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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기억제·조세 균형기대|과표현실화 계획 어떻게 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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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내무부가 국정감사 자료를 통해 토지과표(과세시가표준액) 현실화 계획을 전면 수정키로 한 것은 토지 관련 조세정책상의 중대한 변화로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는 과표 현실화 계획을 전면 수정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도 논란거리지만 앞으로 새롭게 마련될 정책대안이 무척 중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토지과표 현실화를 독려해온 경제기획원·재무부 등 경제부처와 의견을 달리해온 내무부로서는 부동산 투기억제·조세균형·세수증대라는 여러 목표를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대안을 내놓아야할 과제를 안게됐다.
현실화계획 수정=89년 토지과표 현실화 5개년계획이 수립된 것은 무엇보다 부동산 투기억제대책의 성격이 강했다.
즉 재산세·취득세·등록세·도시계획세 등 지방세와 증여세·양도소득세 등의 부과기준이 되는 과표를 시가와 비슷하게 높임으로써 투기심리를 진정시킨다는 의도였다.
이에 따라 89년 당시 시·군 조사시가의 33%수준이던 과표를 매년 23∼25%인상, 94년에는 과표현실화율을 60%(시·군조사시가기준)로 높이겠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그 동안 계획시행과정에서 두 가지 변수가 생겼다.
우선 지난해 토지공개념 도입과 함께 공시지가제도가 도입됨으로써 과표현실화율을 재는 기준이 시·군 조사시가에서 공시지가로 바뀌었다.
이에 따라 지난해 토지과표를 51%나 인상했는데도 89년 시·군 조사시가 기준 33%수준이었던 과표현실화율이 공시지가를 기준할 경우 15%로 뚝 떨어졌다.
이는 공시지가가 시·군 조사시가에 비해 시가에 훨씬 가깝게 접근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변수는 높은 땅값 상승률. 토지과표가 지난해 51%에 이어 올해 다시 27%가 인상됐는데도 지가가 89년에 32%, 지난해엔 20%씩 상승해 토지과표인상 효과를 상쇄하는 바람에 현재 과표현실화율은 16%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것이다.
내무부는 이 같은 상황에서 94년까지 공시지가 대비 60% 수준으로 과표현실화율을 올릴 경우 매년 79%씩 과표를 인상해야 한다고 추산했다.
이 경우 광범위한 조세저항을 불러 계획 자체가 실행 불가능해진다는 것이 내무부의 과표현실화 계획 전면 수정 이유다.
정책대안 방향=내무부는 우선 천차만별인 전국의 과표현실화율을 평준화하되 장기적으로는 공시지가의 일정비율을 지방세과표로 곧바로 적용하는 방안을 구상하고있다.
현재 전국의 과세대상 2천4백만여 필지는 3백65개 등급으로 나뉘어 과표가 정해져 있으나 지역간·지목간·필지간에 따라 현실화율이 1∼1백%로 천차만별이다.
예를 들어 경기도영종도의 경우 신공항 건설계획 발표이후 땅값이 폭등했으나 과표를 한꺼번에 올릴 수 없어 현실화율이 1%에 불과한데 비해 오랫동안 땅값이 안정된 다른 지역은 과표·시가가 거의 비슷해 현실화율이 1백%에 가까운 경우도 있다.
따라서 지역별 현실화율에 따라 연도별로 인상률에 차등을 두면서 지가급등 토지에 대해 수시 인상을 병행, 일단 토지과표를 평준화하는데 역점을 둔다는 것이 내무부 복안이다.
내무부는 또 공시지가의 일정비율을 지방세 과표로 곧바로 적용하는 방안으로 94년 이후 과표현실화율 30% 이상일 경우를 상정하고 있으나 이는 지가 상승폭이 어느 정도냐에 따라 실현 가능성이 가려질 것으로 보고있다.
만일 공시지가를 지방세과표로 사용하게되면 그 동안 운용해오던 내무부의 과표제도는 사실상 폐지되는 셈이며 이 경우 지방세법상 일정률로 고정된 세율의 재조정을 포함, 지방세제 전반의 개편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와 관련 일부에서는 지방세제 운용을 지역실정에 맞게 지방자치에 맡겨야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었다.
한편 경실련등 재야·민간사회단체들은 『내무부의 과표 현실화계획 전면 수정은 국민의 조세저항을 구실로 일부 땅 가진 사람들의 조세특혜를 유지하고 부동산투기를 결과적으로 조장하는 조치』라고 비난하고 있다.
내무부로서는 이 같은 반발을 설득해가면서 단기적으로는 과표현실화율 평준화를 앞당기고 장기적으로는 지방자치시대에 부응하는 지방세의 지방자율화란 과제를 풀어야 할 것이다. <한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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