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뚫고 솟는 스물여섯 그 위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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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그 발걸음 영원하라 - 감태준(시인)
그대 가는 곳은 어디이며
그대 가닿을 곳은 어디인가?
벼락치는 비바람에도 두려움 갖지 않고
굽이굽이 험한 고개를 넘으며
스물여섯해
가는 길 잠시도 발걸음 멈추지 않은 그대
우리 다 자는 깊은 밤에도
세상 일 보고 듣고 전해주며
그 캄캄한 어둠 속에서도
빛과 어둠을 구별하여 판단하고 선택하는
예지를 빛내온 그대는
나라의 키 큰 길잡이
맑은 샘에서 솟는 사상과
꿋꿋하 정신으로
그 위상
이미 구름을 뚫고 높이 솟아 올랐으니
오늘은 여기서
우리의 박수와 환호 속에 쉬어가도 좋으련만!
그대의 높은 이상으로 더 높아진 저 하늘
저 태양아래
정론의 기치를 더 높이고
정상을 향해 길을 재는가
그대 가는 곳에
티끌 없는 진실과 정의가 있게 하라
그대 가는 곳에
겨레의 꿈밭이 있게 하라
가을 바람에 한없이 나부끼는
오색깃발 뒤에 두고
가는 그 모습
의연하고 듬직하게 하라
길이 도전하라
그 발걸음 영원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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