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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천싸움에 멍드는 표밭(14대 전초전 현장에 가다:1)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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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선물 살포·야유회·흑색 선전도/이미 수억 살포설까지 나돌아
14대 총선거를 5개월여 남짓 남기고 출마희망자들의 공천경합·표밭다지기 등 전초전이 뜨거워지고 있다. 그러나 곳곳에서 과열·타락선거 조짐이 또 재연되고 있어 내년에 있을 네차례 선거를 앞두고 우려의 소리도 높다. 전국현장취재를 통해 14대총선거 예비전 실상을 점검해본다.
○…28개 선거구가 몰려있는 경기도는 공천 무경합상태인 연천­포천 등 극히 일부지역을 제외한 대다수의 지역구에서 여야공천 또는 차기총선을 겨냥한 향응제공·선심관광·선물공세 등이 사조직을 중심으로 은밀하게 행해지고 있는 실정.
현역 및 전국구의원들이 치열한 공천경쟁을 벌이고 있는 용인에서는 K의원이 유권자들에게 나눠줄 추석선물전달을 면사무소 직원들에게 부탁했다가 『우리가 왜 이런 선물을 전달해야 하느냐』고 반발,일부 면사무소에는 이 의원이 갔다놓은 선물이 그대로 남아있는 상태.
의정부 출마희망자인 한 여권인사는 지역내 유력인사들을 대거 음식점으로 초치,향응을 베푸는 한편 중장년층의 부녀자 및 노인들을 상대로 무료관광을 제공해 『14대총선을 노리는 선심관광』이라는 비난이 현지에서 파다.
현역의원의 구속수감으로 사고당부로 지정된 하남­광주에서는 차기공-을 노린 여권정치지망생 5명이 대거 몰려들어 상대방 헐뜯기와 근거도 없는 흑색선전을 유포하는가 하면 기존 민자당 조직쟁탈전을 벌여 조직와해현상을 빚어 중앙당에서조차 조기공천을 노대통령에게 건의할 정도.
여권후보간 치열한 공천경합을 벌이고 있는 수원·파주·고양·송탄·평택·가평·양평 등지에서도 막강한 재력을 바탕으로 한 일부 전직의원·국영기업체 사장 및 정치지망생들의 향응제공으로 「혼탁한 선거분위기」라는 지적이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해 4·3보궐선거를 치른지 불과 1년반이 지난 충북 진천­음성에서는 현역 허탁 의원(민주)이 이미 지난 추석을 전후해 당원단합대회 명목으로 2개군을 돌았고,민자당의 민태구 지구당위원장도 이에 맞서 하루평균 3∼4개 행사장을 방문할 정도로 과열현상.
이 때문에 지역내 국민학교 자모회,보험회사직원,자연부락주민,요식업자 등이 40∼1백명 단위로 「팀」을 짜 주로 여당측의 찬조로 부근 충주댐등에 관광·야유회를 다녀오는 등 사전선거운동등의 소지가 있는 향응이 이미 보편화됐다.
주로 현역의원인 민자당 공화계와 민정계간의 공천경합도 치열해 대전서­유성구의 경우 박충순 현의원(공화계)과 이재환(민정계) 김태용(민주계) 전 의원이 서로 「공천」을 호언하는 것을 비롯,이종근 의원­김선길씨(충북 충주­중원),윤재기­정석모 의원(충남 공주),이인구 의원­천영성 전 의원(대전 대덕) 등 곳곳에서 경합이 벌어지고 있다.
이들은 서로 『선거때 50억원이나 쓴 돈만 있는 사람』『중앙당과 청와대에도 내가 당선가능성이 높다고 이미 보고가 올라갔다』『위장장학회를 만들어 선거운동을 한다』는등 상대에 대한 노골적인 비방도 서슴지 않는 등 이전투구양상.
○…김대중 민주당 대표의 영향력이 막강한 광주·전남지역은 14대 역시 민주당은 「공천=당선」,민자당은 「공천=자기희생」의 선거결과가 예상돼 타지역에 비해 비교적 시들한 분위기.
그러나 무주공산인 담양­장성,영광­함평과 분구예상인 광주북구에는 공천경합자들이 대거 몰려 벌써부터 사전선거운동이 가열.
영광­함평에서 공천을 노리고 있는 Y씨(민주당)는 10월초 지역주민 90여명을 초대,프로야구를 단체로 관람시킨 후 호텔사우나와 저녁식사를 제공.
민주당은 아직 현지보다는 중앙당주변과 김대표의 동교동 자택과 이기택 대표의 북아현동 자택에 선량지망생들의 발길이 차츰 부산해지고 있는 실정.
○…민자당 공천이 당선으로 인식되는 대구·경북지역에서는 당내 현역 및 전국구의원이 현지 분위기조성을 통한 공천고지 선점을 노려 일찍부터 얼굴 알리기와 선물살포,선심관광 등 사실상 본격적인 선거운동에 돌입한 상태이고 이미 수십억원 살포설도 유포.
특히 민자당권력의 본산인 대구에서는 동구·수성구 등 분구대상지역에서 노대통령의 처남 김복동씨와 노대통령의 처고종사촌인 박철언 체육청소년부장관 등 대통령 친·인척들의 활동때문에 현역의원과의 조직갈등도 심각.
김씨와 박장관은 이미 지난해말부터 표밭갈이에 나서 김씨의 경우 자신의 이름을 딴 복문회·동우회 등의 조직과 통·반조직책까지 모집,여성교양강좌·강연회 등을 통해 표밭갈이에 전력.
김씨는 신천동 K예식장에 김동길교수등을 초청,한달에 1∼2회씩 1백∼2백명 규모의 강연회를 개최. 이 모임에는 비표가 없는 일반인의 출입을 철저히 통제.
유력한 부녀자의 일본여행지원,야당 투표구책 흡수시 현금지급설 등이 대구지역에 유포되고 있다.
박장관측도 후원회와 향토문화복지연구소 등 10여개 조직을 가동해 운전기사,이·미용사는 물론,각종 행사에 초청연사형식으로 참석,이미지 개선작업에 몰두.
달성­고령지역에서는 구자춘 의원과 이에 도전하는 4선의 김종기 의원(전국구)이 치열한 경합을 보이면서 추석을 전후해 설탕·식기 등을 이미 3∼4차례씩 배포했다는게 현지주민들의 전언.
○…부산·경남지역에서는 선전물배포·벽보 등 눈에 띄는 선거과열상은 아직 나타나고 있지 않으나 ▲사랑방좌담회 ▲은밀한 선물·금품전달 ▲매터도(흑석선전) 등이 후보자들 주변에서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특히 이 지역은 민자당내 민정·민주계,5공세력 등 여권사이의 공천경쟁과 무소속불사를 선언한 여권인사의 정면대결 양상으로 치닫고 있어 그만큼 과열조짐이 높은 실정.
부산남구·갑도·사하지역 등에서 14대공천을 노리는 기업가출신 예비후보들은 지난 추석때 「돈봉투」를 포함한 대대적 물량살포를 했다는게 공공연한 사실로 돼있고 이들은 이 과정을 통해 동·통·반 단위의 사조직을 가동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경남 진주시에서는 민주계 현역의원인 조만후 의원과 민정계인사인 하순봉씨 사이에 각각 내의·그릇과 설탕·화장품·정종을 유권자들에게 뿌렸다는 구체적 선물까지 거명하는 폭로전 양상.<정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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