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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회담선 도장 찍읍시다”/평양 총리회담 대표단 귀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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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한반도 평화시대 오고있다”/남/“비관적이던 민심돌아섰다”/북
▷평양출발◁
○…정원식 총리와 연형묵 북한 총리는 25일 오전 8시20분쯤 평양역으로 출발하기에 앞서 숙소인 백화원초대소 응접실에서 약 20분간 평양의 3박4일과 5차 서울회담 등을 화제로 환담을 나누었는데 24일 공동보도문에 합의한 때문인지 시종 밝은 분위기.
정총리는 『비록 3박4일 밖에 안되지만 옛친구처럼 느껴진다』며 『모든 회담이 다 그렇지만 신뢰구축이 중요한데 이번 회담은 그런점에서도 성과가 있었다』고 하자 연총리는 『어제(만찬)분위기도 아주 좋았다』고 화답.
이어 연총리는 『5차 회담은 잘돼야죠』라며 정총리를 응시했고 정총리는 『시작이 반이라는 말도 있듯이 5차 회담때 우리는 사인만 하도록 하고 남은 시간은 관광이나 하자』고 응답.
○홀가분한 기분으로 귀경
○…25일 오전 9시 평양을 출발한 정원식 총리가 특별열차안에서 북측 차석 대표인 안병수 조평통부위원장 등과 이번 4차 회담 등을 화제로 환담을 나누며 낮 12시40분쯤 개성역에 도착.
정총리는 개성으로 오는 도중 몇몇 남북기자들이 찾아와 회담결과에 대한 소감을 묻자 『이번 회담은 남북간 화해·불가침·교류문제에 타결을 보지도 못했으나 지난 세차례 회담의 교착상태로부터 타결을 위한 돌파구를 열었다는 의의가 있다』고 자평.
정총리는 『이제 남북간 합의를 위한 그릇은 만들었으나 앞으로 이것에 무엇을 담느냐가 문제』라고 실무대표접촉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그래도 그릇을 만들었다는데서 꽤 홀가분한 기분으로 서울로 간다』고 피력.
동석한 안병수 북측 대변인은 『이제 관심의 초점은 4차 회담의 공동보도(발표문)자체보다 5차 회담의 운명에 달려있다』고 내용상 합의의 필요성을 지적하면서 『실무회담에 진척과 관계없이 실무회담에서 맺힌 고리를 풀기위해서라도 5차 서울 회담을 해야 한다』고 실무­본회담 불연계 입장을 강조.
안대변인은 『큰분들(양측 총리)이 왔다갔다 하는데 빈손으로 서울고 평양을 다닐 수 있느냐』면서 『두 총리들은 예비회담에서 다 해결하고 도장이나 누르면 된다는 생각일 것』이라며 정총리의 동의를 구하기도.
○…정총리등 우리측 대표단 일행은 개성을 거쳐 낮 12시50분쯤 판문점 북측지역 통일각에 도착,이곳까지 전송나온 김광진 차석대표등 북측대표 6명과 작별.
정총리는 이자리에서 『이번 회담에서 돌파구를 열게돼 올때보다 가벼운 마음으로 돌아간다』고 심경을 피력.
이에 대해 안병수 북측 대표는 『그간 세차례 회담에서 비관적이던 민심을 이번 회담을 통해 일단 멈춰놓았다』고 화답.
대표단은 북측 대표들과 10여분동안 5차 서울 회담에 대한 기대감 등을 표시하며 환담한뒤 북측이 마련한 여덟대의 벤츠 승용차를 타고 군사분계선을 넘어 귀환.
○…고위급회담 남측 대표단 이동복 대변인은 판문점 남측지역 평화의 집 도착직후 발표한 도착성명에서 『평양방문을 통해 한반도에 평화의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는 확신을 갖고 돌아왔다』고 평가.
이대변인은 『만족할 만한 구체적 문안내용 합의에 까지는 이르지 못했으나 이번 회담에서 「화해와 불가침 및 교류협력」을 명기하는 단일합의서를 채택키로 남북이 합의한 것은 전향적인 성과』라고 강조.
