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 받은 정치권] 파병 신중론 목청 커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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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이라크에서 발생한 한국인 테러사건에 정치권은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각 당은 철저한 진상 파악을 한 목소리로 정부 측에 요구했다. 의원들 사이에선 파병 신중론이 잇따라 제기됐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테러에도 불구하고 파병 입장을 고수했다. 박진 대변인은 "자유민주주의를 신봉하는 국가로서 이라크의 평화유지와 경제 재건에 어떤 형태로든 기여해야 한다는 당위성이 훼손돼선 안된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국회 정상화를 요구해오자 한나라당은 곤혹스러워 했다.

홍사덕 총무는 "국회 차원에서 당장 논의할 생각은 없다"고 했지만, 소장파인 오세훈 의원 등은 "국회 국방위라도 열어야 하는데 답답하다"고 말했다. 결국 4당 총무회담에서는 이 문제가 논의되지 못했다.

민주당은 오전 회의에서 국회 정상화를 거듭 강조했다. 조순형 대표는 "이번 테러사건으로 국회 정상화가 더욱 절실하게 됐다"고 말했다. 아직 파병에 대해 찬반 입장을 안 밝힌 민주당은 정부안이 국회에 전해지면 당론을 정하기로 했다.

열린우리당 김부겸 원내부대표는 "정부와 정치권은 이번 사건이 갖는 의미와 파장 등에 관심을 갖고 국론을 모아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민련은 "조속히 파병해 현지 교민과 근로자들을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의 움직임과는 별도로 민주당 김영환.한나라당 서상섭.열린우리당 김성호 의원 등은 기자회견을 열어 "파병은 원점에서 전면 재검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강운태 의원 등은 "국론이 분열될 수 있으니 차라리 내년 총선 후 새로 구성되는 국회에서 파병 문제를 논의할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오전 전체회의를 연 국회 이라크조사단(단장 강창희 의원)은 국회의장에게 낼 보고서에서 이번 사건을 언급하지 않기로 했다. 姜의원은 "이라크 내에서 고속도로 테러사건은 흔한 일"이라며 "사건이 조사단 귀국 후에 발생한 만큼 최종보고서 작성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박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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