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창수, 한때 "미셸 위 아버지 아니냐" 수모당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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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선두로 나선 위창수가 1라운드를 끝낸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팜비치 가든스 AP=연합뉴스]

PGA투어에서 뛰는 골프 선수 위창수(35.미국 이름 찰리 위)는 아직 미국에서 이름이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

2005년 존 디어 클래식에 나갔을 때는 황당한 얘기도 들었다. 한 갤러리가 "저 사람이 미셸 위의 아버지 같은데, 아버지도 초청받았나 봐"라고 수군댔다.

위창수는 영어로 성을 'Wi'라고 쓰고 미셸 위는 'Wie'를 쓴다. 미국인들은 성의 발음이 같고 동양계인 둘을 한 가족으로 착각한 것이다. 사실 두 선수는 먼 친척도 아니다. 위창수는 강화 위(韋)씨, 미셸 위는 장흥 위(魏)씨다.

당시 남자대회에 출전해 센세이션을 일으키던 미셸 위는 컷 통과 여부로 큰 주목을 받았다. 미셸 위 덕분에 입장권 1만 장이 더 팔렸다는 얘기가 나왔을 정도다. 미셸 위는 1언더파로 아깝게 컷 탈락했고, 위창수는 그보다 못한 성적인 1오버파로 탈락했다.

위창수에겐 큰 수모였다. 10세 때 가족을 따라 미국으로 이민을 간 위창수(국적은 한국)는 18세에 최연소 캘리포니아주 아마추어 챔피언에 오른 유망주였다. 대학 4학년 때인 1995년에는 타이거 우즈, 스튜어트 싱크와 함께 미국 대학 올스타 8명에 뽑히기도 했다. 그런 위창수가 미셸 위의 그늘에 가려 '미셸 위 아버지 찰리 위'로 전락한 것이다.

위창수가 자신의 이름을 널리 알릴 기회를 얻었다. 2일(한국시간) 플로리다주 팜비치 가든스의 PGA 내셔널 리조트 챔피언 코스(파 70)에서 벌어진 PGA투어 혼다 클래식 1라운드에서 위창수는 7개의 버디(보기 2개)를 잡아 5언더파 65타로 단독 선두에 올랐다.

1라운드 평균 타수가 3오버파 73타일 정도로 어려운 코스였지만 위창수는 페어웨이 미스가 두 차례에 불과할 정도로 공을 잘 쳤다. 퍼팅도 좋았다. 7m 이내의 퍼팅 20개 중 17개를 넣었으며 14m짜리 퍼팅도 성공했다. 위창수는 지난달 뷰익 인비테이셔널에서도 5위에 오르는 등 올해 좋은 성적을 이어가고 있다.

그래도 미셸 위의 그늘은 남아 있다. AP통신은 '혼다 1라운드 Wi 선두-Wie 아님'이라는 제목으로 미셸 위가 아님을 강조했다.

한편 재미동포인 PGA 투어의 '당돌한 아이' 앤서니 김은 이븐파 70타로 공동 21위에 자리했다. 나상욱은 버디 3개와 보기 3개, 더블보기 2개로 4오버파를 쳐 81위 그룹으로 떨어졌다.

독일의 베른하르트 랑어가 4언더파 2위다.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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