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지 좁아진 김병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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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산 다섯번이나 메이저리그 올스타에 뽑힌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거물 선발투수 커트 실링(37)이 마침내 보스턴 레드삭스 유니폼을 입었다. 올 시즌엔 부상으로 주춤(8승)했지만 2001년부터 2년 연속 20승 이상을 올린 대형 투수다.

'외계인' 페드로 마르티네스와 메이저리그 최강의 원-투 펀치를 이뤄 레드삭스에 맺힌 월드시리즈 우승의 한을 풀어줄 해결사로 기대를 모은다. 실링은 입단 기자회견에서 "이제 양키스가 저주스러운 것 같다(I guess I hate the Yankees now)"라는 말로 레드삭스 팬들의 환심을 샀다.

실링의 레드삭스 입성(入城)은 김병현(24)의 팀내 입지를 좁힌다. BK가 희망하고 있는 선발투수의 한 자리가 실링에게 당연히 돌아가기 때문이다. 또 레드삭스는 지난 시즌 오클랜드에서 9승1패 43세이브를 기록한 후 자유계약선수가 된 특급 마무리 키스 폴크를 끌어들이려 하고 있다. 폴크마저 레드삭스로 온다면 BK는 선발이건 마무리건 설자리가 줄어든다. 실링과 폴크의 높은 연봉을 채워주기 위해서는 나머지는 연봉이 낮은 선수로 채워야 하기 때문이다. 이때는 내년에 5백만달러 이상의 몸값이 필요한 BK와 재계약 자체가 의문시될 수 있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는 30일(한국시간) "정해진 네명의 선발(마르티네스-실링-데릭 로-팀 웨이크필드)에 이어 남은 한 자리의 선발은 비어 있다. 그러나 실링의 영입으로 값이 비싼 김병현보다는 값싼 브론슨 아로요가 유리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레드삭스가 김병현과 재계약을 원한다면 12월 21일까지 제시해야 한다. 일본 돗토리에서 재활훈련 중인 김병현은 1일 귀국한다.

이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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