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심한 「의원자격 규제」/여 선거법 개정안의 문제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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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1심유죄때 출석정지」 위헌시비 여지/출마 제한받는 파렴치범 범위도 모호
민자당이 7일 국회의원선거법 개정안을 사실상 확정함으로써 선거법 협상은 늦어도 이달 하순부터 본격 개시될 예정이나 그 내용을 놓고 상당한 논란이 일 전망이다.
민자당 선거법소위가 확정한 선거법 개정내용은 ▲국회의원이 1심에서 유죄판결을 받으면 국회출석을 정지당하고 ▲일반선거사범에 대한 소송기간을 1년 6개월에서 6개월로 단축하며 ▲살인·사기·공갈 등 파렴치범의 피선거권을 제한하고 ▲전국구의원의 당적이탈시 의원직을 상실하는 등 자격규정과 벌칙강화를 골자로 하고 있다.
이중에서도 1심 유죄판결시 국회의원 출석정지조치,파렴치범 피선거권제한,선거소송기간 단축 등은 그 내용자체가 획기적인 것으로 평가되나 법해석에 따라 논란이 되고 의원자격을 상당히 강하게 규제하는 내용이어서 여야협상은 물론 국회처리과정에서 논란이 불가피한 대목들이다.
민자당은 돈안들고 깨끗한 선거풍토 조성을 위해서는 당선만 되면 그만이라는 잘못된 행태를 근절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시급하므로 당선자라도 1심 유죄판결때는 국회윤리위 차원에서 국회법에 따라 출석정지 조치를 취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야당과 법조계 일각에서는 확정판결이 나기전까지를 무죄로 추정한다는 헌법정신에 정면으로 위배된다며 반대 논리를 제기하고 있고 야당측은 국회가 행정부와 사법부에 예속되는 결과를 초래하는 독소조항이라며 극구 반대하고 있다. 본래 취지와는 달리 법운영과정에서 행정부의 자의적인 법적용으로 야당이 탄압받았던 사례가 반복될 수도 있다는 주장이다.
파렴치범에 대한 피선거권 제한조치도 시비가 불가피한 조항.
민자당측은 지난 두차례의 지방의회선거 과정에서 전과자들의 대거출마로 국민의 불신과 경멸의 대상이 됐던 점을 감안,국회의원의 자질향상과 품위유지차원에서 파렴치범은 다른 일반범죄사범과는 달리 형집행 1년이 경과하더라도 국회의원 출마를 할 수 없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파렴치범의 범위와 법적용의 형평성 여부가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민자당은 파렴치범의 범위를 ▲살인 ▲사기 ▲공갈 ▲마약 ▲조직 ▲폭력 ▲강간 등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뇌물수수는 파렴치범에서 제외돼 있고 특히 일반범죄사범의 경우 형집행 1년이 경과하면 피선거권이 회복하도록 돼있는 점과 비교할때 법적용의 형평성을 잃고 있다는 지적도 가능하다.
파렴치범의 피선거권을 박탈하려면 국회의원선거뿐 아니라 다른 각종 선거에서도 마찬가지의 논리가 적용되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민자당이 확정한 개정내용중 일반 선거사범에 대한 소송기간을 현행 1년6개월에서 6개월로 단축하는 부분도 논란거리.
우선 3심을 6개월내에 처리하려면 1심당 처리기간이 2개월에 불과하므로 폭주하는 재판업무의 현실을 감안할때 과연 「실효성이 있느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국회의원에 대한 재판을 임기가 끝날때까지 차일피일 미뤄온 행태는 개선되어야 하지만 6개월 이내에 3심을 끝내는 데는 현실적으로 무리가 따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전국구의원의 당적이탈시 의원직 상실조항은 전국구의원이 정당후보라는 점에서 납득이 가는 부분이지만 정당에 대한 선택의 자유가 보장돼야 하고 정당의 이합집산이 잦은 우리풍토에서는 이를 보완하는 장치가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여야정당이나 의원들은 자신의 권리를 제한하는 선거법의 강화를 달가워하지 않을 것이 틀림없다.
그러나 중앙선관위가 우리의 타락한 선거풍토를 바로잡기위해 이와 유사한 문제제기를 하고 있고 불법·부패 선거풍토에 대한 우려가 높아가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여야의 입법과정에서 일부 문제조항을 사안별로 보다 엄정하게 규정하거나 실효성있게 조정하더라도 선거법을 제대로 고치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문일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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