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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불,핵방어정책 고수/미 「핵감조치」 유럽반응(해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핵없는 독일선 「상응한 조치」요구/프랑스 미사일은 사실상 “대독용”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의 획기적 핵감축조치에도 불구하고 유럽의 양대 핵보유국인 프랑스와 영국은 현행 핵방어정책 고수의사를 밝혀 주목되고 있다. 미국과 더불어 서유럽의 핵우산을 떠받치고 있는 영국·프랑스 두 나라가 미국의 이번 조치와 무관할 수 없다는 점에서 두나라의 대응은 유럽내 비핵국들에 큰 관심거리가 되고 있다.
통일과 함께 유럽의 중심세력으로 부상한 독일은 특히 이 문제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핵비무장국인 독일은 이제 미·소 핵대결에 의해 독일이 핵전장화할 위험은 현저히 줄었으나,영국·프랑스,특히 인접국인 프랑스의 핵보유에 따른 상대적 안보위협은 오히려 증가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따라서 이들 두 나라도 미·소의 핵감축에 상응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게 독일의 주장이다.
지난주말 부시 대통령의 발표가 있은 직후 나온 성명에서 프랑수아 미테랑 프랑스 대통령은 미국의 제안을 핵군축을 향한 진정한 방향전환이라고 환영하면서도 추가적 노력을 미·소 양국에 요구하고 나섰다.
피에르 족스 국방장관도 『프랑스의 핵방어정책을 수정할 이유가 아직은 없다고 본다』고 언명했다.
톰 킹 영국 국방장관은 해상전술핵무기 철수를 선언하면서도 『영국으로 향한 핵무기가 다른 나라에 존재하는한 영국은 핵억지력을 보유할 것』이라면서 영국의 핵무기현대화계획은 계속 추진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테랑 대통령이 추가 핵감축노력을 요구한 것은 부시 대통령의 조치가 아직도 기대에 미흡하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수만기에 달하는 미·소 핵무기에 비해 겨우 약 5백기에 불과한 프랑스보유 핵무기를 감축대상에 올려 논의하기 위해서는 미·소의 보다 과감한 핵감축이 선행돼야 한다는게 그의 주장인 것이다.
프랑스의 이같은 핵고수정책은 독일의 안보이해와 맞물려 양국간에 묘한 갈등을 낳고 있다. 프랑스는 독일의 중단요구에도 불구,지난달 신형단거리 핵미사일 아데스 생산을 강행,독일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았다.
아데스미사일의 사정거리는 4백80㎞로 대소용이라기 보다는 사실상 대독용이라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독일의 반발에 따라 당초 생산계획인 1백20기를 30기로 대폭 줄이고,그것도 실전배치는 하지않고 저장만 하기로 했다는게 프랑스측의 설명이지만 이 문제는 최근의 독일·프랑스 관계를 냉각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부시 대통령의 발표가 나오기 무섭게 독일 사민당 등 각 정당이 유럽의 핵보유국들도 상응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선 것도 사실은 프랑스를 겨냥한 것임은 물론이다.
미국의 이번 조치로 우방인 영국·프랑스 두나라가 난처한 입장에 처하게 된 것은 아이로니컬한 얘기라고 프랑스 언론들은 평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 두나라가 아직도 핵무기 보유를 강대국이 되기위한 필요조건으로 믿고 있는데 있다. 특히 숙명적 독일·프랑스관계에 비춰 욱일승천하는 독일의 기세에 대항할 수 있는 유일한 지렛대는 핵무기밖에 없다는 프랑스 정치지도자의 「신념」에 변함이 없는한 유럽의 비핵화는 사실상 불가능한게 아니냐는 분석마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파리=배명복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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