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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위안부 강제동원 증거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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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아베 신조(安倍晋三.사진) 일본 총리는 1일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의 종군위안부 강제동원과 관련, "(일본군이나 정부가) 위안부를 강제 동원했다는 증거는 없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이날 밤 총리관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1993년 일본 정부가 고노 요헤이(河野洋平) 당시 관방장관 명의로 위안부 문제를 공식 사죄한 '고노 담화'에 대해 "당초 (담화가) 정의하고 있던 강제성을 증명하는 증거가 없었다. (강제성)의 정의가 크게 바뀐 것을 전제로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밝혔다고 마이니치 신문이 2일 보도했다.

이날 자민당의 나카가와 쇼이치(中川昭一) 정조회장도 당내에서 일고 있는 고노 담화 재검토 요구와 관련, "(담화는) 불명확해 오해를 부를 수 있다"며 "수정하는 것이 일본과 관계국이 좋은 방향으로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교도통신은 아베 총리와 나카가와 정조회장의 발언을 "옛 일본군이 직접 관여했다는 '협의의 강제성'을 뒷받침하는 사실이 없다는 뜻"으로 해석했으나, 산케이 신문은 고노 담화 재검토를 시사한 것으로 분석했다.

아베 총리는 의원 시절부터 일본 과거사 사죄 문제에 대해 자학사관이라고 비판했다. 자민당 간사장 대리 시절이던 2005년에는 "종군위안부는 요시다 세이지(吉田淸治.위안부 강제연행에 관여했던 일본인)가 지어낸 허구며, 일본 언론이 만들어 낸 이야기가 밖으로 나간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본지 2005년 4월 1일자 2면>

또 관방장관 재임 시절에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 방송 프로그램과 관련해 NHK에 외압을 넣어 방송 내용을 수정한 사실이 최근 법원 판결에서 확인됐으며, 지난해 10월 중의원 답변에서는 옛 일본군에 의한 직접적인 동원 등 '협의의 강제성'에 대해 "여러 가지 의문점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부정적인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97년 아베 총리가 주도해 조직한 자민당 내 극우 보수조직인 '일본의 앞날과 역사교육을 생각하는 의원 모임'도 1일 "종군위안부와 관련, 일본군의 강제 연행은 없었다"는 내용의 견해를 밝히며 앞으로 정부에 위안부 문제에 대한 조사를 요구키로 했다.

일본 정계의 이 같은 움직임은 결국 미국 하원에 제출된 종군위안부 비난 결의안 채택 저지와 관련이 있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세코 히로시게(世耕弘成) 총리 보좌관이 지난달 19일부터 나흘간 미국을 방문해 현지 학자와 언론인 등을 상대로 "강제 동원의 근거가 없다"는 주장을 펼쳤다. 일본 정부는 또 토머스 폴리 전 하원의장 등 미국 정치권에서 영향력이 큰 로비스트를 고용하는 등 결의안 저지를 위한 필사적인 로비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쿄=예영준 특파원, 서울=박소영 기자

◆고노 담화=일본 정부가 1993년 8월 고노 요헤이 당시 관방장관 명의로 발표한 담화. "과거 위안부 이송에 일본군이 직.간접적으로 관여했고, 감언.강압 등 본인의 의사에 반하는 사례가 많았는데 관헌들이 직접 가담한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에게 마음으로부터 사과와 반성을 전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공식적으로 종군위안부들의 강제 연행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한 것으로,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 정부의 공식 입장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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