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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V 『여명의 눈동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다큐멘터리 성 드라마에 관한 한 김종학의 연출력은 탁월하다.
상황에 처한 인물들을 해석하는 능력도 그렇거니와 세밀한 고증을 거친 디테일한 부분에 대한 묘사력은 독보적이기까지 하다.
이는 36부작 대하극중 겨우 1∼4부를 보고 내리는 예단이 아니다.
이 드라마가 최초의 전작시스템임을 유념한다면 1∼4부의 극적 긴장과 통일성이 36부까지 유지될 것으로 믿어도 무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명의 눈동자』는 드라마 자체의 꼼꼼한 완성도와는 별개의 문제로 「TV용 드라마」의 표현허용치는 어디까지일까 하는 의문을 낳고있다.
정신대가 된 여인 앞에 줄지어 선 일본군들에게 지휘관이 일러준다. 『들어가기 전 콘돔을 받았다가 사용 후에는 버리지 말고 잘 건사하라.』
불필요한 대사가 아닐 수 없다. 정신대의 참상은 앞뒤의 장면만으로도 1백% 표현됐기 때문이다.
악귀들의 놀음보다 더 지독한 「731부대」의 참경묘사도 그렇다.
같은 소재로 국내에서도 상영된 중국영화『마루타』도 혐오감을 준다고 여론의 비난을 받았었다.
하물며 안방 드라마에서 당시의 생사람 실험을 사실 그대로 묘사하는데 그것을 마음 편히 본 시청자가 있었을까.
극의 진행상 어쩔 수 없다면 좀더 세련된 방법도 있으리라 본다.
예컨대 10일 방송 분을 보면 페스트균 주입 후 사람이 몇 분 안에 죽는가 하는 실험, 총알 한 알이 몇 사람이나 관통하는가를 알아보는 실험에서 곡 피가 든 주사기를 인체에 꽂고 시체를 발로 뒤적거리며 셀 필요가 있는가.
이는 731부대의 악마 상을 보여줄 뿐이지 극의 큰 흐름과는 상관이 없을듯하고 자칫 상업주의적 발상에 의한 장면묘사라는 오해의 소지를 살수도 있다.
○…그리고 절망적인 상황에 몰린 남녀주인공의 운명적이자 노골적인 키스신도 가족들이 둘러앉아 보기에는 민망한 것이었다.
고루한 보수시각에서의 문제제기가 아니라 이러한 장면은 적어도 9시 뉴스가 끝난 직후의 시간대에는 적절하지 않은 표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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