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법폐지·헌법도 손질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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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남북한 유엔동시 가입등으로 통일이라는 민족적 과업달성이 가시화되는 듯하나 실질적 남북관계개선·교류를 뒷받침할 법적·제도적 상치는 매우 미흡하다. 심지어 일부 현행법은 정부의 통일정책과 상치되는 내용을 담고 있어 비판받는 실정이다.
법학전공학자들의 모임인 「법과 사회이론연구회」(회장 양건·한양대교수)가 이같은 법적 장치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전향적 입법방향을 제안하는 공개토론회를 27일 오후2시 연세대 백주년기념관에서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가장 주목받은 내용은 국내법의 시급한 재정비를 주장한 한인섭교수(경원대)의 주제발표였다.
한교수는 국제환경변화와 남북한 동시가입이란 현실앞에서, 또 장래의 통일을 위한 노력의 가속화를 위해 시급히 개정·폐기되어야할 대표적 예로 헌법과 국가보안법을 집중비판했다.
한교수가 주장하는 헌 법의 모순조항은 제3조 영토조항(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이다.
이 조항은 대한민국의 통치권이 엄연히 휴전선 남쪽에서만 시행되고 있는 현실을 무시하고 있다. 지금까지 이같이 실효성 없는 영토조항이 존치돼온 이유는 「대한민극이 한반도의 유일합법정부로 식민화이전 구한말 영토를 승계한다」이다. 따라서 「휴전선 이북지역은 소위 인민공화국이 불법정렴한 미수복지역」이라는 논리에 따른 것이다.
한교수는 국가보안법에 대해 『법제정에서부터 정당성을 상실했으며 국내외적 상황변화로 필요성마저 없어져가고 있다』며 폐지를 주장했다.
한교수는 『국가보안법은 한번도 정상적 여야합의를 얻지 못했으며 실제 운영면에서 국가안보보다 체제비판활동 탄압수단으로 기능해왔다』고 강조했다. 즉 국가보안법은 국가권력의 힘에 의해 강제되는 일반명령일뿐 국민일반의 합의에 기초한 법규범이 아니라는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헌법재판소의 국가보안법에 대한 「한정합헌」해석은 『실제 법적용과정의 남용을 제한하기보다 관행에 면죄부를 부여해준 어리석음』으로 비판된다.
국제법관련 주제발표를 맡은 이장희교수(한국외국어대)는 유엔가입이후 시급해진 기본조약 체결을 촉구했다.
이교수는 『유엔가입으로 국제사회에서 남북한을 두개의 주권국가로 인정하게 됐다. 따라서 북한과 서방국가의 수교가 눈앞에 다가왔으며 수교 결과 분단이 고착화되는 위험을 미연에 막기 위해 남북한이 앞서 남북기본 관계를 명확히 해야한다』고 주장한다. 그것이 곧 동·서독이 72년 체결한 「기본조약」과 같은 것이다.
이교수는 주요내용으로 ▲기본정신 (평화·민족자결 등)▲민족내부문제라는 특수성인정 ▲ 휴 전상태종식 ▲상호정치적 실체인정 ▲교류협력의 기본원칙(상주대표부설치·교류보장등)등을 제시했다.
경제교류에서의 법률문제에 대해 주제 발표한 연기영교수(동국대)는 독일 통일이「경제교류→ 경제통합→정치통합」의 수순을 따랐음을 되새기며 「가장 실질적 통일방안」인 경제교류와 이를 위한 법적장치 마련을 강조했다.
연교수는 현재의 법률적 과제로 『대외적으로 한민족 두국가를 표방(유엔가입)하면서도 대내적으로는 한민족 한국가라는 원칙하에 「민족경제공동체」를 성취할수 있는 법제도정비』를 내세웠다. 구체적으로 서로 다른 경제체제로 인한 장애요인을 제거하는 일이며 이는 「남북자유무역 지 역설정→관세동맹→공동시장→경제 통합」으로 이어진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한 협정의 주요내용으로▲통화결제단위설정 ▲교역마찰중재·소송제도마련 ▲물적교류보장 ▲상주대표부등 협력기구설치 ▲통행·통신보장(도로이용협정등)등이 제안됐다.

<오병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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