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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2명 피살 충격] 이라크 반군, 한국인 상대 첫 표적 테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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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우려했던 일이 실제로 발생했다. 30일 바그다드 북부 2백여km 지점에 위치한 티크리트시에서 한국인 4명이 피격을 당해 2명이 숨지고 2명이 부상했다.

희생자는 미국의 델타사로부터 하청 수주를 받아 이라크 전기복구 작업에 참여하고 있는 한국의 오무전기 직원 4명. 이들은 저항 게릴라의 공격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바그다드 한국 대사관의 한 관계자는 부상자 중 임대식씨는 경상이지만 현재 수술을 받고 있는 이상원씨는 생명이 위독해 추가 사망자가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30일 숙소인 바그다드 타워호텔을 출발, 티크리트의 공사현장으로 향하던 길에 변을 당했다.

사건 직후 한국대사관 측은 미군과 협력을 통해 사건 파악에 들어갔다. 이후 약 2시간 만에 사망자와 부상자 수를 확인할 수 있었지만 사건 발생지역이 바그다드에서 2백여km 떨어진 지역이라 피해자의 신원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이번 한국인에 대한 공격이 발생한 티크리트는 지난달 29일 일본 외교관 2명이 피살된 지역과 가까운 곳으로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의 고향이다.

이 지역은 수니삼각지대의 핵심 지역으로 미군에 대한 공격이 지속적으로 발생해왔다. 최근 미군은 이 지역에 대한 대규모 수색 및 저항세력 소탕작전을 벌이고 있으며, 티크리트 남쪽 알아우자 지역 전체를 철조망으로 둘러싸 봉쇄하기도 했다.

오무전기의 50여명 직원은 사업 발주 이후 얼마 전 바그다드에 들어왔다. 현재 세팀으로 나뉘어 전기 복구작업을 하고 있으며, 바그다드의 타워호텔에 연락사무소를 설치했다.

호텔에 투숙 중인 연락담당자 강준씨는 "방금 전 대사관의 연락을 받고 너무 당황스럽다"며 "현재로서는 정확한 사건 경위와 피해자의 신분을 알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바그다드 주재 한국대사관 측은 오무전기 측이 이라크에 입국했음에도 불구하고 대사관에 연락하지 않아 소재 파악이 어려웠다고 밝혔다. 대사관은 또 "향후 이라크에 입국하는 모든 한국인은 필히 대사관에 연락처를 남겨줄 것"을 당부했다.

이번 사건은 라마단 단식 종료(지난달 25일) 후 외국인에 대한 대규모 공격이 있을 것이란 경고가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지난달 기자의 바그다드 출장 도중 만나는 현지인마다 "라마단이 끝나면 더욱 거센 공격이 전개된다. 이라크 내의 모든 외국인이 공격 대상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었다.

한국에 대해서도 그동안 현지 대사관과 한국인 구호단체 요원들에게 직간접적으로 위협성 경고가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외교관은 지난달 반군에게 수분간 납치됐었고, 바그다드로 향하던 한국의 한 구호단체도 최근 구호물품을 모조리 강탈당했다.

카이로=서정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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