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부하여성에게 지분거렸다” 토머스 미 대법관 인준연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보수성향 강해 자격시비
미국 대법원 판사로 지명돼 의회인준을 기다리고 있는 클래런스 토머스씨가 예전에 부하여성에게 지분거렸다는 「성적학대」구설에 휩쓸려 8일(현지시간)로 예정됐던 상원 인준절차가 1주일 연기됐다.
토머스는 9명의 대법원판사중 유일한 흑인이자 자유주의자인 셔굿 마셜씨가 고령으로 은퇴함으로써 생긴 공석을 승계토록 부시 대통령에 의해 임명됐으나 그의 보수주의성향 등 자격에 관한 시비가 팽팽해 상원법사위 표결에서 7대7로 부결됨으로써 그의 인준문제가 상원 본회의에서 결판나게 돼있었다.
그를 지지하는 쪽은 그가 조지아주 사배나에서 홀어머니 밑에서 찢어지게 가난한 환경을 극복하고 예일대를 졸업해 43세의 나이에 상원 입법보좌관·평등취업 기회위원회 위원장·연방법원 판사 등을 역임한 입지전적인 인물로 흑인을 대표해 대법관이 되기에 부족함이 없는 인물인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인권운동가 등은 그가 과거 발표한 글이나 행적을 볼때 전임자인 마셜 대법관과는 정반대로 보수주의자일뿐 아니라 인권에도 관심이 없는 인물임을 지적,맹렬한 반대운동을 벌여왔다.
그러나 그가 우려했던대로 부시 대통령이 보수주의자를 임명하자 상원법사위의 청문회부터 진통이 시작됐다.
청문회 과정에서는 몇가지가 이슈로 제기됐다.
그가 낙태를 지지하느냐,헌법과 자연법중 어느것을 우위에 두느냐,인권에 대한 입장은 무엇이냐 등이 집중적으로 추궁됐다.
그러나 그는 이러한 주요한 이슈에 대해 자신의 분명한 입장을 피력하지 않고 모호하게 답변했다는 비판을 들었다.
그러나 상원표결 며칠전인 지난주말 토머스는 또다른 구설수에 말렸다.
그가 문교부 인권책임자로 있을때 그의 보좌관으로 일했던 애니타 오클라호마 법대교수(35)가 그로부터 성적학대를 받았다는 사실을 폭로했다.
예일대 출신의 흑인여성인 그녀가 상원법사위에 이와 관련된 진술서를 보낸 것이 뒤늦게 밝혀져 그렇지 않아도 낙태문제로 인권운동가들에게 미운털이 박혀있던 그가 더욱 곤경에 빠졌다.
며칠전부터 보도진에 알려지기 시작한 이 소문이 6일 그녀에 의해 공개되자 토머스는 해명기회를 달라고 상원 인준절차의 연기를 요청하고 나섰으며,상원도 「성적학대」라는 민감한 문제까지 얹혀진 이번 임명동의를 어떻게 처리해야할지 몰라 일단 표결을 연기하지 않을 수밖에 없었다.<워싱턴=문창극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