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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힘의 균형」 변화여부 주목(탈핵시대:2)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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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우리안보 영향 있나 없나/“공군핵 감축없어 전력 불변”/당국/재래식 군비경쟁 우려 있다는 지적도
한반도 안보의 핵심적 억지전력으로 존재해 왔던 주한미군의 전술핵무기가 철수될 경우 그것이 이 지역 안보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부시선언」을 계기로 당연히 제기된 이같은 질문에 우리 국방 당국은 아직 분명한 판단을 공식화한 바 없다.
28일 국방부 감사에서 이종구 국방부장관은 『주한미군의 핵철수로 한반도 안보에 공백이 생기는 것은 아닌가』라는 질문에 『공중운반전술핵은 계속 잔류한다는 사실에 주목해주기 바란다』고 말함으로써 주한미군의 핵철수가 사실상 국방전략상 별다른 변화를 초래하지는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미군측도 미군의 핵철수 발표후에도 한국에 대한 방위는 영향이 없을 것임을 계속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부시선언을 계기로 그동안 확인도 부인도 않는 NCND정책에 가려져 왔던 한국내 핵무기 존재가 사실상 시인되고 그 철수가 공표된 것은 중대한 변화임에 틀림없다.
안보관련 전문가들 사이에서 그 미칠 영향에 대한 판단은 두가지로 엇갈린다.
즉 한반도에서 힘의 균형을 지탱해 왔던 전술핵이 사라질 경우 이지역에는 외형상 전쟁억지력이 약화될 것이라는 주장과,핵이 없어진다 하더라도 한반도 안보에는 사실상 영향이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상반된 견해다.
한반도에서 핵이 없어질 경우 억지전력의 약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안보영향론」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핵없는 한반도상황에 따라 재래전력의 강화가 불가피하며 이 경우 남북간에 새로운 군비경쟁을 부를 가능성을 내다보고 있다.
이들에 따르면 한반도에서 주한미군의 전술핵이 재래식 전력의 상대적 열세를 보완하기 위한 기능장치로 작용해 왔기 때문에 핵이 없어진 마당에 재래식 전력의보장은 필연적이라는 주장이다.
이같은 주장에는 재래식 무기를 첨단화하고 국방예산도 확대편성해야 한다는 사실을 전제로하고 있다.
세계적인 군축추세에 발맞춰 기존 핵무기를 대량으로 감축·폐기하고 병력규모도 대폭 줄인다고 하더라도 재래식 병기의 첨단화와 핵을 제외한 신종무기개발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핵무기 감축에서 비롯된 평화공존무드에도 불구하고 한반도에서의 힘의 균형은 이제 새로운 차원으로 재정립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에 반해 한반도에서의 핵철수가 이지역 안보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주장의 근거는 다르다.
이들은 최근 발표된 부시선언이 ▲소련을 무장해제시키고 ▲북한을 비롯한 제3세계 국가들에 의한 핵확산을 방지하는 한편 ▲핵에 관한한 미국이 계속 주도권을 장악하고 있다는 사실을 미 국민들에게 재인식시키기 위한 배경에서 나온 것일뿐 한반도 안보와는 전혀 무관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들은 또 미국이 지난 걸프전에서 보았듯이 핵무기가 아닌 재래식 무기만으로도 충분하다는 확신을 얻었으며,이같은 실질적인 경험이 이번 부시선언을 더욱 촉진시킨 계기가 됐다고 주장한다.
그런가 하면 이들은 핵을 둘러싼 일련의 선언이나 조치들이 실제와는 무관한 「가짜 이슈(Pony Issue)」라고 말하기도 한다.
이들은 또 아직까지 핵에 관한한 적어도 미국의 배타적인 독점사안이었다는 사실을 예로 들면서 『따라서 핵은 그 자체로서 하나의 협상카드일뿐 군사적으로는 이미 무용지물이 됐다』고 말한다.
이들의 주장을 종합해 보면 결국,한반도의 안보는 핵무기 철수로 인해 불리해질 것도 유리해질 것도 없다는 것으로 요약될 수 있다.
주한미군의 핵철수가 한반도 안보의 취약성을 드러낼 것이라고 우려하는 사람들도 그것이 국방전략의 전면적인 수정을 필요로 한다고는 보지 않는다.
군축문제등에서 보다 전향적인 자세를 취할 수 있게 하는 계기가 된 것만은 분명하다.
또 부시선언이 소련 각 공화국에 흩어져 있는 핵무기의 일사분란한 통제를 겨냥해서 날린 「적시의 안타」였고 미국이 소련에 대해 다탄두는 없애고 단탄두만 유지하자고 제의함으로써 미국이 핵문제에 관한한 대소우위를 재확인 했다는 점에서 부시 외교의 일대 승리를 의미하는 것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는 것도 분명하다.
사실상 한반도의 안보상황과는 무관하게 진행되고 있는 미국의 핵정책이 외형상으로는 남북 군축과 평화공존 무드를 조성하는데 크게 기여할 것이지 그렇다고 우리의 자주적인 국방·안보의식의 이완현상으로 치달아서는 안될 것이다.
오히려 보다 새로운 차원에서의 정신전력,즉 군사적 비무장을 통한 정신적 자주국방의식의 확립이 요청된다는 지적이다.<김준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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