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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쉼] CAR≒ART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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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 아트페어(미술시장)에 웬 자동차 부스?"

지난해 12월 5일 미국 마이애미에서 '북미 최대의 현대미술 시장'으로 꼽히는 바젤 마이애미 아트페어가 열렸다. 세계 곳곳에서 내로라하는 갤러리와 수집가들이 몰려드는 행사다. 그런데 엉뚱한 코너가 있었다. 유명 자동차 브랜드인 BMW의 부스였다. 그것도 미술품 수집상들과 갤러리 관계자들만 출입하는 VIP라운지에 말이다. 오후 4시, 여기서 뜻밖의 행사가 열렸다. 2007년 말 독일 뮌헨에서 재개관하는 'BMW 자동차 박물관'에 대한 설명회였다. '미술과 자동차, 무슨 상관이야?'

웅성웅성, 사람들이 꽤 모였다. 그림을 구입하러 온 북미와 남미의 부호들과 수집상들이었다. 설명회 진행을 맡은 이부터 눈길을 끌었다. BMW의 수석 디자이너인 아드리안 반 호이동크였다. 독일 아우디의 윌터 데 실바, 영국 재규어의 이언 컬럼과 더불어 세계 3대 자동차 디자이너로 꼽히는 이다. BMW 박물관 모형 앞에 선 그는 유창한 영어로 말을 꺼냈다. "예전의 자동차 박물관은 '보물(Treasure of product)을 전시하는 곳'에 불과했다. 이젠 달라졌다. 자동차 디자인이 예술의 영토로 들어갔다. 그래서 내년에 BMW는 깜짝 놀랄 만한 새 개념의 자동차 박물관을 선보이려고 한다."

정말 그랬다. 그의 앞에 놓인 박물관 모형은 '작품'을 방불케 했다. 그는 "자동차 박물관은 다른 박물관과 다르다. 과거뿐 아니라 미래까지 담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딱딱한 박물관 설명회가 아니라 걸작 미술품에 대한 큐레이터의 세세한 해설처럼 느껴졌다.

내년에 선보일 예정인 BMW 박물관의 조감도.

건축의 신개념 BMW 박물관

세계 굴지의 자동차 회사에 '박물관 열풍'이 불고 있다. BMW는 1973년 뮌헨에 지었던 박물관을 올해 말 다시 선보인다. '스포츠카의 대명사'로 통하는 포르셰도 내년 슈투트가르트에서 '포르셰 박물관'을 재개장한다. 메르세데스 벤츠는 지난해 5월에 이미 새 박물관을 열었고, 아우디도 2002년 '아우디 박물관'을 지었다.

자동차 디자인은 이제 '예술'이다. 자동차 박물관 또한 예술을 담는 '갤러리'가 돼가고 있다. BMW박물관을 디자인한 우베 브뤼커는 "세계적인 브랜드의 자동차 회사들이 앞다퉈 최첨단 자동차 박물관을 짓고 있다"며 "자동차 산업에서 박물관 설립은 이제 거대한 트렌드가 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5월 문을 연 메르세데스 벤츠 박물관.

매끄러운 곡선미 메르세데스 벤츠 박물관

독일 슈투트가르트의 메르세데스 벤츠 박물관은 건물부터 압도적이다. 세계적 건축설계사무소인 UN스튜디오 건축가들의 작품이다. 네모 반듯한 빌딩이 아니다. 꼭 인간의 이중 나선형 유전자 조직처럼 생겼다. 벤츠 측은 "전통과 미래를 버무린 결과"라고 설명했다. 매끄러운 곡선과 깔끔한 마무리는 벤츠 자동차를 보는 듯하다. 안에는 160대의 차량, 1500여 개의 전시물들이 깔려 있다. 무려 120여 년에 달하는 벤츠의 자동차 역사가 피부에 팍팍 꽂힌다. 세계 최초의 자동차인 벤츠의 '페이턴트 모터카'부터 불후의 명작으로 꼽히는 '300SL' 등을 만날 수 있다. 나선형 루트를 따라 둘러보는 데만 두 시간이 걸린다. 슈투트가르트에선 이미 손꼽는 관광 명소가 됐다.

내년 재개장을 앞둔 포르셰 박물관의 조감도.

기하학적 디자인 포르셰 박물관

포르셰도 5000만 유로(약 600억원)를 들여 본사가 있는 슈투트가르트에 박물관을 짓고 있다. 건물에선 기하학적 디자인과 여백의 미가 듬뿍 묻어난다. 벌써 별명까지 생겼다. 포르셰 측은 "현장 인부들은 이 건물을 '비행기'라고 부른다. 전위적인 건축 양식 때문이다. 예전 박물관은 연간 8만 명의 관람객을 소화했는데, 새 박물관은 20만 명에 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무려 170대1의 경쟁률을 뚫고 채택된 디자인이다. 이곳에선 자동차를 가볍게 하는 기술력의 원조인 포르셰 909 베르크 스파이더를 볼 수 있다. 68년 이후 처음으로 주행 가능한 상태로 복원했다고 한다.

뮌헨에서 북쪽으로 한 시간을 달리면 아우디의 본사가 있는 잉골슈타트에 닿는다. 뮌헨이 'BMW의 도시'라면 잉골슈타트는 '아우디의 도시'다. 지역 주민의 60%가 아우디와 관련한 일을 하고 있다. 아우디 박물관과 출고 센터.레스토랑.콘서트홀 등으로 구성된 '아우디 포럼'은 온통 유리로 덮여 있다. 지금껏 이곳을 찾은 방문객만 200만 명이 넘는다.

마이애미=백성호 기자

삼성교통박물관

→삼성교통박물관

국내에는 자동차 박물관이 없을까. 물론 있다. 그러나 자동차 회사에서 운영하는 박물관은 아니다. 경기도 용인시 에버랜드 옆에 위치한 삼성교통박물관. 이곳은 국내 유일의 자동차 박물관이다. 건물 앞 넓은 광장에 설치한 고 백남준씨의 작품이 먼저 관람객들을 맞는다.

1층 입구에 들어서면 눈이 동그래진다. 책에서나 보던 '역사 속 명차'가 버젓이 서 있다. 지금도 명품 스포츠카로 통하는 BMW 507 로드스터(1957년)를 비롯, 상어 생김새를 본뜬 시보레 콜벳 스팅가이(1963년)와 엔진 소리가 너무 작아서 "유령이 다가오는 것 같았다"는 롤스로이스 실버고스트(1910년) 등을 만날 수 있다.

수입차만 있는 건 아니다. 국산 자동차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코너도 있다. 시발 택시부터 코로나, 현대에서 조립했던 포드 자동차 등이 나란히 서 있다. 삼성교통박물관 측은 "98년 개장할 때만 해도 '차'를 문화재로 보지 않아 들여오는데 어려움이 많았다. 지금은 달라졌다. 관람객들도 단순한 구경거리가 아니라 예술품을 대하는 태도로 차를 감상한다"고 말했다.

■개관 시간 : 오전 10시~오후 6시

■연락처 : 031-320-9900, www.stm.or.kr

■입장료 : 대인 3000원, 소인 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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