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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응룡-자존심 건 세 번째 대결-김영덕|한국 시리즈 해태-빙그레 감독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한국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양대 거물 김영덕(55·빙그레) 감독과 김응룡(50·해태) 감독이 올 한국시리즈패권을 놓고 격돌케 돼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들은 지난 88, 89년 각각 현재 몸담고 있는 빙그레·해태 팀을 이끌고 두 차례 대결한바 있으나 김응룡 감독이 4승1패, 4승2패로 우승해 김영덕 감독으로서는 자존심 회복을 위한 세 번째 도전인 셈이다.
특히 두 감독의 대결은 체격·성격·야구 스타일 등이 판이하게 다른데다 과거 한국아마야구를 대표하는 스타출신 감독이라는 점에서 더욱 흥미의 초점이 되고있다.
한국프로야구는 이들 두 감독이 사실상 주도해왔다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프로야구 최고 선배감독이기도한 김영덕 감독은 지난 82년 OB 창단 감독을 맡아 그해 한국시리즈를 제패했고 84년에는 삼성 라이온즈의 전·후기우승을 휩쓸어 우승을 몰고 다니는 실력파 감독으로 인정받았다.
또 60년대 아마야구 국가대표 부동의 4번 타자인 김응룡 감독은 아마야구 국가대표팀감독으로 있다가 지난 83년 가을 김동엽 감독의 후임으로 해태 지휘봉을 잡은 후 한국시리즈를 다섯 번이나 휩쓸어 사실상 한국최고 감독이라는 명예를 스스로 쟁취했다.
승부로 먹고사는 프로세계에서는 인품보다 결과가 더 평가받는다. 이런 점에서 김응룡 감독은 현역 최고 감독이며 김영덕 감독이 이에 도전한다는 표현이 옳다.
따라서 김영덕 감독은 자신의 나이로 보나 절정에 올라 있는 빙그레 팀의 전력·사기로 보아 자존심 회복의 마지막 기회라고 판단, 필승 작전을 짜내기 위해 절치 부심하고 있다. 지난 60년 한국아마야구 부동의 에이스였던 김영덕 감독은 재일 동포 출신인데다 투수 출신 감독을 대표하고 있다.
반면 김응룡 감독은 김영덕 감독과 함께 한국대표팀을 이끌던 슬러거 출신 감독이며 재일 동포 감독이 판치는 프로야구계에서 국내파와 미국 야구파의 머리 격인 위치에 있다.
김성근(삼성) 감독, 신용균(태평양) 코치 등 재일 동포 출신들이 김영덕 감독을 추종한다면 김응룡 감독은 강병철(롯데), 김인식(쌍방울) 감독 등의 후원을 받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두 감독의 계열은 공교롭게도 투수출신과 타자출신으로 엇갈려 야구스타일이나 성격도 판이하다.
대개 투수들은 공 한 개에 온 신경을 집중해야하고 상대타자와 끊임없는 수 읽기 싸움을 벌여야하는 특성이 있어 머리가 좋고 성격이 날카로운 편이다.
반면 강타자들은 거의 팀 플레이에 익숙한 야수들이어서 성격이 모나지 않다.
이같은 성격 때문에 각 팀은 투수출신 주장보다 타자 쪽에서 주장 감을 고른다.
김영덕·김응룡 감독의 성격도 이와 흡사하다.
김영덕 감독이 좋은 인상을 가진 사람은 평생 좋아하고 서로 어긋난 사람과는 일절 교류를 않는 편식주의(?)라면 김응룡 감독은 생김새 그대로 무뚝뚝하지만 잔정이 많은 호인형이다.
이같은 성격은 야구경기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김영덕 감독은 투수력을 바탕으로 한 수비를 구축한 후 상대의 허점을 노려 승부를 내는 예리한 야구를 구사하는 반면 김응룡 감독은 이리저리 머리를 쓰는 작전의 묘보다 특유의 감각을 바탕으로 승부 처에서 뚝심으로 밀어붙이는 야구를 선호한다.
이렇듯 성격·야구스타일이 다른 두 감독은 지난 70년대 한일은행에서 10년간 한솥밥을 먹으며 숱한 우승을 엮었고 감독·코치로 함께 팀을 이끌기도 한 각별한 인연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두 감독은 프로에 오면서 다소 거북한 사이가 되고 말았다.
그것은 평소 야구에 대한 신념·성격이 판이했기 때문이기도 했으나 조그만 사건(?)이 빌미가 되었기 때문이다.
아마 감독생활을 청산하고 미국 조지아대학에서 야구수업을 하던 김응룡 감독은 83년 해태의 요청을 받고 전격적으로 프로에 뛰어 들었다.
이듬해 김응룡 감독은 프로 초년감독으로 선배감독들의 호된 견제와 시련을 겪다가 당시 OB 감독이던 김영덕 감독으로부터 결정적인 쇼크(?)를 받게된다.
당시 김응룡 감독은 연패를 당하고 있었고 이날 OB전에서도 초반부터 마운드가 무너져 7-0으로 뒤지는 등 패배가 완연했다.
그러나 김영덕 감독은 계속된 공격찬스에서 스퀴즈까지 감행, 물에 빠진 김응룡 감독의 머리를 눌렀다.
당시의 수모(?)이후 김응룡 감독은 김영덕 감독과의 승부에서는 결코 용서가 없다.
이 사건을 계기로 치열해진 두 감독의 대결은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결판이 날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 두 번씩이나 완패를 당한 김영덕 감독을 김응룡 감독이 또다시 머리를 눌러 당시 수모를 세배로 되돌려줄 것인지, 아니면 김영덕 감독이 소생할 것인지 야구계는 두 감독의 숙명적인 대결을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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