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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 노래하는 꿈 못 이룰까 걱정했는데 어느덧 눈앞이네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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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내후년 데뷔 50년을 맞는 가수 패티김(69)이 3월 3, 4일 '올드 앤 뉴 패티김 콘서트-친구 곁으로…'(서울 LG아트센터)를 시작으로 전국 투어에 나선다. 지금껏 노래해온 시간보다 앞으로 노래할 시간이 짧다는 것을 알기에 팬들과 직접 만나고 싶은 마음에서다.

그는 지난해 10월 개인 홈페이지(www.pattikim.co.kr)를 열었다. 팬들과 폭넓게 만나기 위해서다. 최근 홈페이지 게시판에 낯익은 이름이 들어왔다. DJ 김광한(60). 김씨는 "해외스타들은 70, 80이 넘어도 왕성한 활동을 하는데…, 우리는 왜 그런 환경이 없을까, 패티 김이 나이를 잊고 공연을 계속하는 '사건'을 잊지 맙시다"는 글을 남겼다.

패티김과 김광한씨가 만났다. 40년간 DJ를 해온 김씨는 "방송에 한 번도 초대하지 못한 대스타를 직접 만나게 돼 영광"이라며 말문을 열었다. 수십 년 가수와 DJ 외길을 걸어온 두 고수가 만난 호텔 커피숍은 금세 라디오 스튜디오로 변했다.

-다른 가수와 달리 문턱이 높은 것 같다.

그동안 여러 차례 만났을 것 같다. 그런데 처음이란다. 데뷔 50주년을 앞둔 가수 패티김(右)과 DJ생활 40여 년의 김광한씨는 서로 반가운 마음이 앞섰다. 그들은 60, 70대 가수도 왕성하게 활동하는 한국 가요계를 희망했다. [사진=김태성 기자]

"거만하다는 오해를 많이 받았다. 도도한 이미지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골수팬들은 자존심 강한 모습이 매력이라며 변하지 말라고 주문한다. 노래로서 대형가수가 돼야겠다는 생각 하나로 달려왔다. 믿을 것은 나 자신밖에 없었다. 그때 무슨 기획사가 있었나, 매니저가 있었나. 가수는 노래를 잘해야 한다, 자신의 음악에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대로 처신했다. 그런 면에서 팬들이 다가오기 어려웠는지도 모른다."

-48년째 같은 색깔을 유지하는 비결이라면.

"트로트를 하라는, 좀더 대중적인 노래를 하라는 말을 많이 받았다. 음반이 많이 팔리고, 인기가 올라가겠지만 그건 내게 부차적인 문제다. 나만의 색깔을 이어가고 싶었다. 곡을 받을 때 가장 먼저 가사를 본다. 너무 대중적이고 수준 낮은 가사는 감정 표현을 못 하겠더라."

-직접 '베스트 5곡' 을 꼽는다면.

"'9월의 노래' '빛과 그림자' '가을을 남기고 간 사랑' '사랑은 생명의 꽃' '사랑은 영원히'다. '이별'은 팬들이 좋아하니까 공연 때마다 한다. '이별' '초우'가 빠진 패티김을 상상할 수 있겠는가. '9월의 노래'는 녹음 때부터 좋아했다. 한 곡만 고르라면 주저 없이 선택하겠다."

-패티라는 예명에 얽힌 설이 많다.

"미8군 클럽 무대에 설 때 팝송만 불렀다. 김혜자로 소개하면 내 이름을 기억 못 할 것 같아 외국이름을 짓기로 했다. 당시 유명가수 패티 페이지의 느낌이 가장 좋았다. 나중에 밴쿠버 공연에서 패티 페이지를 만날 기회가 있었다. 그때 당신을 좋아해서 이름을 땄다고 했더니 무척 좋아했다. 함께 사진도 찍었다."

-후배가수에게 한마디 부탁한다.

"TV를 보다가 잘 키우면 될 것 같은 후배들이 몇 명 있어서 밥도 사주고 조언도 해줬는데, 생각이 다르니까 따라오지 못하더라. 요즘 연예인들은 너무 상품화돼 있다. 포장만 잘해놓고, 시들면 또 포장해서 내놓는 상품 같다. '돈 때문에 노래하면 생명이 짧아진다'는 걸 말해주고 싶다. 실력으로 유명해지고 정상에 오르면 돈은 따라오게 돼 있다. 기획사에 너무 의존하지 마라. 자신을 가장 아끼는 것은 자신 뿐이다. 본업에 충실한 후배들의 공연에는 꽃도 보내고, 소리없이 찾아가기도 한다."

-여자 패티김이 궁금하다.

"누가 이런 말을 했다. 패티김은 머리카락 하나 헝클어지는 법이 없다고. 집에 혼자 있을 때도 절대로 헝클어진 모습을 하지 않는다. 세탁소 사람이 왔을 때도 반드시 립스틱이라도 바른 뒤 문을 연다. 항상 단정하셨던 어머니의 영향이다. 곱게 빗은 머리, 고운 옷, 그런 모습을 하고 신문 보시던 모습이 생생하다. 나도 그런 모습을 딸들에게 보여주고 싶다."

-가수로서 원이 없겠다.

"50주년을 맞는 게 목표고 희망이다. 10년 전만 해도 성량이나 체력이 떨어질까봐 걱정이 많았다. 그런데 여기까지 왔다. 스스로 한계를 느낄 때 미련없이 무대를 떠날 것이다."

정리= 정현목 기자<gojhm@joongang.co.kr>
사진=김태성 기자 <ts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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