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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환기에선 미 북한정책/김일평교수 미코네티컷대·국제정치(긴급진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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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한반도서 냉전 끝내려면 양국 관계정상화 불가피
북한의 연형묵 총리가 북한정권수립후 최초로 미국땅을 밟은데 이어 곧 김일성 주석의 중국방문이 발표되는등 한반도 정세와 관련된 새로운 움직임이 전개되고 있어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부시 대통령이 28일 한반도를 포함한 전세계로부터 모든 지상핵을 폐기하겠다고 밝혀 동북아의 긴장완화 및 미­북한관계의 개선에도 새로운 전기가 마련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와 관련,최근 워싱턴에서 개최됐던 한반도문제 세미나에서도 미국이 북한과 국교를 정상화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공식적으로 제기돼 관심을 모았다.
미 하원 아태소위의 스티븐 솔라즈 의원은 세미나에서 『미국은 대북한 정책을 변경하고 국교정상화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역설했다.
미국은 북한이 개발하고 있는 핵시설을 중단시키고,핵사찰을 받아들이게 하는 동시에 핵협정에도 서명하게끔 하기위해서는 미국의 대북한 정책을 변경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한소수교가 이뤄졌고,한중무역사무소가 개설되고,한중수교도 가까운 장래에 이루어질 것이라는 점을 감안해 볼때 미­북한수교는 불가피하다고 솔라즈 의원은 강조하고 부시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하기 까지 했다.
일­북한사이에 이미 수교협상이 진행중인 시점에서 미국은 일­북한수교교섭을 지켜보고만 있을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협상에 나설뿐 아니라 교차승인의 원칙을 실현시키는 것이 동북아의 새로운 국제질서를 조성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고 솔라즈 의원은 지적하고 있다.
미해군대학원의 안보문제 전문가인 올슨 교수도 미국은 한국에서 모든 핵을 철수한다는 조건하에 북한의 핵개발을 중지시키고 또 한반도의 비핵지대를 만드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역설했다.
뉴욕시립대학의 자고리아 교수는 핵문제도 매우 긴급한 문제이지만 장기적인 안목으로 한반도의 통일문제를 분석해 볼때 53년에 조인한 휴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대체하고 남북간에 대치하고 있는 백여만명의 군병력을 감축,한반도의 평화를 유지할 수 있는 병력만 남겨놓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한반도 통일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루는 학술회의에서 미국의 대북한 정책을 비판하고 대북한정책을 변경시키는 동시에 미­북한사이의 국교정상화를 공공연하게 주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동유럽에서는 공산체제가 무너지고 민주화의 바람이 폭풍처럼 일어났고,소련의 공산당도 붕괴되는 현시점에서 냉전은 끝난 것이다.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환경의 변화와 냉전체제의 몰락은 한반도의 냉전구조도 종식시키지 않으면 안된다고 전문가들은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한반도의 냉전구조를 와해시키는 방법은 핵시설의 개발을 방지하고,남북간의 협상을 통해 군축을 단행하는 동시에 상호간 불가침조약을 체결하는 것이다.
지난 46년동안 미국은 한반도 분단에 참여해 왔고 한국동란시에는 미군을 참전시켜 한국의 안전을 보장했다. 휴전이후 38년동안 계속돼온 주한미군의 주둔은 북한의 전쟁도발을 방지하고 한국의 안보에도 기여해온게 사실이다.
그러나 냉전이 종식되고 소련은 미국에 더이상 위협이 되지 않는 현시점에서 주한미군이 무엇때문에 필요한지 그 존재의의를 상실했다고 보는 시각이 없지 않다.
한반도의 냉전체제는 미소냉전구조의 일환으로 간주되었으며 미소냉전의 종식은 한반도의 냉전도 종식시키지 않으면 안된다는 논리다. 이와 같은 논리는 미국의 대북한정책을 변경함으로써 이루어 진다는 것이다.
미국의 대북한정책을 변화시키는 구체적 방법으로는 현재 북경에서 진행되고 있는 미­북한 외교관문제협상을 대사급으로 격상시키고 미국내의 교포실업가들이 북한에 자유스럽게 투자하고,교역을 할 수 있게끔 「적성국가와의 교역법」을 폐지하는 것 등을 들 수 있다.
적성국과의 교역법은 행정명령으로도 폐기할 수 있기 때문에 부시 대통령의 결심만 있으면 가능하다.
지난 6월13일 워싱턴에서 개최되었던 부시 대통령의 생일축하겸 재선모금 집회때 재미 한국교포들은 북한을 자유스럽게 왕래할 수 있도록하고 미­북한통상도 원활히 할 수 있게끔 적성국과의 교역법을 폐지해 주기를 요청한바 있었다. 이와 같은 요청에 대해 백악관의 고위간부는 부시 대통령도 고려하고 있다고 시사한바 있다.
특히 미국의 대아시아정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솔라즈 의원이 미­북한수교를 주장하고 적성국가와의 교역법도 부시 대통령의 재량으로 폐지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주장하고 있는 현시점에서 미­북한 관계개선은 불가피한 것으로 보인다.
일본이 북한과 수교교섭을 하고 있으며,중국도 한국과의 수교는 시간문제라고 전해지고 있다. 소련과 한국의 국교정상화가 이루어지고 30억달러의 경제협력이 실현되고 있는 국제환경속에서 부시 대통령도 불가피하게 대북한정책을 조정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미국의 변화뿐 아니라 한국도 국제정세의 변화에 슬기롭게 적응하는 동시에 새로 조성되는 세게질서에도 공헌하는 길을 모색하지 않으면 안된다.
냉전시대에는 한국의 전략적 가치를 미국이 시인하고 높이 평가했지만,냉전이 종식되고 신세계질서가 조성되고 있는 현시점에서 한국의 위치는 전과는 달라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한국이 국제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기능과 남부관게를 평화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역량증대에 비례해 동북아시아의 안전과 신세계질서에 공헌 할수 있는 몫도 커지고 있음을 인식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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