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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취업 비 댄서 죽음 외교문제 비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병사” 주장에 “매춘강요 야쿠자가 살해” 맞서/비 노동장관 방일 조사… 양국 언론도 공방전
일본에 취업하고 있던 한 필리핀 출신 여성댄서의 갑작스런 죽음이 일본·필리핀 양국간 외교문제로 비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일본 당국은 문제의 필리핀 여인의 사인을 「급성 간염에 의한 병사」로 단정했으나,필리핀측은 「두부 외상이 직접 사인으로,학대에 의한 타살」이라고 주장,급기야 루벤 토레스 필리핀 노동장관이 사실 조사를 위해 17일 방일,일본 법무성과 노동성을 방문하는등 이례적 사태전개를 보이고 있다.
필리핀 상원은 18일 이 사건과 관련,일본에서 일하는 필리핀 여성 문제 공청회를 열어 『일본 야쿠자가 필리핀 여성 학대의 장본인이며,인신매매를 일삼은 일본 폭력단 경영회사가 수많은 필리핀 여성댄서를 일본에 불법 송출하고 있다』고 폭로,필리핀 국민들로부터 분노를 사고 있다.
필리핀 시민단체들은 이번 사건이후 연일 주필리핀 일본 대사관앞에 몰려들어 항의시위를 벌이고 있다. 항의시위의 배경에는 돈벌이를 위해 일본에서 일하는 필리핀 여성들이 일본에서 학대받고 있다는 뿌리깊은 불신이 깔려 있어 앞으로 사태전개가 주목된다.
사건은 지난달 14일,필리핀댄서 마리크리스 시오손양(22)이 후쿠시마(복도)현 하나와(교) 마을의 한 클럽에서 일하다 병원에서 갑자기 사망,병원측이 사인을 「급성간염」이라고 발표함으로써 표면화됐다.
시오손양의 시체는 지난달 하순 필리핀 가족들에게 인도됐지만 필리핀 국립수사국(NBI)이 시체부검 보고에서 유체에 자상과 타박상의 흔적을 확인,『사인은 두부외상』이라고 결론지음으로써 파문을 불러일으켰다.
이 검시 보고서는 필리핀 신문들에 대서특필,「야쿠자에게 살해」 「일본인들이 필리핀 여성에게 매춘강요」로 보도되면서 사회문제로 확대된 것이다.
일본 아사히(조일)신문은 20일 필리핀 댄서의 사인인 『병사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전문의사의 판단을 보도하는 한편,필리핀 언론기관이 과장보도를 하고 있다는 쪽으로 끌어감으로써 양국 언론간 마찰로 사태가 확대되고 있다.<동경=방인철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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