○정치색 없는 전통 음악만
▷인민문화궁전◁
○…24일 저녁 인민문화궁전에서 개최된 양형섭 북한 최고인민회의 의장 주최 만찬은 7시40분부터 9시45분까지 2시간여에 걸쳐 화기애애한 분위기속에서 진행.
이날 만찬에는 우리측 대표단과 수행원·기자단등 전원이 참석했으며 북측에서는 양의장이 IPU 총회참석차 출국중이어서 백인준 부의장과 연형묵 총리를 비롯한 북한 정부당국자·언론인·교수등 각계각층의 인사들이 참석해 우리측 인사들과 자리를 같이 했는데 헤드테이블과 30개의 원탁에 모두 2백52명이 참석.
이날 공연은 능수버들 가야금병창 약산동래등 정치색이 배제된 우리 고유의 가락을 담은 노래로 엮어 흥응 돋우었으며 양측 인사들은 서로 자리를 오가며 술잔을 주고 받는등 매우 화기애애한 분위기.
○“통일된 후에 사진찍죠”
▷제1백화점등 방문◁
○…정원식 총리를 비롯한 남측 대표단 일행은 24일 오후 5시쯤 평양시 중구역에 있는 제1백화점을 김옥순 지배인(여)의 안내로 약 20분간 참관.
정총리는 1층 그릇가게에서 도자기로 만든 밥탕기에 관심을 표명하면서 값을 물어봤고 그후 아동복 상점에서는 빨간 색깔의 점퍼를 만져보며 『색깔이 참 예쁘다』고 말하자 점원은 『어린이 옷의 40%는 국가가 보상한다』고 설명.
정총리는 3층 여성복상점에 들러 빨강·파랑·쑥색의 스카프 3장을 구입했는데 이때 점원은 『조국통일에 힘써 주십시오』라고 말했고 정총리는 이에 『여러분의 통일열망을 다 알고 있다』고 답변.
정총리가 백화점을 나서자 김지배인은 상냥했던 태도를 돌변,『임수경을 풀어주세요. 총리선생은 그런 권한이 있지 않습니까』라고 말했고 정총리는 이에 웃음으로 답변을 대신.
정총리 일행이 백화점을 방문한 시간대에 퇴근시간과 일치해서인지 백화점에는 쇼핑나온 주민들로 북적거렸는데 특히 교복을 입은 김책 공대생들이 눈에 많이 띄어 이채.
한편 골동서화상점에 근무하는 여성 판매원은 『사진을 좀 같이 찍자』는 남측 대표단 일행의 요구에 『통일된 다음에 찍읍시다』라며 거절하기도.<평양=박병석기자>
□남북한 제안의 주요내용
●남
화해:▲신문·라디오·TV개방
▲이산가족 자유왕래 및 재결합추진
▲상주연락대표부 설치
불가침:▲무력불사용
▲군사정보교환 및 군인사 교류
▲군당국자간 직통전화 설치
▲비무장지대의 완충지대화
▲상주감시체제 교환운영
▲군사력불균형시정 및 군축
▲6개월내 군사위 설치
교류협력:▲경제·문화등 각분야 교류협력실시
▲3통 및 경협지원보장
▲육·해·공로 개설
▲판문점 우편교환대설치
▲공동대외진출
▲6개월내 남북통행,통신,통상 및 경협위구성
기타:핵개발 중단
●북
화해:▲상대방 사상제도 인정
▲내부 불간섭 및 비방중상 중지
▲파괴전복행위 불허
▲2개월내 정치분과위 구성
불가침:▲무력불사용
▲군당국자간 직통전화 설치
▲군비경쟁중지 및 군축
▲불가침 존중위한 대외적 조치 강구
▲2개월내 군사공동위 구성
교류협력:▲경협실현
▲철도·도로연결,해로·항로개설
▲이산가족 고통해소
▲국제무대경쟁지양 및 공동대외진출
▲2개월내 협력·교류분과위 구성
기타:▲박성희양 등 무사귀환 보장
▲팀스피리트중단
▲방북인사 석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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