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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유감 2제(분수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올 추석은 그런대로 잘 지났다. 해마다 북새통을 이루던 고속도로가 예상외로 소통이 잘돼 귀경길 짜증도 없었다. 명절때 흔히 있는 대형사고도 없었다.
걱정스러웠던 과소비풍조도 크게 억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과소비억제심리는 목표액의 80%에 그친 백화점들의 추석매출 실적에서 잘 나타났다. 추석대목을 놓치고 만 백화점들의 뒷맛이야 썰렁했겠지만 과소비자제의 결과는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보통사람들의 추석쇰은 이처럼 별로 나무랄데가 없었다. 그러나 올 추석을 못내 유감스럽게 한 두가지 꼴불견이 있었다.
하나는 일부 부유층에서 나돈 1천만원짜리 고액 상품권이다. 5백만원짜리 고급 밍크코트 상품권과 3백만원을 호가하는 카르티에 핸드백,7백만원짜리 롤렉스 골드 및 파텍스 시계 교환권,1천만원짜리 귀금속 주문서 등이 뇌물성격의 추석선물로 오갔다는 것이다.
이같은 고액 상품권들은 단속의 과녁인 유명백화점들을 피해 중소수입업자나 수입상품 전문점 등에서 발행했다.
보통사람들의 소비절제를 무색케한 과소비의 극치였다. 황금만능의 그 추태를 비웃을 여유보다는 욕이라도 실컷 퍼붓고 싶은 분노가 앞선다. 「돈이면 다냐」.
또 하나는 정부 사정당국의 일선 공무원 암행단속이다. 감사원·국무총리실·내무부의 무서운 어사들이 출동했던 공무원 추석선물 단속은 「마른 똥막대기」(건시궐)만도 못한 한심스러운 작태였다. 동사무소와 구청 민원창구에 들이닥쳐 바쁘게 일하는 공무원들을 10여명씩 책상앞에 일렬로 줄을 세우고는 책상서랍·사물함을 마구 뒤져댔다.
결과는 여직원들의 선물받은 스타킹 몇켤레를 적발했을 뿐이었다.
다방종업원을 시켜 맡겨놓은 선물을 찾아가라는 「함정단속」까지도 했다. 말단 공무원은 죄인다루듯 하면서 인권을 유린해도 되는건가. 「송사리 단속」보다는 고위층의 낭비자제와 무단 호화외유를 즐기고 골프 접대 휴가를 가는 고위 공직자들부터 엄히 다스려야 한다. 씁쓸한 추석유감 이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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