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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서기」 2개월맞은 김원환 경찰청장(일요인터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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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한씨 피격」 겸허하게 반성/파출소기습 방치땐 국민 피해/국민위해 움직이는 경찰 될터
「가지 많은 나무가 바람 잘 날이 없다」는 말처럼 경찰이 다시 도마대에 오르는 시련을 겪고 있다.
서울대 대학원생 피격사망사건으로 직무에 따른 「정당행위」냐,「과실치사」냐를 놓고 경찰안팎의 논란이 분분한 가운데 경찰청이 발족한지 만2개월이 됐다.
스스로 내실을 다지며 「거듭 태어나는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야 할 의무를 지닌 경찰은 독자적인 국정감사를 치르는등 과거와 다른 책임·권한을 가졌지만 국민을 위해서는 무엇이 달라지고 있는지 실감이 안간다.
국민에게 남아있는 경찰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의 쇄신,새로운 위상 정립,민생치안 강화등 경찰청 출범에 걸었던 국민의 기대에 어느정도 부응했고 얼마만한 과제가 남았는지 점검,다시 출발하지 않으면 안될 입장이다.
김원환 경찰청장에게 「경찰의 목소리」를 들어본다.
­이번 경찰청 국정감사에서도 논란이 됐지만 서울대 대학원생 피격사망사건에 대한 경찰의 입장은 무엇입니까.
▲저로서는 파출소장이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해요. 2백여명의 시위대가 파출소를 공격하는 상황에서 공중을 향한 총기의 위협발사는 정당한 행위일 수 밖에 없어요. 그러나 불행하게도 행인이 「유탄」에 맞아 숨지는 사건이 일어나 유감으로 생각합니다.
­경찰관의 직무와 관련한 정당행위로 안전수칙을 지킨 행위라면 안전수칙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지요. 시위대도 아닌 애꿎은 행인이 총탄에 맞아 숨졌는데 아무 문제가 없다고 할 수 있나요.
▲검찰에서 이번 사건의 수사를 진행중이어서 무어라 말할 수는 없지만 뜻밖의 불행한 사건이 아닐 수 없어요.
그러나 경찰 자체조사로는 파출소장의 행위는 법적으로는 경찰관 직무집행법의 규정을 충족시키는 것으로 판단돼요. 총기를 발사한 행위자체는 문제삼을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그러면 무엇이 문제인가요.
▲문제가 있다면 파출소 기습을 예사로 하는 운동권의 행동에 문제가 있어요.
말단 치안부서이며 봉사행정기관인 파출소가 이토록 상습적으로 기습당하는 현상은 세계 어느나라에서도 찾아볼 수 없어요. 기습당하는 파출소를 방어하지 않고 경찰관이 도주한다면 그 피해는 결국 국민이 보게 되지요.
­그러나 이번 사건에 대해 경찰이 어떠한 형태로든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 국민의 일반적 감정이 아닐까요.
▲이해하고 있어요. 경찰도 이번 사건에 겸허한 자세로 반성하고 있어요. 따라서 검찰의 수사결과를 지켜보고 나름대로 조치를 취할 계획입니다. 또 앞으로 시위진압때는 총기사용을 최대한 억제,시민피해가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어요.
­경찰청으로 발족한지 두달이 됐습니다. 그동안 경찰은 독자적으로 국정감사를 받는등 과거와 다른 일면도 보였으나 상당수 국민들은 「간판만 바꿔단 것이 아니냐」는 지적을 많이 해요.
▲갑자가 외청으로 독립했다해서 경찰의 구조적·기능적 특성상 일시에 변화가 있을 수는 없어요. 장기적인 목표로 경찰이미지 쇄신을 위해 우선 경찰관교육과 내무기강확립에 역점을 두고 있어요.
­그러나 고질적인 경찰관의 비리,국민이 느끼는 「체감치안」의 악화등 시급히 개선해야 될 점이 많은데….
▲그래요. 「경찰은 행동이다」는 말이 있지요. 행동은 생각하고 판단하는 것이 뒤따라야 하지요. 일선 현장에서 국민과 직접 상대해야 하는 경찰 업무특성상 중요한 말입니다.
범죄척결을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방범예방을 위한 끊임없는 순찰이지요. 필요할때 경찰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은데 이점부터 개선해나갈 생각이지요.
­경찰청 발족 의미는 경찰내부의 혁신뿐 아니라 「정권의 시녀」라는 과거의 굴절된 위상을 바로 잡는데도 있다고 보는데 이에 대한 생각은 무엇인가요.
▲경찰이 「정권의 시녀」라는 말은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어쨌든 과거와는 달리 정권이 경찰을 이용하지도 않지만 경찰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들면 거부할 것입니다.
­경찰의 위상정립문제와 관련해 언젠가는 거론될 것으로 보이는 검찰과의 수사권독립 문제는 어떻게 봅니까.
▲지금 말할 형편은 아니나 수사권 독립 문제는 일단 상당한 기간을 갖고 점진적으로 추구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할 수 있어요. 경찰이 좀더 성숙되고 내실이 기해져 객관적으로 수사권행사의 타당성이 입증되고 나면 그때가서 준비해나갈 생각이지요.
­경찰의 내부개선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인사부조리가 없어져야 하겠지요. 그러나 이번 감사원 지적에도 나왔듯이 인사부조리가 여전한데.
▲감사원의 지적사항은 과거에 있었던 일로 기능별 안배를 하다보니 무리가 있었어요. 저의 생각은 「인사가 만사」라는 거지요. 조직의 사기와 사명감은 공정한 인사에서 나온다고 보지요.
­다음달 13일이면 정부가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한지 만 1년이에요. 당초 정부의 범죄소탕 의지는 대단해 기대가 컸었지요. 그러나 범죄예방을 위한 근본대책을 강구하기보다는 일제 단속·검문검색등 전시효과치안에 치중했다는 비난이 많아요.
▲글쎄요. 국민이 느끼는 「체감치안」이 미흡한 점은 시인해요. 그러나 그동안 통계를 보면 강력범죄 발생이 2.7% 감소하고 검거는 7.6% 증가했어요. 과거 강력범죄가 연평균 8∼10%씩 증가해오던 것에 비하면 대단한 성과지요.
수배해온 조직폭력배 두목급 97명중 78명이 검거되는등 수확이 커요.
­통계수치로 보면 성과일지 모르나 일반의 인식은 달라요. 특히 화성 연쇄살인사건·이형호군 유괴살해사건등 이목을 끈 주요 사건이 하나도 해결안돼 불안감을 씻을 수 없어요.
▲지적한 주요 미제사건의 해결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어요. 「범죄와의 전쟁」 1주년전까지 한두사건은 기필코 해결할 생각이고 그럴만한 조짐도 있어요.
­충격적인 사건일수록 해결이 안되는 것은 수사체계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가요.
▲그런 점도 있어요. 미제사건의 원인을 따져보면 대부분 초동수사가 미흡했던 점을 들 수 있어요. 이형호군 사건의 경우 몇번 잡을 수 있었던 범인을 놓쳤고 화성사건도 초동수사에서 물적증거 확보에 여러번 실수했어요.
­앞으로 민생치안 대책은.
▲가장 중요한 것은 인력이지요. 내년에 1만4천명의 경찰력을 충원해 서울부터 일선 파출소의 2부제 근무를 3부제로 완화할 계획이지요. 또 차량판독기 2대등 첨단과학 장비를 다량 도입해 운영할 방침이지요. 시위진압을 위해 사정거리 20m인 고성능 가스총을 대학가 파출소에 배치할 계획입니다.<글 제정갑기자 사진 장남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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