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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이쑥!] '좁은 문' 미 아이비리그 … 한국 학생은 점점 는다는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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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원외고를 졸업하고 미국 아이비리그 등 외국대학에 진학한 선배들이 모교를 찾아 후배 재학생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중앙포토]

해마다 한국인 고등학생들의 아이비리그(미국 동부의 8개 명문 사립대) 합격 소식이 줄을 잇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 아이비리그 대학들의 입학 문이 점점 좁아지고 있는 가운데 조기유학생도 아닌 국내파 출신의 합격이 늘고 있어 더욱 눈길을 끈다. 유학반에서 미국 대입을 지도하고 있는 대원외고.민족사관고 등은 올해 4월 초 미국 대학들이 정시전형 합격자까지 발표하면 개교 이래 최대 규모의 '아이비리거'를 배출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국 학생들의 유학 성공 노하우를 알아본다.

◆좁아지는 아이비리그의 입학 문=아이비리그는 하버드.예일.브라운.프린스턴.컬럼비아.다트머스.펜실베이니아.코넬 등 미국 동부에 위치한 명문 대학들이다. 전 세계 학생들이 해마다 아이비리그의 문을 두드리지만 지원자 중 합격자는 극소수다. 2005년 가을 입학생을 기준으로, 하버드대는 전체 지원자 2만2796명 중 2102명만 합격시켜 합격률(acceptance rate)이 9.22%에 그쳤다. 최근 하버드대의 합격률은 지속적으로 낮아져 2003년 이후엔 10%를 넘지 않고 있다. 지원자 10명 중 1명도 합격하기 힘든 수준이다. 예일대나 컬럼비아대, 프린스턴대 등 다른 아이비리그 대학들도 합격률이 낮아지긴 마찬가지다. 예일대는 1995년 20%였던 합격률이 2005년 입학생의 경우 9.7%까지 떨어졌다.

이처럼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한국인을 비롯한 아시아계 학생들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미국 일간지인 유에스뉴스&월드리포트의 대학평가 자료에 따르면 하버드대의 아시아계 비율은 18%, 컬럼비아대 16%, 예일대가 14%를 차지한다. 펜실베이니아대 등 나머지 아이비리그 대학들도 입학생의 14~18%가 아시아계다. 이 가운데 한국인 학생들의 비율도 지속적으로 늘어왔다. 컬럼비아대는 2002년 전체 외국인 재학생의 9.29%이던 한국인이 2005년엔 11.4%로 늘어 중국인에 이어 두 번째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하버드대에서도 한국인 비율이 꾸준히 늘어 외국인 학생 중 캐나다.중국 다음으로 한국인이 많다.

◆국내 고교에서 맞춤형 준비 가능=한국인 학생들의 약진 비결은 학생들의 우수한 어학 실력과 고등학교 유학반의 진학 준비프로그램에 있다.

99년부터 미국 대학 진학자를 배출해온 민족사관고의 지난해 유학반 학생 수는 총 87명으로 개교 이래 최대 규모였다. 이 중 29명이 2007학년도 수시전형에서 합격했고 그중 9명이 아이비리그에 합격했다. 현재 국내 대학에 진학한 7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미국 대학 정시 합격자 발표를 기다리고 있다.

2006년 아이비리그 합격자가 16명으로 전년도(5명)에 비해 합격자 수가 3배로 늘어난 민족사관고는 올해 다시 한번 기록을 경신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학교 유학반 담당 김명수 교사는 "조기유학을 간다고 해서 미국 명문대 진학에 이점이 있는 것은 아니다"며 "영어 실력만 갖췄다면 한국에서 체계적으로 유학 지도를 받는 게 미국 명문대에 가는 데 유리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미국 고교에서는 특정 명문대를 선호하는 경향이 국내보다 덜하기 때문에 아이비리그 대학을 가고 싶어도 이른바 '맞춤형 준비'를 하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영어로 수업이 진행되는 민족사관고 국제반에서는 1학년 때부터 목표 대학을 정하고 진학 지도를 한다. 또 교과외활동(Extracurricular Activity)을 중시하는 미국 대학의 입학 전형에 맞춰 학생들이 연구소 인턴십, 취미활동 등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도해 준다.

10일 민족사관고를 졸업한 이윤진(19)양은 올해 가을 장학금을 받고 하버드대에 입학한다. 이양은 "아이비리그 꿈을 꾸는 친구들이 많아 교내 경쟁이 심하긴 하지만 서로 정보를 교환하면서 함께 준비할 수 있어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대원외고도 GLP(Global Leader Program)라는 유학반을 운영하고 있다. 2003년 처음으로 아이비리그 진학자가 11명을 넘어선 이래 2004년부터 매년 15명 이상씩 아이비리그 대학에 진학했다. 지난해엔 유학반 78명 중 45명이 수시전형에 합격했고 이 중 15명이 아이비리그 합격자다. 대원외고에서는 미국 대학 진학에 필요한 과목들을 따로 보충수업으로 지도하고 있다. 한영외고나 이화외고 등에서도 영어 능력이 뛰어난 학생들을 중심으로 방과후 학교를 통해 유학 지도를 한다. 이화외고 이강표 교감은 "미국 명문대에 가려는 학생들이 늘면서 희망자에 한해 따로 지도를 하고 있다"며 "국내에서도 미국 진학 전문상담교사 등을 통해 아이비리그 대학들의 문을 두드려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박수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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