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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집약」산업이 무너진다(부도… 경제 한계지대:중)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중국·동남아등 저가공세에 휘청/신발업계만 올들어 백여사 도산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계열화가 제대로 짜여지지 않은 우리 경제의 후미에는 항상 또 하나의 큰 한계지대가 있다.
바로 후발개도국들에 의해 추격받는 노동집약형 중소기업들이다.
그 현장을 보자.
올들어 1백여 업체가 도산,최대의 홍역을 앓고 있는 신발업계의 경우 90%가 주문자상표(OEM) 수출방식이다.
그런데 나이키·리복 등 미국의 빅바이어들이 올들어 대한주문물량중 20∼30%씩을 줄였고 더 값싼 동남아쪽은 늘리면서 연쇄도산사태가 벌어졌다.
지난 상반기 국내업체의 신발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6% 줄었다. 반면 중국은 이미 지난해 이후 미국시장에서 우리보다 더 많은 신발을 팔고 있다.
중소기협중앙회 조사에 따르면 올들어 지난 7월까지 문을 닫은 회원업체 가운데 업종별로는 섬유가 가장 많았다.
섬유는 60,70년대 경제성장의 주역이다. 87년까지만 해도 단일업종으로는 처음으로 1백억달러 수출을 넘어섰던 산업이다.
두자리수 증가를 계속해오던 섬유수출은 그러나 89년 7% 증가에 그친뒤 지난해에는 마이너스 성장(3%)으로 돌아서고 말았다.
85∼90년 대미 봉제의류 수출증가율은 우리나라가 19.5%다. 그러나 같은기간 중국은 2백97%,인도네시아는 3백16%를 기록했다.
주로 일본에 팔리고 있는 나무젓가락의 경우도 급격한 수출감소를 겪고 있다.
88년 1천만달러,89년 7백50만달러에서 지난해에는 3백50만달러로 줄었다.
국내수입은 89년 7백50만달러에서 지난해에는 1천2백만달러로 늘어났다. 이중 90%이상이 중국과 동남아산이다.
소위 「노동집약적」산업의 경우 이제 업종에 관계없이 후발개도국의 사정권에 거의 다 들어서있는 것이다.
89년 6백만달러에서 지난해 1천만달러로 늘어난 타월수입의 경우 60%가 중국산,30%가 파키스탄제품이다.
이들 나라는 저임금 지대인 동시에 원면생산국으로 관세를 물고도 국산품보다 값이 30%나 싸다.
질보다 값이 우선되는 업소용 물수건의 경우 이미 국내에서도 국산품의 경쟁력이 거의 상실됐다.
일부 업체는 품질로 버틸 수 있는 세수용수건으로 돌아섰으나 이마저 여의치 않았던 10여개사는 문을 닫고 말았다.
이처럼 도처에서 후발개도국에 밀릴때 탈출구는 과연 없는 것일까.
다음과 같은 사례는 경제발전의 단계를 하나씩 밟아 올라가면서 이른바 「후미경제」의 대응은 어떠해야 하는지를 잘 말해주고 있다.
대구직물업계는 자동화율을 85년 25%에서 최근에는 55%수준까지 높였다.
꽃향기 나는 원단,머리카락 굵기의 1천분의 1 수준인 초극세사,세균번식을 막는 바이오실 등 신제품도 속속 개발되고 있다.
이들 제품은 일단 품질경쟁력을 확보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고 업계전체가 소생기미를 보이고 있다.
신발쪽도 일부 기업에서는 통풍·탄력성 등에서 종전과는 차원이 다른 제품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그러나 아직 수요에 한계가 있고 일부 기업만이 만들 수 있어 본격적인 업계 전체의 경쟁력 회복을 가져오진 못하고 있다.<민병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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