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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들수록 잠은 왜 없어질까?

중앙일보

입력

환갑의 나이를 훨씬 넘긴 강윤심(67세) 할머니는 새벽 4시 정도만 되면 눈이 떠진다. 아직 동트기엔 이른 새벽, 한번 떠진 눈은 다시 감기 힘들어 뒤척이기 일쑤다.

강 할머니는 “새벽께 잠이 안 와 늘 눈이 떠지는데 애들이 깰까봐 뭘 할 수도 없다”며 “나이가 드니 통 잠을 이룰 수 없나 보다”며 탄식한다.

인생의 3/1을 차지하는 잠, 나이 들수록 사람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삶의 상당 부분을 잠으로 채운다. 하지만 실제로 나이 드신 어르신들은 잠이 적은 경우가 많은데 왜 그럴까?

보통 나이가 드셨음에도 건강한 노인이라면 잠을 자는데 크게 무리는 없다. 적당한 수면을 취하고 건강한 잠을 잔다.

여러 환경적 요인과 개인 차가 분명 존재하겠지만 현재는 나이를 먹을수록 감소하는 수면 시간을 정상적인 소견으로 짐작하고 있다.

수원성빈센트병원 신경외과 홍승철(미국수면의학전문의) 교수는 “대개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수면은 점점 더 분절되고 깊이도 얕아진다”며 “이는 1차적 요인으로 깊은 잠을 들게 하는 뇌파의 점진적인 감소와 함께 수면단계의 이동이 많아지면서 일어나는 현상이다”고 설명한다.

즉, 몸의 쇠약과 함께 잠자는 힘이 약해진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2차적 요인으로 홍승철 교수는 “나이가 들면서 유병률이 높아지는 각종 질병과도 연관 있다”며 특히 잠을 설치게 하는 하지 불안증이나, 관절염 등을 그 대표적 원인으로 꼽는다.

이에 따라 여러 가지 수면장애에 걸릴 확률이 높아지고 수면 무호흡증도 많이 늘어나므로 깊은 잠을 이루지 못 한다는 것.

또한 배우자와의 사별로 인한 극심한 우울증, 정년퇴직과 같은 일자리의 상실감이 잠을 못 이루게 하는 기질적 요인이 될 수 있다.

서울시립북부노인병원 정신과 김신겸 과장 또한 “어르신들은 잠이 없는 게 아니고 각종 퇴행성 질병, 기존의 지병으로 약을 꾸준히 복용한 경우, 통증 등으로 생체시간이 변해 잠에서 빈번히 깨거나 깊은 잠을 잘 수 없다”고 전한다.

젊은 사람들이 강박증이나 스트레스로 인해 불면증을 호소하는 것과는 다르게 생체시간의 변화가 노인들의 잠을 순조롭지 못하게 한다는 것.

수면 생체시간에는 실제로 여러 단계가 있고 이 단계가 하루 밤새 여러 번 반복된다고 알려져 있다.

수면은 크게 꿈수면과 비꿈수면으로 나누어지는데 잠자리에 누워 잠이 들면 비꿈수면 중 1단계가 시작된다. 이 단계는 전체 수면시간의 약 5%를 차지하며 수면이 아주 얕기 때문에 깨우면 금방 일어나게 된다.

그 다음 단계는 비꿈수면의 2단계이다. 보통 정도의 깊이로 전체 수면의 50% 정도를 차지한다.

비꿈수면의 3,4단계는 깊은 수면단계인데 노인이 되면 이 3~4단계 수면이 감소하게 되고 65세 이후는 이 수면대가 거의 없어지게 된다.

3~4단계에서 보통 높고 느린 뇌파가 나타나 깊은 수면으로 이끌지만 나이가 들수록 이 단계의 영향이 미미해지므로 잠이 금방 깨게 되는 것.

무엇보다 이런 현상은 오랜 시간 잠을 유지할 수 없기 때문에 새벽잠을 설치게 하는 주요 원인. 대부분 노인들이 초저녁잠이 많아지고, 자다 깨거나, 잠을 쉽게 이루지 못하는 것도 이런 이유다.

홍승철 교수는 “대개 건강한 노인들은 잠을 비교적 잘 자는 편이지만 연령에 따른 이러한 수면의 변화는 정상적이다”며 “나이가 들면 깊은 잠이 줄고, 잠들기 힘들며, 새벽에 일찍 잠이 깨는데 지나치거나 다른 증상이 있으면 수면장애일 가능성이 있으므로 수면의학 전문의의 진찰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낮 동안에 활동력이 적은 것도 밤잠을 설치게 하는 주요 요인이 될 수 있다.

건양대병원 가정의학과 유병연 교수는 “노인들이 낮 동안 누워 있거나 가만히 있을 경우, 밤에는 더욱 잠을 못 이루게 된다”며 “낮 동안 가벼운 운동과 함께 외출 등으로 몸의 활동을 높여주면서 밤에 잠을 자야 하는 환경을 조성해 줘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편, 비정상적으로 낮 시간동안 많이 조는 노인들은 기억력 소실이나 다른 종류의 인지장애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전문의의 진단을 받아 볼 것을 권한다. 【서울=메디컬투데이/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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