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지난해 10월 개인 홈페이지(www.pattikim.co.kr)를 열었다. 팬들과 폭넓게 만나기 위해서다. 최근 홈페이지 게시판에 낯익은 이름이 들어왔다. DJ 김광한(60). 김씨는 "해외스타들은 70, 80이 넘어도 왕성한 활동을 하는데…, 우리는 왜 그런 환경이 없을까, 패티 김이 나이를 잊고 공연을 계속하는 '사건'을 잊지 맙시다"는 글을 남겼다.
패티김과 김광한씨가 만났다. 40년간 DJ를 해온 김씨는 "방송에 한 번도 초대하지 못한 대스타를 직접 만나게 돼 영광"이라며 말문을 열었다. 수십 년 가수와 DJ 외길을 걸어온 두 고수가 만난 호텔 커피숍은 금세 라디오 스튜디오로 변했다.
-다른 가수와 달리 문턱이 높은 것 같다.
그동안 여러 차례 만났을 것 같다. 그런데 처음이란다. 데뷔 50주년을 앞둔 가수 패티김(右)과 DJ생활 40여 년의 김광한씨는 서로 반가운 마음이 앞섰다. 그들은 60, 70대 가수도 왕성하게 활동하는 한국 가요계를 희망했다. [사진=김태성 기자]
-48년째 같은 색깔을 유지하는 비결이라면.
"트로트를 하라는, 좀더 대중적인 노래를 하라는 말을 많이 받았다. 음반이 많이 팔리고, 인기가 올라가겠지만 그건 내게 부차적인 문제다. 나만의 색깔을 이어가고 싶었다. 곡을 받을 때 가장 먼저 가사를 본다. 너무 대중적이고 수준 낮은 가사는 감정 표현을 못 하겠더라."
-직접 '베스트 5곡' 을 꼽는다면.
"'9월의 노래' '빛과 그림자' '가을을 남기고 간 사랑' '사랑은 생명의 꽃' '사랑은 영원히'다. '이별'은 팬들이 좋아하니까 공연 때마다 한다. '이별' '초우'가 빠진 패티김을 상상할 수 있겠는가. '9월의 노래'는 녹음 때부터 좋아했다. 한 곡만 고르라면 주저 없이 선택하겠다."
-패티라는 예명에 얽힌 설이 많다.
"미8군 클럽 무대에 설 때 팝송만 불렀다. 김혜자로 소개하면 내 이름을 기억 못 할 것 같아 외국이름을 짓기로 했다. 당시 유명가수 패티 페이지의 느낌이 가장 좋았다. 나중에 밴쿠버 공연에서 패티 페이지를 만날 기회가 있었다. 그때 당신을 좋아해서 이름을 땄다고 했더니 무척 좋아했다. 함께 사진도 찍었다."
-후배가수에게 한마디 부탁한다.
"TV를 보다가 잘 키우면 될 것 같은 후배들이 몇 명 있어서 밥도 사주고 조언도 해줬는데, 생각이 다르니까 따라오지 못하더라. 요즘 연예인들은 너무 상품화돼 있다. 포장만 잘해놓고, 시들면 또 포장해서 내놓는 상품 같다. '돈 때문에 노래하면 생명이 짧아진다'는 걸 말해주고 싶다. 실력으로 유명해지고 정상에 오르면 돈은 따라오게 돼 있다. 기획사에 너무 의존하지 마라. 자신을 가장 아끼는 것은 자신 뿐이다. 본업에 충실한 후배들의 공연에는 꽃도 보내고, 소리없이 찾아가기도 한다."
-여자 패티김이 궁금하다.
"누가 이런 말을 했다. 패티김은 머리카락 하나 헝클어지는 법이 없다고. 집에 혼자 있을 때도 절대로 헝클어진 모습을 하지 않는다. 세탁소 사람이 왔을 때도 반드시 립스틱이라도 바른 뒤 문을 연다. 항상 단정하셨던 어머니의 영향이다. 곱게 빗은 머리, 고운 옷, 그런 모습을 하고 신문 보시던 모습이 생생하다. 나도 그런 모습을 딸들에게 보여주고 싶다."
-가수로서 원이 없겠다.
"50주년을 맞는 게 목표고 희망이다. 10년 전만 해도 성량이나 체력이 떨어질까봐 걱정이 많았다. 그런데 여기까지 왔다. 스스로 한계를 느낄 때 미련없이 무대를 떠날 것이다."
정리= 정현목 기자<gojhm@joongang.co.kr>
사진=김태성 기자 <tski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