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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프 이동 때 트랙터 탄 푸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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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러시아 소치에 대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조사평가단 실사 첫날인 20일의 최대 화제는 역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깜짝 쇼'였다.

푸틴 대통령은 소치에서 승용차로 1시간가량 떨어져 있는 크라스나야 폴랴나 스키장에서 직접 스키를 타면서 취재진에 브리핑을 했다. 그러나 이 스키장의 리프트는 정지해 있었고, 푸틴 대통령은 스노 모빌을 붙잡거나 스노 트랙터가 미는 리프트(?)를 타고 올라갔다.

실사 둘째 날인 21일, 이가야 지하루 평가위원장을 비롯한 IOC 평가단원들은 바로 이곳 크라스나야 폴랴나의 스키장과 크로스컨트리 경기장을 둘러봤다. 때맞춰 이곳에서는 평가단에 보여주기 위한 크로스컨트리 대회가 열렸다. 그러나 국제대회를 치르기에는 한참 부족한 시설임을 확인시켜 줄 뿐이었다. 푸틴 대통령은 이곳에서도 "앞으로 거액을 투자해 올림픽을 치를 수 있는 시설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소치의 열악한 시설은 전날 역대 올림픽 메달리스트들이 열연한 '아이스 쇼'에서도 드러났다.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은 박수갈채를 받았으나 천막을 치고 임시로 만든 아이스링크는 대거 동원된 피겨 스타들을 초라하게 만들 정도였다.

푸틴 대통령은 평가단에 대한 프레젠테이션 때 "대회 준비 과정에서 환경 훼손은 절대 없어야 한다"며 "환경단체와 계속해 의견을 나눌 것"이라고 말했다. 또 소치의 온화한 기온에 대해서는 "(러시아에) 추운 지역은 많지만 온화한 기후, 아름다운 경관을 갖추고도 겨울스포츠를 치를 수 있는 곳은 소치가 유일하다"라고 강조했다.

소치에 대한 실사가 매끄럽지 않게 진행되고 있지만 평창 유치위 측은 "그래도 역시 소치가 가장 강적"이라며 경계하고 있다. 윤강로 국제담당 사무총장은 "소치의 시설이 부실한 것은 맞다. 그러나 과거의 예를 봐도 시설 부재가 올림픽을 유치하는 데 치명적인 약점은 아니었다"며 "더구나 푸틴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앞으로 8년 동안 120억 달러를 쏟아붓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한 만큼 평가단으로부터 좋은 성적을 받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소치=성백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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