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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느낌] 채움과 비움의 춤사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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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정동극장 제공]

"나는 죽어라 연습했는데, 정윤씨가 씩 웃으며 '한번 더 할까요'라고 말할 때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아요. 자존심도 상하고. 그래도 너무 신나는 거 있죠."

발레리나 김주원(30)은 요즘 파김치 상태다. 22일부터 사흘간 극장 용에서 전통 무용 안무가 국수호씨의 작품인 '사도 세자 이야기'에 참여할 예정이고, 곧이어 정동극장 아트 프런티어 프로그램에도 출연하기 때문. 특히 정동극장 공연은 본인의 이름을 내건 첫 무대이기에 더욱 각별하다.

'몸짓으로 그리는 수채화'란 타이틀처럼 김주원은 다양한 춤사위로 채움과 비움을 번갈아 보여주려 하고 있다. 4개의 레퍼토리로 구성된 공연 중 그가 가장 힘들어하는 대목은 국립무용단원 이정윤(30)과 함께 꾸미는 마지막 작품 'The One'. 20년 넘게 클래식 발레만을 해 왔기에 한국 무용은 낯설 수밖에 없다.

"발레가 하늘을 향해 깃털처럼 가볍게 움직이고자 한다면 한국 무용은 땅으로 깊숙이 천착해 간다고 할까요. 끊기지 않고 지속되는 호흡도 정반대죠. 그래도 이렇게 연습하다 보면 저의 발레가 훨씬 더 깊어지지 않을까 기대돼요."

김주원은 이번에 네 명의 남성과 파트너를 이룬다. 국립발레단의 단짝인 김현웅과는 발레의 아카데미상 '브누아 드 라 당스'를 받게 해 준 '해적'의 파드되(2인무)를 연기한다. 또 다른 국립발레단원인 장운규와는 현대 발레의 대가 장 크리스토프 마이요의 '달은 어디에'를 공연하고, 유니버설 발레단 수석 무용수인 엄재용과도 창작 발레인 '사랑의 침묵'(허용순 안무)을 선보일 예정이다. 저마다의 색깔을 지닌 국내 대표적인 남성 무용수 네 명과 번갈아가며 무대에 오른다는 건 김주원으로서도 힘들지만 행복한 시간이 될 터. 작품 사이사이 김주원의 연습 장면이 담긴 영상과 사랑에 관한 이야기 낭독, 후배들이 꾸미는 짧은 에피소드들로 공연은 더욱 풍성할 듯싶다.

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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