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프리뷰&리뷰] 伊 페니체극장, 두번째 화재 7년만에 재개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6면

아라비아 사막에서 5백년마다 스스로 향나무를 쌓아올려 타죽고 그 잿더미 속에서 젊은 모습으로 다시 태어난다는 불사조(不死鳥).

이탈리아 베네치아의 명물 '라 페니체(불사조)' 극장이 1996년 1월 29일 화재 이후 7년 만에 잿더미를 박차고 화려하게 재탄생했다. 오는 14일 카를로 치암피 이탈리아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라 페니체 극장 오케스트라(지휘 리카르도 무티)가 베토벤의 '헌당식' 서곡을 연주하면서 재개관 페스티벌의 막이 오른다.

크리스티안 틸레만 지휘의 런던 필하모닉(15일), 정명훈 지휘의 산타 체칠리아 오케스트라(17일), 팝가수 엘튼 존 콘서트(20일), 마리스 얀손스 지휘의 빈 필하모닉 (20일), 유리 테미르카노프 지휘의 상트 페테르부르크 필하모닉(21일) 등으로 이어지는 재개관 페스티벌에 이어 2004-2005년에는 개막 작품으로 베르디의 '라 트라비아타'를 상연한다. 1853년 이곳에서 초연된 오페라사의 명작이다.

페니체 극장은 베르디의'라 트라비아타''리골레토'등 오페라사에 빛나는 걸작들이 초연된 곳. 소프라노 마리아 칼라스.레나타 테발디.테너 엔리코 카루소.루치아노 파바로티 등이 이 무대에서 세계 정상급 성악가로 발돋움했다.

당초 재개관은 99년 말로 예정돼 있었으나 건축업자 선정이 두 차례나 뒤바뀌면서 2001년 10월에 이어 두 차례나 연기됐다.

개보수가 아니라 원상 복구가 목표였지만 8백14석이 재개관 공사로 9백90석(오케스트라 피트 86석 포함)으로 늘어났다. 오페라.발레 공연뿐 아니라 교향악단의 단독 공연도 가능하도록 잔향 조절실도 마련했다. 총건축비는 6천만 유로(약 8백30억원). 객석 천장의 대형 샹들리에 제작에만 30만유로(약 4억2천만원)가 소요됐다.

테너 루치아노 파바로티는 화재 직후 "페니체가 없는 베네치아는 영혼 없는 육체와 같다. 불사조가 잿더미 속에서 날아오르도록 하자"며 모금운동에 나섰다. 이탈리아 정부는 물론 유네스코.유럽회의 등이 극장 재건을 위한 특별 예산을 마련했다.

오페라극장의 경우 객석 벽면의 장식도 음향에 영향을 준다. 악보.사진 등까지 불타버린 극장을 완벽하게 되살릴 수 있었던 것은 1836년 첫 화재 이후 페니체 극장을 재건한 토마소 메두나의 설계도가 다른 곳에 보관돼 있었기 때문이다.

천장 벽화와 무대막 그림도 그대로 재현했다. 이 과정에서 루키노 비스콘티 감독이 53년 이 극장을 무대로 촬영한 컬러 영화'센소'도 참고했다. 오스트리아 청년 장교와 백작부인 리비아의 비극적 사랑을 그린 영화다.

페니체 오페라는 화재 직후 상주 오페라 발레단이 공연할 임시 무대를 마련했었다. 화재 53일 만에 대형 서커스 텐트 '파라 페니체'에서 공연을 재개하는 한편 말리브란 극장(2천5백석)의 개보수에 착수했다. 1683년에 개관한 이 극장은 그동안 영화 상영관으로 사용돼오던 곳이었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