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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성체제 당분간 인정용의”/노 대통령 기자간담회 일문일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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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북한경제 발전해야 통일순조/우리경제 어렵지만 비관적은 아니다
노태우 대통령은 25일 오전 멕시코 공식방문을 위해 뉴욕을 출발하기에 앞서 숙소인 플라자호텔에서 뉴욕주재 한국 특파원들과 기자간담회를 갖고 유엔방문에 대한 소감과 함께 남북대화에 관한 소견을 피력했다.
다음은 노대통령과의 일문일답 내용이다.
­유엔가입이라는 국가적 경사를 마쳤는데 대통령께서는 이제 국내문제에 산적한 일들을 안고 있습니다. 앞으로 남은 임기동안 어떤 일들을 하고 싶으신지.
『더이상 일을 하면 욕심많은 대통령이란 비판을 받습니다. 6·29선언으로 민주화됐는데 민주주의 실천과정에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정부의 권한이 분산되다보니 정부의 위력이 없어졌습니다.
이에 따라 범죄가 늘고 질서문제가 생기자 대통령이 힘이 없다며 칼을 잡고 질서를 잡아달라는 요구도 있었지만 그것을 극복하지 않으면 민주주의가 안된다는 것이 나의 신념이고 철학입니다. 그러다 보니 국민들도 질서를 지켜야겠다는 자율능력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민주화로 엄청난 경제적 대가를 처렀습니다. 진짜 산업이 망할 뻔 했습니다.
그러나 사회간접자본을 활용하고 경제성장이 계속되고 외국 전문가들도 「반도체등 첨단기술이 미일에 뒤이어 3위이지만 팔리는 것은 2위가 아니냐」고 말하고 있습니다.
경제사정이 어렵지만 비관적은 아닙니다. 정치상황도 10∼20년전의 사고방식으로 국가경영이 되어서는 안되며 새로운 감각과 미래지향적으로 되어야 한다는 국민의식이 싹트고 있습니다.
새로운 정치지망생들이 이같은 국민욕구를 감안해야 할 것입니다.』­유엔가입이후 남북통일문제는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북한도 유엔이라는 세계기구에 가입한 만큼 전처럼 엉뚱한 주장을 계속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이런 점에서 유엔이란 기구를 통해 통일문제도 상당한 도움을 받게 될 것으로 봅니다.
통일방안에도 우리의 한민족공동체 통일방안과 북한의 고려연방제를 결국은 한꺼번에 묶을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그대로는 차이가 있지만 단계적으로 진행되다 보면 한 과정으로 모아질 수 있는 것입니다.
먼저 우리방안이 제시한 국가연합이 이뤄지고 난 후 이것이 발전되면 연방형태가 이뤄지고 결국은 정치적인 완전통합까지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이러한 과정들이 유엔이란 조직을 통해 진전이 가능하다는 생각입니다.
국가연합이든 고려연방제든 문제를 풀어가려면 남북간의 교류와 접촉이 활발해져야 합니다.
나같은 최고책임자는 책임자끼리 만나고 중간 책임자는 중간 책임자끼리 만나야 합니다.
그런데 북한은 지금까지 우리 정부는 버리고 임수경·문규현신부 초청같은 극히 제한된 공작차원의 교류만 해왔는데 이런 방식이 국제사회에서 인정이 되겠습니까. 다만 한가지 다행스러운 점은 요즘들어 비공개를 전제로 쌀 등의 각종 경제교류가 민간차원에서 진전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앞으로 북한 내부의 변화를 어떻게 보십니까.
『현재 북한은 몇가지 큰 어려움에 부닥쳐 있습니다. 소련사태에서 나타났듯 전세계 사회주의가 간판을 내리고 있는데다 경제적으로 엄청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남북의 양체제가 시간을 가지고 서로 적응해가는 여유를 가지고 점진적인 통일을 추구해 가야 합니다. 혼란을 막기위해 김일성 유일체제가 불가피하다면 당분간 인정할 용의가 있습니다.
그러나 김일성주석이 연로한 만큼 유일체제 역시 오래가지 못할 것으로 봅니다.
그렇게 되면 동구 등지에서 공부한 교화파들도 적지않은 만큼 끝내는 간판을 내리지 않겠습니까.
결국에는 큰 무리없이 통일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북한도 이제 유엔가입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된 만큼 이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지 않은가 생각합니다.』
­통일비용 문제는 어떻게 보십니까.
『최근 KDI(한국개발연구원) 보고결과 약 1천5백억달러의 통일비용이 드는 것으로 추산됐습니다.
현 상태에서 우리가 이런 비용을 부담할 능력이 없습니다.
북한 경제를 활성화시키고 생산성 등을 향상시켜 남북이 비슷한 수준까지 끌어올려 가면서 통일을 추진해야 합니다.
또 북한의 동원능력 등으로 미루어 소련이나 동구보다는 생산성이나 효율이 높은 것으로 분석하는 평가도 있습니다.
북한 경제의 잠재력을 잘 살펴야 한다고 봅니다.』
­부시 대통령과의 한미정상회담때 대통령께서 김영삼 대표최고위원을 동반,부시 대통령에게 친히 소개해준데 대해 많은 의미를 부여하고 있습니다만….
『대통령을 정부쪽에서 보필하는 사람은 총리이고 정당쪽에서 보필하는 사람은 대표최고위원입니다. 김대표가 유엔가입이라는 경사스런 행사를 경축하기 위해 뉴욕에 왔고 나를 보필하는 당대표임을 생각할때 인사를 안시킨다면 오히려 이상한 것 아닙니까.』
­10월에 열릴 남북 고위급회담에서 핵문제도 논의되는지요.
『부시 미국 대통령이 유엔연설을 하면서 북한을 직접 언급하진 않았지만 이라크의 핵시설을 강하게 거론한 것은 북한 핵도 비난받을 범주속에 들어있음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북한은 무조건 핵안전협정에 서명하고 그들의 핵시설에 대한 국제사찰을 받아야 합니다.』
­대통령께서는 남북정상회담에 대해 많은 관심을 표명해 오셨는데 대통령의 남은 임기중 가능할 것으로 보시는지.
『확답을 할 수는 없으나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얼마전 북쪽 사람을 만났을때 내가 정상회담 하자고 하는게 내 정치적 입장을 키우기 위한 것이란 오해가 있는 모양인데 그렇지 않다고 설명해 주었습니다.』
­유엔가입도 했는데 10월 남북총리회담때는 좀더 구체적인 결과를 기대할 수 있는지요.
『이번 유엔에서 내가 제의한 내용을 자세히 검토할 것으로 봅니다.』
간담회를 마치고 노대통령은 이제 우리 민족의 남은 과제는 「통일」인데 「통일」을 향해 온민족의 힘을 한데 모으자고 호소했다.<뉴욕=박준영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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