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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음 되찾은 7백세 소나무 보니 기뻐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7백세의 「노환」에다 솔잎혹파리 등 해충에 시달리며 고사위기에 놓였던 속리산입구 정이품송이 10년여의 긴 투병을 마감하고 푸르고 늠름한 본래 자태를 되찾게 됐다.
충북보은군은 이에 따라 82년부터 정이품송 주위에 설치됐던 솔잎혹파리방충망철책을 이달 중순께 철거키로 해 정이품송의 자연미도 다시 몰수 있게됐다.
『지난 3년 동안 한 달에 세 차례씩 내려가 건강을 체크했어요. 사람 치료에 못지 않은 정성과 노력을 기울인 거죠.』
정이품송에 「중병」진단이 내러진 88년부터 정이품송의 치료와 간병을 맡아온 나무종합병원 (서울능동276의2)원장 강전유씨(55)는 『치료를 시작하고도 한참동안 나무가 깨어나지 않아 불안하고 답답해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한 적도 많았다』며 『이제 새 솔잎이 많이 돋아나 영양만 계속 공급된다면 오래도록 살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천연기념물 103호인 정이품송은 79년 속리산일대에 걸친 솔잎혹파리의 기슴으로 나무전체의 80%가 벌겋게 타들어 갔다.
보은군은 솔잎혹파리의 확산을 막기 위해선 방충망밖에 없다고 보고 82년5월 높이 18m의 방충망을 설치하고 구제작업에 나서 솔잎혹파리는 어느 정도 잡았으나 나무는 계속 시들어갔다.
강원장은 그 원인이 뿌리기능 쇠약에 있다고 결론짓고 문화재관리국과 충북도에 치료를 맡겠다고 나서 소생작업을 시작했다.
강원장은 새 뿌리를 유도하기 위해 썩은 뿌리를 과감히 갈라내고 썩은 밑동에 대해선 합성수지의 일종인 우레탄으로 외과수술을 하는 한편 영양제 주사를 계속했다.
『나무뿌리를 잘라낼 땐 균형을 위해 가지도 쳐줘야 하나 윗 부분엔 전혀 손을 대지 않았고, 뿌리 절단을 결심할 땐 큰 모험을 하는 심정이었다』는 강원장은 소생에 투입된 예산은 철책설치비등을 포함, 1억원이 넘는다고 밝혔다.
정이품송에 투입된 영양제는 사람이 맞는 5%포도당액에 질소·인산 등 식물영양소와 생강호르몬이 조제된 것으로 1천cc 1백70병이 들었다.
정이품의 벼슬이 내러져 아무도 올라갈 수 없었던 나무에 강원장은 치료를 위해 꼭대기까지 수도 없이 오르내렸다.
『나무도 사람과 똑같이 질병을 않고 또 치료를 하면 쾌유된다』고 말하는 강원장은 62년 서울대농생물학과를 졸업하고 산림청 임업연구원에 근무하다가 76년부터 나무병원을 개업해 「나무의사」로 일해왔다. <이영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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