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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과후 더 신나는 아이들

중앙일보

입력

"수학이 재미있어요. 집에서 혼자 하면 모르는 게 너무 많은데, 이곳에 오면 선생님이랑 함께 해결할 수 있어 좋아요."

지난해 4월 고양시 방과후 아카데미 '높빛노을학교'에 처음 발을 디뎠을 때만 해도 수학은 진산이(초5)가 가장 싫어하는 과목이었다. 숫자만 봐도 머리가 지끈거릴 정도였다. 그런 진산이가 수학에 재미를 붙이기 시작한 건 수준별 수업에 참여하면서부터다.

"요즘 사교육이 광풍으로까지 표현되고 있지만, 이곳 아이들 대부분은 사교육 경험이 없어요. 고학년인데 구구단을 못 뗀 아이도 있어요. 학습능력은 물론 학습의욕이 낮은 편이죠."

높빛노을학교 아람반(6학년) 이현정 교사의 설명이다. 학습의욕과 능력을 동시에 올릴 방법으로 선택한 것이 영어·수학의 수준별 수업. 개인수준별 맞춤학습으로 공부에 재미를 느낀 아이들은 학교 성적부터 달라졌다.

이 교사는 "높빛노을학교가 학업에만 치중하는 듯한 인상을 줄 수 있다"고 조심스러워하면서도 "공부를 도와줄 사람이 없는 저소득층 아이들일수록 학습에 흥미를 잃지 않도록 기초를 다져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고양어울림누리 1층에 자리한 높빛노을학교는 국가청소년위원회가 주최하고 고양시가 고양청소년문화의집에 위탁 운영하는 방과 후 아카데미다. 부모의 맞벌이나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방과 후 홀로 지내야 하는 학생들에게 숙제지도·보충심화학습, 특기·적성교육, 급식·상담 등 생활관리를 하는 청소년 지원사업이다.

방과 후 아카데미는 전국적으로 150개소가 운영중이다. 높빛노을학교는 지난해 3월 문을 열었다. 진산이가 속해있는 다솜반(5학년) 20명, 높빛노을학교 첫 졸업생이 되는 아람반(6학년) 20명 등 총 40명이 다닌다.

이곳 출석률은 거의 100%다. 학교 공부를 마친 후 다시 5시간 가까운 수업임에도 참여율이 높은 이유는 학습지도 외에 다양한 문화체험활동 덕분이다.

특히 높빛노을학교는 문화예술시설과 체육시설을 고루 갖춘 고양어울림누리를 교육환경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게 큰 장점. 공연관람, 예술교육 뿐만 아니라 빙상·수영 등 다채로운 체험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지난해 문화예술교육과 연계한 전시장 개관식엔 높빛노을학교 아이들이 우선적으로 초대돼 작가와의 대화 시간도 가졌다. 장구· 탈춤·판소리 중 선택적으로 참여하는 문화예술 교육, 댄스스포츠·만화·폐품 재활용·생태환경·연극 동아리도 아이들이 선호하는 활동이다.

지난해 가을 강화도 답사를 가장 추억에 남는 일로 꼽는 아영이(초6)는 "친구들과 함께 뮤지컬 공연도 관람하고, 뛰어놀 곳이 많아 좋다"고 소개했다.

높빛노을학교는 지난해 전국 최우수, 경기도 1위 방과 후 아카데미로 선정됐다.

최근 입소문으로 일반 가정에서도 문의가 오고 있지만, 2007년도에도 저소득층 가정 자녀를 대상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일반 가정이 참여할 경우 자칫 아이들 사이에 생길 위화감 때문이다.

이 교사는 "현재 5·6학년만을 대상으로 운영하기 때문에 초등학교를 졸업한 아이들이 다시 방치되진 않을까 걱정스럽다"며 아쉬워했다.

졸업생들이 머물 수 있는 공부방이라도 마련해주고 싶지만 쉽지 않은 상황. 아람반 40명은 올핸 학습지도.책사랑 등의 자원봉사자로 높빛노을학교에 참여할 계획이다. 대진대학교 부설 과학영재교육원에 입학이 결정된 아람반의 우석이는 동생들의 공부를 도와주는 학습지도 봉사를 자원했다.

다솜반의 임명진 교사는 "혜택이 필요한 학생이 누구인지 가장 정확히 파악하고 있는 일선 학교의 협조가 무엇보다 절실하다"며 "지역 사회의 관심, 지역운영협의회의 지원폭이 넓어졌으면 한다"는 바람을 밝혔다.

◆ 높빛노을학교 2007년도 신입생 모집
모집대상은 고양시에 거주하는 초등학교 5·6학년 각 20명이다. 학교장 또는 고양시 추천을 받은 고양시 거주 저소득층 및 한 부모 가정 청소년, 국민기초수급 대상자 자녀에게 신청자격이 주어진다.

교육기간은 3월 2일부터 7월까지 1학기와 9월부터 12월까지 2학기로 진행된다. 수업시간은 평일 오후 3시30분부터 오후 8시까지. 등교하는 토요일에는 오후 1시부터 5시, 휴무토요일에는 오전 9시에서 오후 1시까지다. 방학 중엔 월~토(오전10시~오후3시) 운영한다. 교육비(교재비 제외)는 전액무료. 식사와 건강관리·생활상담 등 다양한 혜택도 주어진다. 귀가 버스도 운행한다. 문의 031-960-9691~3(고양문화재단 높빛노을학교)

프리미엄 김은정 기자 hapia@joongang.co.kr
사진=프리미엄 최명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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