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이 단순 사무 등을 맡아보던 183명의 계약직 직원도 정규직으로 전환시켰다. 지난해 12월 금융권 최초로 영업점 창구와 콜센터 등에 배치된 비정규직 사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로 결정한 뒤 나온 두 번째 비정규직 인사 개편이다.
우리은행은 매스마케팅.CS.사무지원직군 등 3개 비정규직 직군 총 2893명을 정규직으로 바꾸면서 그동안 이 직군에 포함되지 않았던 183명의 계약직 사원도 사무지원직군에 편입시켜 정규직으로 전환키로 했다고 1일 밝혔다. 이번에 새로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직원들은 본점에서 인사.총무 등 각 부서에서 보조 역할을 하는 '일반 사무계약직' 90명과 복사, 소모품 관리, 서류정리 등 잡무를 처리하던 '서무 사무계약직' 93명이다. 다만 우리은행 농구단.사격단 소속 운동선수들과 사내방송.의료실.디자인 등을 담당하던 계약직 직원들은 이번 정규직 전환 대상에서 빠졌다. 변호사 등 전문 계약직들도 제외됐다. 이와 함께 우편물 배송, 전화 교환, 식당 관리 등을 맡은 단순 노무 직원들은 아웃소싱 형태로 인력을 관리하기로 했다. 우리은행은 이날 이 같은 안을 토대로 비정규직 3076명을 정규직으로 전격 전환했다.
우리은행은 또 정규직으로 전환된 비정규직 직원들에게 정년을 보장하고 학자금 지원, 휴가, 휴직 등 기존 정규직과 동일한 복지 혜택을 주기로 했다. 비정규직일 때는 출산 휴가를 110일 이내에서 사용할 수 있었지만 이젠 최장 2년까지 육아휴직을 낼 수 있게 됐다. 또 중식대와 교통보조비가 신규로 지급되며 성과급도 기존보다 많아진다.
특히 영업점에서 '우리창구팀' 업무를 전담하는 매스마케팅 직군의 경우 차장까지 승진이 가능하도록 했다. 다만 정규직으로 전환된 이들 3개 직군의 급여는 기존 정규직의 65~85% 수준(초임 연봉 기준)으로 기존 정규직과 차등을 뒀다.
이 같은 우리은행의 비정규직 폐지안이 다른 금융권과 대기업에도 확산될지 주목된다. 특히 7월부터는 계약기간이 2년을 경과할 경우 정규직으로 전환시킨다는 내용의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다. 일단 시중은행들은 당분간 우리은행의 '실험'을 지켜본 뒤 도입 여부를 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우리은행 남기명 HR전략팀 부장은 "노하우가 필요한 은행 업무의 특성상 2년마다 새로운 인력으로 기존 비정규직 인력을 대체하기가 쉽지 않다"며 "비정규직의 고용 안정을 통해 생산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손해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