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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 소홀 파장국회 실감/13대 마지막 국감 중간결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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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여야수뇌들 모두 출국 느슨한 분위기/거여 인해전술로 강야 공세 원천봉쇄/경제난·골프장추궁 미흡하나마 성과
10월5일까지 계속될 국회 국정감사가 추석연휴를 보내고 24일부터 본격적인 후반기 감사에 들어간다.
여야 일부의원들과 정부 피감부처는 추석절도 잊은채 질문자료와 답변준비에 몰두하는 모습이지만 16∼20일 사이의 전반부 국감은 「실질감사」에 접근하지 못했다는게 중평이다.
대부분의 여야의원들이 내년 3월께 있을 14대 총선준비때문에 13대 마지막국회의 「파장국감」에 관심을 집중하지 못해 준비소홀을 드러냈다.
게다가 국감시기에 맞춰 유엔총회 참석차 출국한 노태우 대통령,김영삼 민자당대표,김대중 민주당공동대표 등 여야수뇌부의 부재도 의원들의 긴장을 풀어 놓았다는 지적이다.
민주당측이 야권통합이 기세를 이번 국감에서 보일 것으로 기대됐으나 야당의원들이 국감준비를 제대로 못한데다가 ▲증인채택문제 ▲핵심쟁점에 관한 거여의 수적 우세가 유감없이 발휘되어 「흉내국감」이 된 감이 짙다.
○…국감 전반부에서 여야간 충돌을 빚은 대표적 쟁점은 증인채택문제.
민주당측은 이번 국감의 주요공략목표를 ▲수서사건→한보그룹특혜 ▲오대양사건→(주)세모특혜등 5,6공의 「대형권경유착혐의」로 잡았다.
이에 따라 민주당측은 재무위·내무위·법사위를 중심으로 농림수산위까지 가세해 정태수 전한보회장·박세직 전서울시장·전경환씨 등을 증인으로 채택하자는 파상공격을 벌였으나 무위로 끝났다.
민자당측은 국감 이틀째인 17일 민주당의 증인채택요구에 밀려 예기치 않은 상황이 발생하면 14대 선거에 악재가 될 수 있다고 판단,『정치쟁점을 만들기 위한 야당의 증인채택요구는 지체없이 표결처리해 부결시키라』고 모든 상임위에 「초동진압」을 지시했다.
여당측은 특히 수서사건에 대해서는 김대중 대표를 증인으로 채택할 것을 요구하라는 맞불작전까지 펴 야당을 주춤거리게 했다.
국감시작과 함께 터진 ▲부산금호상사 전산실의 8천명 「블랙리스트」사건 ▲서울대 대학원생 한국원씨 사망사건은 감사를 통해 「실체적 진실」의 일부라도 밝힐 수 있으리라 기대됐지만 정치공세와 원천봉쇄가 맞부딪쳐 소득없이 끝난 상태다.
여측은 이들 문제에 관해 「현재 사직당국이 수사를 진행중인 사건」이라는 이유로 전산실 직원과 총격경찰 등에 대한 증인 채택요구를 무력화시켰다.
그러나 야측은 앞서 거론된 쟁점들을 국감 후반기에서 상임위별로 계속 추궁한다는 방침이어서 여측의 일방적인 「묵살전략」이 계속 주효할지는 의심스런 국면이다.
○…증인채택문제만이 그동안의 국감을 맥없이 만든게 아니다.
의원들의 실질국감과 관계없는 자극성질문,불성실한 문제제기 등도 국감현장을 불필요한 논쟁장으로 변질시켰다.
내무위의 이찬구 의원(민주)은 부산시 감사에서 증거도 제시하지 못한채 『항간에 롯데그룹 부회장 신준호씨가 경남고 선배인 김영삼 민자당대표를 앞세워 롯데왕국을 부산에 세우려한다는 여론이 있다』고 설만 주장해 실질감사가 한때 중단되기도 했다.
특히 여성문제를 담당하는 정무제2장관실·여성개발원 감사에서 김중위 의원(민자·행정위)은 『여성문제를 문화적으로 접근해 미를 추구하는 여성의 본능적 욕구를 만족시키는 쪽으로 연구정책방향을 잡으라』는 등 「농담식」질문으로 일관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
그러나 ▲재무위에서 정부의 안이한 경제난국 대처에 대한 집요한 추궁 ▲농림수산위에서 골프장건설에 따른 산림훼손문제 등이 부각된 것은 전반부 국감이 얻어낸 성과라 하겠다.
10여일 남은 국감 후반부에서도 국방부·안기부·보사부·환경처·노동부 등에 대한 감사에서 굵직굵직한 현안이 남아 있다.
국회·정부가 남은 국감기간에 폭로감사나 방어감사의 구태를 벗고 어느정도 생산적인 국감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가 관심사나 국회주변에선 크게 기대할 수 없다는 관측이 유력하다.<전영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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