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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업체 "노조 요구에 임금 30% 연거푸 인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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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지난해 7월 말 중국 푸젠(福建)성 취안저우(泉州)의 월마트 진장(晋江)점에 노동조합이 생겼다. 전 세계 14개국에서 6600여 점포를 운영하면서 월마트가 고수해 온 '무노조' 원칙이 무너진 순간이었다. 당시 월마트는 근로조건 개선을 위한 중국 정부의 노조 장려 방침에 밀려 설립을 막지 못했다. 그 뒤 중국 월마트 점포들은 잇따라 노조를 세우기 시작해 지금은 중국 내 68개 점포 중 62곳에 노조가 설립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진출 기업들은 이제 노조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노조 결성이 급격히 늘고 있고 분규도 많이 증가하고 있다. 2000년 13만5000여 건이던 중국 내 노사 분규는 2005년 31만4000여 건으로 5년 새 130% 늘었다. 앞으로 외국 기업에서 특히 노조 결성이 많아질 전망이다. 한국으로 치면 한국노총이나 민주노총쯤 되는 중화전국총공회가 지난해 "외국 기업의 노조 결성률을 현재 30%에서 60%로 끌어올리겠다"고 선언했다. 중화전국총공회의 왕자오궈(王兆國) 주석은 전국인민대표대회 부위원장이다. 노조 결성률을 올리겠다는 게 사실상 중국 정부의 정책인 셈이다. 한국기업 중엔 벌써 노조 때문에 골치를 앓는 곳도 있다. 중국 난징(南京)에서 전기.전자 부품을 만드는 한국 업체 N사가 대표적이다. 이 회사는 2005년과 지난해 다섯 차례 노사 분규를 겪었다. 하나같이 임금.상여금.퇴직금 등을 올려 달라는 요구였다. 네 차례는 일부 근로자만 태업했으나 지난해 말에는 태업에 이어 모든 근로자가 하루 종일 파업하기에 이르렀다. 결과는 임금의 대폭 상승으로 나타났다. 중국 정부가 매년 최저 임금을 10% 내외 올리는 데다 태업.파업을 수반한 노조의 요구까지 겹쳐 이 회사는 2005년과 2006년 연거푸 임금을 30%씩 인상했다. 중국 정부는 노조 권한도 강화하고 있다. 현재 중국 정부가 심의 중인 노동계약법 수정안을 보면 회사는 임금.복지.휴가 등 모든 근로조건을 노조와 협의해 정해야 한다. 나아가 분규의 소지가 있을 때는 노조가 법원에 회사를 제소할 수 있게 했다. 이 법안이 시행되면 노조의 힘은 막강해진다.

특별취재팀:중앙일보=양선희(팀장).권혁주 기자(경제부문)
한국무역협회=송창의 중국팀장, 이승신 무역연구소 수석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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