 오키스트라 단원 2백여명이 동원됐는데 공연당 5만달러, 세계정상급 교향악단으로 정평 있는 체코필의 경우도 1회 공연에 l만8천달러 정도씩 각각 지급됐다. 동구권은 그렇다하더라도 서양의 세계적 오키스트라들도 1회 공연료가 10만달러를 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결국 1백여명의 연주자와 「세기의 거장」으로 추앙받는 지휘자가 받는 개런티를 모두 합친 것보다 더 많은 돈을 주고 「모셔온」 도밍고의 노래를 한국의 청중들이 듣게된 것. 선진국에서도 특별자선공연 등 아주 예외적인 경우를 빼면 입장료가 l백달러(약7만6천원)를 넘는 예가 좀처럼 드문 사실을 고려한다면 『도밍고 초청공연을 계기로 확인된 한국인의 문화적 과소비 의식 내지 허영심도 가위 세계정상급』이라는 자조의 소리를 듣게됐다.

<김경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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